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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수원 인문지도 by 오피큐알_1. 오 피큐알

8도 인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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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담긴 이야기를 판매하는 수원의 첫 독립서점


저는 피큐알의 디자이너이자 오 피큐알의 책방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책방지기입니다. 피큐알에서 일하기 전에 서울에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공간을 운영했습니다. 학교와 일터가 아무리 멀어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원에서만 살았지요. 수원 토박이로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오 피큐알은 ‘왜 수원엔 독립출판물을 파는 책방이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 ‘그럼 우리가 해보자!’ 하는 결심으로, 디자인 팀인 피큐알의 사무실 한편에서 시작한 작은 독립책방입니다. 처음엔 디자인팀답게 디자인, 사진, 일러스트 등 시각적 콘텐츠가 담긴 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으로 운영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책방 오픈 소식을 듣고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에세이나 시집처럼 저희가 취급하지 않는 독립출판물도 찾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수원에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곳이 우리밖에 없으니 다양한 분야의 책을 판매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분야에 상관없이 독립출판물과 1인 출판사, 소규모 출판사의 책, 그리고 디자인 제품을 주로 판매합니다. 첫 오픈 때는 독립출판물보다 저희가 소장하고 있던 중고 책의 수가 더 많았는데 어느새 책장과 테이블이 독립출판물로 꽉 찼어요. 이제는 오히려 공간이 부족해 새로운 책이 입고될 때마다 어디에 어떻게 공간을 만들어서 책을 진열할까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 오피큐알의 내부사진


오 피큐알에서는 어떤 책을 만날 수 있나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분이나 만들 예정인 분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오 피큐알에서는 어떤 책을 입고 받나요?” 혹은 “어떤 책을 입고 받지 않나요? 기준이 있나요?” 입니다. 사실 입고요청을 주시는 모든 책을 다 읽어보고 받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도 않고 주로 책 소개와 몇 페이지만 보고 입고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준만 정해두었습니다. 독립책방인 오 피큐알에 어울리는 책이라면 입고할 수 있지만, 성분과 내용이 문제가 될 경우 반품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성분의 문제라 하면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있다거나 책의 기능을 못 할 정도로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내용의 문제는 약자, 소수자 혐오 등 판매하기에 부적합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를 말합니다.


오 피큐알 분점, 경기상상캠퍼스


오 피큐알은 한 곳이지만 입고된 책을 판매하는 장소는 두 곳입니다. 2017년 초에 경기상상캠퍼스로 책방을 이전할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행궁동에 남아있는 게 책방의 역할을 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에 이전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경기상상캠퍼스 안에 있는 ‘피큐알 디자인 랩’에서 소량의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위치상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책을 입고한 분에겐 또 하나의 판로가 되어주고, 워크숍 등을 위해 경기상상캠퍼스를 찾는 분에게 새로운 형식의 출판물을 소개하는 또 다른 창구가 되어줍니다. 경기상상캠퍼스는 크고 작은 다양한 워크숍, 강의, 모임 등이 이루어지고 플리마켓 같은 행사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피큐알을 지키는 사람들


피큐알이라는 이름의 뜻을 물어보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특별히 뜻은 없습니다. 단순하게 알파벳 순서에서 따온 PQR인데, 많은 분이 뜻을 물어봐서 뜻을 만들어야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뜻이 없다고 답합니다. 굳이 뜻을 만들어서 피큐알의 로고가 말풍선모양을 닮았기 때문에 소통을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 적도 있지만요.


▲ 오 피큐알의 책방지기


피큐알은 4명이 함께 일하는 팀입니다. 피큐알의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는 이누 실장, 피큐알의 컬러를 맡은 아티스트 리즈, 피큐알의 해결사 류 팀장, 그리고 책방지기이자 디자이너인 저까지 4명입니다. 두 명에서 세 명으로, 세 명에서 네 명으로 단순히 인원수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팀도 함께 성장합니다. 책방을 지키는 사람은 책방지기 한 명일지 몰라도 오 피큐알이 매출에 상관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책방이 좋은 이유


책방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활동은 작가와의 만남과 독서모임입니다. 역시 책방에서 하기에 작가와의 만남과 독서모임만큼 좋은 활동이 없더라고요. 작가와의 만남은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이 많이 찾습니다. 독립출판 쪽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분이 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관련된 활동 이외에도 두들링 워크숍이나 니들 펠트 워크숍, 팔찌 만들기 워크숍 등 다양한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책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이것저것 만들다보면 왠지 더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아마 이 즐거움이 사람들을 책방에 모이게 하는 이유겠지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소규모 공연이나 행궁동 투어 등 아직 시도하지 못한 재밌는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은 책방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이기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작은 책방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요. SNS에 올라오는 다른 책방의 활동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우리도 저런 걸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멀리에 있어서 직접 가보지 못한 곳이어도 SNS 덕분에 서로의 정보를 볼 수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책과 함께 온 메시지를 붙여두는 책방 오 피큐알


누군가의 마음이 쉬어 갈 공간


수원에서, 혹은 행궁동에서 오 피큐알은 유명하거나 사람이 많이 찾는 장소가 아닙니다. 여전히 불쑥 문을 열고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 하고 묻는 분이 있고, 책을 한 권도 못 파는 날도 있는 한가한 공간입니다. 책방 수입으로 겨우 월세를 버는 날이 대부분이고 월세도 못 번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분명 책방이 있는 동네와 없는 동네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동네마다 있던 오래된 서점이 문을 닫고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이 대부분의 책 판매를 하는 시대에 다시 동네 책방과 독립책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목말랐는지 보여줍니다.

물론 저도 대형서점을 구경하길 좋아하고, 할인을 해주는 온라인서점을 종종 이용합니다. 그러나 작은 책방에서 보내는 시간과 비교할 수 없더라고요. 요즘 유행하고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닌 작은 책방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책이 있고, 책방마다 다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대형서점보다 종류가 적고 온라인서점처럼 할인을 해주지 않아도 찾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책방에 들러 책장마다 꽂힌 책을 신중하게 둘러보며 마음에 꼭 맞는 책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요. 오 피큐알이 그런 공간이 된다면 하루에 한 권을 팔아도 아쉽지 않을 거예요. 


특별한 손


행궁동은 거주민의 연령대가 높은 곳이어서 가끔 어르신이 오시기도 합니다. 다른 업종으로 착각하시고 복사, 팩스, 사진 등 다양한 볼일을 보기 위해 실수로 오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다 간혹 우리가 판매하는 책에 흥미를 느끼고 오랜 시간 둘러보고 구매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파는 곳을 이제야 찾아서 아쉽다며 여행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신 할아버지가 기억나네요. 또, 책 입고 때문에 자주 오시던 택배기사님이 조심스럽게 오 피큐알이 어떤 책방인지 물어보고 본인도 책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며 시집을 한 권 사가셨어요.


▲ 디자인 제품을 진열하는 테이블


책방살이의 이상과 현실 경계에서


아직 2년도 안 된 주제에 ‘가장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우리 책방이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서점이 되었습니다. 이제 2년 남짓, 여전히 책방 운영은 어렵습니다. 책방의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책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 입고와 재고를 관리하는 일, 판매금 정산, SNS에 책방과 책을 꾸준히 홍보하는 일, 온라인 주문 배송,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 일, 일….


사람들은 책방을 운영하면 온종일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커피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모든 일이 그렇듯 크고 작은 일의 연속입니다. 책방지기에겐 디자인 업무까지 있기 때문에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어느 날은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퇴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간혹 여러 일에 파묻혀 책방을 찾아준 분들께 너무 소홀하게 대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무심함이 좋은 분들도 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책방과 독립출판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은 분들은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언제든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


책방을 시작하게 된 거창한 계기나 특별히 자랑할만한 성공 스토리는 없습니다. TV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며 연예인이 들이닥친 적은 있으나 그것 말고는 유명인의 방문도 없었습니다. 유명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방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앞으로 우리 책방을 찾는 분들이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줄 테니까요.


오 피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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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인문지도 사진 김경태 X 지도그림 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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