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허난설헌

2017-07-25 ~ 2017-10-29 / 그 많던 옛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경기도박물관의 <그 많던 옛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특별전은 경기도 31개의 시·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 약 1,500편 가운데, 우리 귀에 익숙하며 따뜻하고 교훈적인 이야기 20편을 선정하여 구성한 전시입니다. 신화·전설·민담 등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 공동의 문화유산인] 옛 이야기를 신비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자랑스런 이야기 등 4개의 주제로 구성하여 소개합니다.


허난설헌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허난설헌은 오빠, 남동생과 함께 글을 배웠다.


“여인이라 해도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조선 시대에는 사대부 가문이라고 해도 여성이 글공부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가풍 덕분에 허난설헌은 남자 형제들과 똑같이 글을 배우고 시를 지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네가 내 누이동생에게 시를 가르쳐 주게나.”


허난설헌의 오빠인 허봉은 친구 이달에게 허난설헌을 부탁했다. 이달은 서자 출신이라 벼슬길로 나가지 못하였지만, 글 짓는 솜씨가 뛰어나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허난설헌은 동생 허균과 함께 이달의 가르침을 받으며 글솜씨를 더욱 다듬어 나갔다.


허난설헌은 여덟 살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한시를 지었다. 신선 세계에서 광한전 백옥루에 대들보를 올리는 행사를 여는데,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고 상상하며 쓴 글이었다.


“어영차 동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새벽에 봉황 타고 요궁에 들어가 날이 밝자 해가 부상 밑에서 솟아올라 일만 가닥 붉은 노을 바다에 비쳐 붉도다. 어영차, 남쪽으로 대들보 올리세. 옥룡이 하염없이 구슬못 물 마신다. 은평상에서 잠자다가 꽃그늘 짙은 한낮에 일어나, 웃으며 요희를 불러 푸른 적삼 벗기네.”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쓴 이 시를 보고 사람들은 감탄하며 ‘천재 시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열다섯이 되어 허난설헌이 혼인할 나이가 되자, 명문 가문의 아들인 김성립과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불행하기만 했다.


“아, 답답한 이 마음을 둘 곳이 없구나.”


시댁에서는 여성이 글을 짓는 것을 싫어했고, 남편 김성립도 재능이 뛰어난 아내 허난설헌을 어려워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오빠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게다가 두 아이도 돌림병으로 잃자 허난설헌은 점점 시름이 깊어졌다.


“연꽃 스물일곱 송이, 서리발 달빛 아래 지는구나. 내가 쓴 시를 모두 태워 다오.”


허난설헌은 허균에게 자신이 쓴 글을 모두 태우라는 유언을 남기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누이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허균은 방 한 칸을 채울 정도로 많은 글들을 모아 불을 붙였다.


‘차마 이대로 누이의 모든 글이 사라지게 할 수는 없어. 누이는 하늘 선녀의 재주를 지닌 사람이야.’


허균은 누이가 놓고 간 글들과 자신이 외워 둔 글을 모아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608년 시 210수, 부 1편, 산문 2편이 담긴 《난설헌집》을 펴냈다.


《난설헌집》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책으로 나왔는데 큰 찬사를 받았다.


“이것이 정녕 조선 여인이 쓴 글이란 말인가!”


허난설헌이 여덟 살에 지은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은 허균이 당시 명필로 이름난 한석봉에게 부탁해서 한석봉이 쓴 목판본이 전한다.




천재 여성 시인이자 원조 한류스타


허난설헌|윤석남 작가|나무에 자개로 무늬를 넣어 만든 작품이다.


 

허난설헌 시집

허난설헌이 죽은 후 동생 허균이 누나의 시를 모아 만든 책. 중국으로 전해져 크게 인기를 얻었다.



앙간비금도|양천허씨 종손 소장|

허난설헌의 어릴적 작품. 아버지와 손잡고 날아가는 새를 보는 그림이다.



허난설헌(1563~1689)은 조선 시대에 활약한 천재 시인이다. 그녀가 태어나자 아버지와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여자아이로써 드물게 ‘초희’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남자와 같은 교육을 받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꽃피웠는데, 8세 때 ‘광한전 백옥루 상량문’이라는 신선 세계 모습을 그린 아름다운 시를 지어 신동으로 불리었다. 15세에 경기도 광주로 시집와 명문가 자제인 김성립과 결혼하였으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시집살이를 하며 재능을 펴지 못하고 홀로 외로워했다. 그러다 병으로 두 명의 자녀를 잃고 배 속의 아이마저 유산되면서 건강은 쇠약해졌고, 결국 27세의 나이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녀는 죽기 전 유언으로 자신의 시를 모두 태우라고 했지만, 그녀의 동생이자 <홍길동전>을 쓴 작가 허균이 남은 글을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다. 허균은 그 시집을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에게 보여 주었는데 매우 놀라 감탄하였으며, 후에 중국과 일본에 전해져 그녀의 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세부정보

  • 경기 옛이야기 특별전 <그 많던 옛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발행처/ 경기문화재단/경기도박물관

    발행인/ 전보삼

    발행일/ 2017년 7월

    전시총괄/ 전보삼, 이소희

    기획 및 진행/ 한준영, 김영미, 이지희, 조현이, 문종상, 오가영

    일러스트/ 경혜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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