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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세상을 읽는 사이다 경제학

경영경제 분야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어린이,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

이준구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2017






세상을 읽는 사이다 경제학


박일호 - 이야기경영연구소 연수사업단


 




한로가 지나며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2018년도 몇 달 남지 않았다. 어느 해가 그렇지 않았겠느냐만 올해는 경제가 어렵다는 소리를 유난히 많이 뱉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흔히 ‘유리 지갑’에 비유되는 근로 소득만 있는 사람이라면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에 벌써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특히 2014년의 연말정산 대란을 기억하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세법 개정의 여파로 많은 납세자가 세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사실 많이 낸 후 돌려받든, 적게 낸 후 더 내든 결과적으로 내는 세금은 같다. 세무 당국의 안일한 생각이 초래한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는 이득으로 생각하고 후자는 손실로 인식한다. 이른바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틀로 상황을 인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예를 틀짜기 효과라고 부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내각 산하기관으로 행동분석팀(BIT)을 꾸려 예산을 절감하는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중 하나가 세금 납부를 독려하는 우편에 “대다수 납세자가 기한 내에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를 통해 체납자 상당수가 세금을 냈다. 또 행태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말하는 ‘기정편향’, 즉 기존에 정해져 있는 것을 따르는 경향을 이용해 기업 연금 프로그램의 가입률을 60%에서 83%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영국, 미국을 비롯해 정책적으로 행태경제학을 사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 136개국에 달한다.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적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행동 심리에 관해 연구하는 행태경제학에 관한 책이다. 행태경제학은 태어난 지 100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역사가 짧다. 초기에는 고작 심리테스트 수준의 비주류 경제학으로만 취급받았다면, 이제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이용해 바람직한 정책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이론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행태경제학을 바탕으로 대니얼 카너먼, 로버트 실러 등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으며, 경제학의 개척자로 떠올랐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당장 가슴에 손을 올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의 합리성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을 뿐 아니라, 냉철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할 배짱도 없다. 현실에서는 계산기처럼 손익을 따져 그것에 맞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콘)보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일삼는 인간(휴먼)이 훨씬 많다. 주류경제학은 그간 실험실에 갇혀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을 상정하고 실험했다. 주류경제학이 이콘의 학문이라면 행태경제학은 주먹구구식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휴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비합리성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되는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분석한다. 그래서 경제학이라기보다 심리학에 가깝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행태경제학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현실을 잘 설명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행태경제학에서는 인간이 정말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지 검증해보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낸 인간 본연의 모습에 기초해 경제이론을 다시 짜고 경제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며 경제학을 실험실 밖으로 이끈다. 행태경제학이 현실에서 설득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저자는 4대강 사업 비판 등 사회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려 ‘쓴소리 경제학자’로 유명한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그가 쓴 책을 교과서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미시경제학의 대가로 꼽힌다. 거기다 한국형 온라인 무료 공개강좌(K-MOOC, 케이무크) 시범 운영 결과에 알 수 있듯이 그의 강의가 2016년 대학 온라인 강의에서 최고 인기 수업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행태경제이론이라는 미지의 대륙으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시장 중심의 주류경제학을 이끌어온 그가, 인간의 합리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행태경제학에 관한 책을 썼다는 것부터 다소 의외다.이 책에서 저자는 흔히 사용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 대신 ‘행태경제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느냐에 집중해, 그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매몰 비용, 닻내림 효과, 손실 기피 성향, 부존효과 등 다양한 행태경제학 이론의 핵심이 간추려져 있는 데다 국내 경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례를 들고 있어 이해하기 쉽다. 잘못된 경제 정책의 원인과 결과를 비교하면서 비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정치, 경제 이슈를 행태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각 장 마지막에 나오는 ‘생활 속의 행태경제학’ 편이 유익하면서도 흥미롭다. 이 책은 2009년에 나온 『36.5℃ 인간의 경제학』의 개정증보판이다. 새로 나온 행태경제학 관련 책과 논문을 참고해 상당히 많은 내용을 추가했다. 경제학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부숴버리는 것을 목표로 한 듯 경제학책인데도 소설 읽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대목을 기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오는 아주 간단한 문제 하나를 풀어보자. “야구 배트 한 개와 공 한 개의 값을 합치면 1달러 10센트다. 배트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그렇다면 공 한 개의 값은 얼마인가?” 계산을 해보지 않고 순전히 직관(행태경제학의 거목인 심리학자 카너먼이 ‘빠른 사고’라고 이름 붙인 시스템 1)으로 답을 구한다면,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공의 가격은 10센트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직관적인 답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 오답을 말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하버드, MIT, 프린스턴 같은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 학생들의 절반 이상 역시 오답을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사실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 공의 가격을 알 수 있다. 답이 궁금하면 책의 51쪽을 확인하면 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2018


『넛지』

리처드 H.탈러·캐스 R.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리더스북, 2009


『승자의 저주』

리처드 H.탈러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이음, 2007 







박일호 - 이야기경영연구소 연수사업단장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단체에서 21년 동안 교육연수 관련 일을 했다. 출판서평전문잡지 〈기획회의〉에 경제경영전문서평을 6년 동안 연재하는 등 서평가로 활동하며 경제경영서평집 『경제는 살아있는 인문학이다』 등 2권의 책을 냈다. 현재는 문화콘텐츠 창출과 스토리텔링 사업을 하는 인문경영플랫폼 기업인 (주)이야기경영연구소에서 연수사업단장으로 일하며 대학, 도서관, 50+캠퍼스 등에서 ‘서평 글쓰기’와 ‘스토리텔링경영’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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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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