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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광장을 찾아 나선 여정 그리고 그 이후

문학-현대-산문 분야 『광장』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장』

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2008






광장을 찾아 나선 여정 그리고 그 이후


정영훈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광장』은 등단한 지 1년밖에 안 된 최인훈을 일약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만든 작품이다. 이 책이 발표된 것은 4·19혁명이 일어나고 반년 정도 지난 후인 1960년 11월이다. 최인훈은 “저 빛나는 4월”이 아니었다면 『광장』은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최인훈이 『광장』을 쓸 때 4·19혁명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쓰인 최인훈의 다른 작품들은 구체적인 현실 문제로부터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 일례로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탈고한 중편 「가면고」는 자아를 완성하기 위한 인물의 고투를 환상적인 수법으로 형상화했다. 그에 비해 『광장』을 비롯한 그 이후의 작품들은 동시대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다. 최인훈은 혁명을 계기로 현실에 성큼 다가섰고, 이로써 『광장』이라는 걸작이 탄생하게 되었다.  


『광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 명준은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그의 아버지는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혁명가로 해방과 함께 귀국한 뒤 곧바로 월북했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던 명준은 북한에서 대남 선전활동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가 구타를 당하고, 소개로 만난 여대생 윤애와 연애를 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치가 않다. 그러던 중 우발적으로 월북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아버지와 재회한다. 하지만 혁명가였던 아버지가 남쪽 부르주아 가정의 여느 가장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고, 혁명적 분위기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북한 사회의 모습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무용수인 은혜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배신을 당하고, 그즈음 전쟁이 일어나 명준도 참전한다. 그 후 두 사람은 기적적으로 재회하지만 은혜의 죽음으로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인민군 포로로 잡힌 명준은 포로 송환 과정에서 남과 북 모두를 거부한 채 중립국을 택한다. 명준은 제3국으로 가던 도중 바다로 투신한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중립국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다. 명준이 북한을 택한 이유는 남한 사회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와 경제, 문화 제반 영역을 차례로 언급하며 남한 사회에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 전체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광장이 없다고 비판한다. 저마다 자신의 밀실을 가꾸는 데만 골몰하고 광장은 죽어 없어진 곳, 이것이 명준이 파악한 남한 사회의 본질이다. 북한 사회는 정확히 그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명준은 그곳에 가면 광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는 월북을 선택한 동기였다. 그러나 그는 곧 북한 사회가 밀실 없는 광장, 당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인민에게는 복창만 허락되며,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내밀한 공간은 허용되지 않는 감옥 같은 곳임을 깨닫게 된다. 포로 송환 과정에서 명준은 중립국을 택한다. 남쪽에는 광장이 없고, 북쪽의 광장은 진정한 의미의 광장이 아니었기에 그는 제3의 공간을 찾아 나선 것이다.


광장을 찾고자 하는 명준의 노력은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광장은 개인이 만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고, 이 점에서 연인과의 사랑은 광장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시다. 남한에서 대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책에 탐닉하고 자기세계를 가꾸는 데만 골몰했던 명준을 바깥 세계로 끌어낸 것은 윤애였고, 북한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은 은혜였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 현실에서 광장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명준의 사랑 또한 실패한다.


명준은 윤애가 육체관계를 거부할 때 상심에 빠지고, 은혜가 자신의 요구를 물리치고 무용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스크바 공연에 나섰을 때 절망한다. 이런 명준의 모습은 다분히 자기중심적이고 유아적이다. 명준이 사랑에 실패한 원인은 두 사람이 그를 배신해서가 아니라 그가 아직 미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에서 광장을 경험할 수 없었던 이유가 남과 북 양쪽 체제의 한계 때문이었다면, 사랑의 실패는 명준의 한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객관적 정세의 미숙과 개인의 한계가 두루 작용하여 광장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명준의 중립국 행은 이 이중의 실패에 뒤이은 선택이다. 그렇다면 중립국은 개인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될 수 있을까. 혹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중립국을 선택했을 때 명준은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었는데, 그것은 과거의 자신과 결별한 채 이제 와 다른 “전혀 새로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이는 광장을 추구해온 이제까지의 행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쨌거나 명준은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두 마리 갈매기가 나타나 과거를 환기시키기 전까지는.


이 책의 초반부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는 명준과 두 마리 갈매기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잘 보여준다. 이후 서사는 회상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 전면화되고, 명준이 두 마리 갈매기와 화해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이는 명준이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자신이 저지른 여러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대목에서 그는 중립국 행을 포기하고 두 마리 갈매기가 상징하는 그녀들과의 재회를 꿈꾸며 “또 하나 미지의 푸른 광장”인 바다로 뛰어든다. 바다는 그가 마침내 다다르게 된 광장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당시 강력한 반공주의를 표방했던 자유당 정권 아래서, 밀실과 광장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에 이르기 위해 월북을 감행하고, 거기서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자 마침내 중립국을 택하는 이야기를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광장』은 4·19혁명 직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통일 논의에 상당한 정도로 빚을 지고 있다. 명준이 마지막 선택지로 중립국을 택한 것은 혁명 이후 상당수의 사람들이 통일 방안으로 오스트리아식 영세중립국을 표방했던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최인훈은 명준에게 현실 속의 광장을 허락하지 않는데, 이는 현실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이 책은 분단 체제가 공고히 유지된 상황 속에서 읽혀 왔다. 이 체제가 와해되고 나면 아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맥락으로 읽히게 될 것이다. 그때 『광장』은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이해될지 궁금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2009


『화두』(전2권)

최인훈 지음, 문학과지성사, 2008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

김욱동 지음, 문학과지성사, 1996





정영훈 -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계간『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최인훈 소설의 주체성과 글쓰기』 『윤리의 표정』 『한평생의 지식』(공편)이 있고, 논문으로 「최인훈 소설의 여성 인식」 「최인훈 소설에서의 반복의 의미」 「1970년대 구보 잇기의 문학사적 맥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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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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