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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건축을 보는 건축가의 시선

문화 분야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

승효상 지음, 컬처그라퍼, 2012







건축을 보는 건축가의 시선


이원형 - 에이플레이스건축 대표





노무현 대통령은 집 근처에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달라는 부탁을 하고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청은 한 건축가에게 전해졌고, 그는 너럭바위 하나를 대지에 놓음으로써 낮지만 넓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간명히 기념했다. 비워지고 검박한 공간에서 건축의 본질을 찾고자 분투하던 건축가다운 설계였고, 묘역은 그가 평소 인용하여 말하던 ‘덜 미학적이지만 더 윤리적인 공간’이라 할 만한 장소가 되었다.


우린 모두 건축 안에 살면서 건축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마천루가 지시하는 삶의 양태와 낮고 작은 집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가치관은 다르다. 그리고 그걸 설계한 건축가도 다르다. 저자인 건축가 승효상이 봉하마을 묘역을 설계할 때, 그는 어떤 태도와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을까. 그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형성되어온 걸까.


저자는 국내외 여러 건축과 장소를 여행하며 벼려낸 자신의 건축관을 스물다섯 장으로 나눠 써 내려간다. 각 장마다 두 곳 이상의 건축을 비교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건축적 의미, 가치에 대한 그의 관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종교와 역사, 정치와 환경, 문화, 예술 이면에 서서 폭넓게 건축을 조망하는 자신 곁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듯하다. 책 제목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 알려주듯 저자는 오래된 것들에서 자기 건축의 지향을 발견했다면서 그로서는 오래된, 그래서 더 아름다웠을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소개한다.


저자는 부산 구덕산 기슭 여러 가구가 깊은 마당을 함께 쓰는 집에서 자랐다. 아침이면 마당은 북새통을 이뤘고, 정오에는 햇살과 빗줄기를 받아냈으며 저녁에는 밥 냄새와 웃음이 마당을 매웠다. 마당은 비어 있되 살아있는 비움이었고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서구 건축이 내세우는 ‘불확정적 비움’의 사례로 언급되는 일본 교토 료안지 마당의 적요함을 지적하는데, 그건 “시각적 미학일 뿐 그 속에 윤리는 부재했으며, 그게 비움이라면 확정되고 동결된 것”이고 “심지어 죽은 비움”이라고 직격한다. 즉 저자에게 비움이란 다양한 행위가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삶의 무대 그 자체이지 관망과 잉여의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우리 삶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일깨워지고 확인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며 삶의 역동성이 그대로 나타나는 건축과 공간의 가치를 높이 추켜세운다. 길과 마을을 보는 관점 역시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2011년 저자는 모로코 제2의 도시 ‘페즈’를 여행한다. 중앙공원, 중앙광장 하나 없이 백만 명이 사는 이 도시에서 저자는 실핏줄처럼 엮여 있는 길이 모두 나름의 쓰임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곳의 길은 때론 노천시장이나 놀이터, 공동체의 집회장으로 변모한다면서 “길은 그들에게 그냥 통행의 수단만이 아니라 그들의 공동체적 삶의 기억을 만들며 서로를 엮는 귀중한 공공영역”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더욱이 이 도시의 공간 구조가 “기념비적 랜드마크도 없어 모두가 고만고만한” 건물이 모여 있음을 상기하며 오래도록 많은 사람이 스스로 발전시켜온 도시야말로, 낮고 작은 것들이 모여 조용한 목소리로 서로를 토닥이는 도시야말로 기능적이며 아름답지 않느냐는 반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우리 도시도 페즈처럼 수수하고 검박했으며 생동감 있었기에 저자의 물음은 우리가 사는 곳을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서울의 달동네를 돌아다니며 가난한 이들이 지혜롭게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가 아는 모든 공간의 지혜와 방법”을 보았다고 밝힌다. 이를 토대로 자기 건축의 화두인 ‘빈자의 미학’을 선언했다고 말하면서, 서울의 달동네가 공간의 질마저 낙후되어 있다기보다, 모로코 페즈나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이웃이 일상으로 마주치며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공동체 공간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산토리니를 여행할 때는 그곳의 도시 구조가 달동네와 같음을 알아차리고선 쾌재를 부르기까지 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내 “도시 속의 암 같은 덩이”로 아파트가 들어서는 달동네 재개발을 목격하면서 “이것은 건축도 아니고 우리에게 가해진 심각한 테러 행위이자 범죄”라며 심각한 분노를 글로 쏟아낸다. 비판의 저변에는 “편리라는 말이 행복한 삶과 동의어가 아니며, 더욱이 우리가 살아야 할 지혜로운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관점이 깔려 있다. 우리도 같은 눈으로 도시를 바라본다면 저자와 같은 독설을 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도시를 비평하기에 앞서 저자의 눈을 빌려 우리 건축을 다르게 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우리 옛 건축의 특성을 요약하고자 시도한다. 건축의 인문학적 배경과 해설을 공간과 적절히 연결함으로써 물리적 실체 너머의 건축적 의미에 독자가 닿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담양 소쇄원의 지형을 따르는 동선과 정원의 위치와 연결을 “자연과 적극적으로 공존하려는 자세이며 자연과 나를 서로 이해시키는 지식인의 창조적 태도”로 해설한다거나, 병산서원 만대루에서 느껴지는 압도적 규모에 다음과 같이 감흥을 느낀다. “건축은 프레임으로서만 존재하며 자연을 적극적으로 매개하는 수단일 뿐이란 것” 이 책에서는 우리 건축을 보고 공감하는 이론적 시야를 틔워주는 작가의 배려가 느껴진다.


책은 침묵과 작은 소요를 오가며 조용히 뒷장으로 넘어간다. 각 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건축가 승효상이라는 하나의 주제는 시종일관 분명히 유지된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건축에 감응하며, 어떤 건축을 지향하는지. 행간을 넓게 쓰며 자신의 건축관을 담아내려 애쓰지만, 결국 건축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자존심이 더 짙게 느껴진다. 봉하마을 묘역에서 건축가 승효상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 죽은 이의 무슨 말을 대신 전해주고 싶었을까. 그리고 그 말은 잘 전해지고 있는 걸까. 건축이 하는 말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여행하며 보았던 수많은 건축이 그렇듯. 책을 읽고 나면 건축이 하는 말이 들릴지도.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


『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효형출판, 2011


『감응의 건축』

정기용 지음, 현실문화, 2008







이원형 -  (주)에이플레이스건축 대표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지금은 작은 설계사무실 대표로 일하고 있다. 공공건축과 주택을 주로 설계하며 좋은 건축을 하려고 분투 중이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건축교양모임 ‘건축은 놀이다’, 공동체주택독서모임 ‘도시 마을 공동체’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에서 건축도시 책 서평단으로도 활동했다. ‘문제는 건축(도시)야!’라고 생각하는 건축가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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