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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새롭게 만나는 경기도 박물관 9

도당굿부터 소리까지… 전국 각지 퍼진 '경기스타일'

2020 중부일보 연재 시리즈 〈새롭게 만나는 경기도 박물관〉은 개관 25주년을 맞이하여 전시실 전면 개편을 진행한 경기도박물관이 중부일보와 함께 2020.06.28부터 2020.09.20까지 총 10회 시리즈로 제작한 콘텐츠입니다. 더 자세한 〈새롭게 만나는 경기도 박물관〉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중부일보 홈페이지에서 원문으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민속 : 경기스타일




경기약장

위쪽 천판에서부터 아래쪽 받침인 대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기둥을 세워 정교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앞에서 보면 2단 구성이나 옆널에 두 개의 옆쇠목을 덧대어 3단 구성인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조선시대 경기도는 전국 8도에서 한양으로 들고 나는 주요한 통로였다. 사방으로 향하는 일상의 길에서부터 중국으로 향하는 연행길, 일본으로 향하는 통신사길처럼 세계를 향해 가는 길도 모두 경기를 통했다. 한강과 임진강을 이용한 수로길 또한 번성하였다. 경기도의 포구와 강변이 위치한 곳에는 수많은 사람과 물산이 모여들어 전국을 잇는 수운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을 통해 경기도는 한양의 앞서가는 문화는 물론 각지의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고 영향을 끼쳤다. 자연히 오랜 시간을 거쳐 현존하는 민속전통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도당굿이 경기를 넘어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도 전승되고 있고 경기소리는 황해도·평안도의 서도소리와 내용과 형식적 구조가 유사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기벌을 달군 평야지대의 농악은 어떠한가. 함께 웃다리농악으로 묶여 충청도의 농악과 맥이 닿아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여주·양평·가평 등지는 행정 경계를 넘어 강원 서부와 통하는 산촌 생활양식을 긴밀하게 공유해 왔다.


역사상 경기도가 가진 사통팔달의 특징을 더욱 부각시킨 것은 조선후기에 일어난 사회경제상의 변화였다. 대동법의 실시, 상품화폐경제의 발달로 인해 15세기 삼남지방을 중심으로 생겨난 장시〔조선후기 지방에서 보통 5일 간격으로 열리던 사설 시장〕가 18세기 중반에는 경기도에만 100여 개소 개설되었다. 이 시기에 활동한 문신 이덕수는 장시가 번성하는 분위기를 실감나게 노래하였다.


...하늘에서 내린 경기 웅장한 산하를 이루었네

사방의 도회지는 뭇별이 북극성을 둘러쌓은 듯

모든 길에 물산이 폭주한다네


전국에서 가장 큰 15개의 장시 중 경기도의 광주 사평장·송파장, 안성 읍내장, 교하 공릉장이 들어 있다. 장시들은 한양에서 경기도를 거쳐 전국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들, 즉 남으로는 삼남로‧영남로, 북으로는 의주로 등을 중심으로 도시적·상업적 장시로 발달하였다. 숙종 연간의 『비변사등록』의 기사에 의하면 ‘안성은 삼남의 요충지로서 공인·장인 및 상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하였다. 이뿐 아니라 개성에는 한양의 육의전과 같은 시전이 발달하여 개성상인이 활동하였고, 수원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19세기에 물산이 활발하게 거래되었다.


장시와 그 주변에서는 물품의 거래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지역의 생활정보가 교환되고, 주요 절기와 명절에 따라 씨름대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남사당패나 놀이단이 와서 공연을 벌이고 다양한 구경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서민들의 문화활동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었다. 양주별산대놀이의 발달과 전승 사례에서 이러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원래 한양과 경기 일대에서 탈춤과 무언극, 재담 등을 결합하여 산대놀이가 유행하였지만, 양주에서는 그것을 이어받아 연희에 재능을 갖춘 하급관리나 서민층이 가세하여 지역을 중심으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 ‘별산대’라고 하는 독특한 산대놀이 전통을 만들어냈다.



안경과 안경집

조개껍질과 상어껍질로 안경집을 만들고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로 만든 원형의 접이식 안경을 넣어 보관하였다.




화각필통

홍송에 화각을 입혀 정교하게 만든 팔각필통이다. 위쪽 테두리는 상아를 덧붙여 대나무못으로 고정하였다. 몸체는 용, 해태, 거북, 기린과 같은 동물 사이에 구름, 화초, 바위 등을 배치하여 화사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박물관 유물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는 바, 장시에서 그리고 마을을 다니는 등짐장수들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들, 예를 들면 잘 만든 옷감, 담뱃대와 담배함, 수저와 수저집, 각종 노리개, 은장도, 갓과 갓끈, 탕건과 탕건집, 안경과 안경집, 신발, 붓과 필통, 유기, 옹기, 도자기, 소반, 장롱, 문갑류, 약장 등을 공급하였다는 점이다. 경기 지역에서 만든 목가구를 살펴보면 간결·검소하면서도 경쾌하여 비례가 좋은 특징을 보여준다. 반닫이의 경우 정방형에 가까운 형태를 바탕으로 다른 지방에 비해 전면의 면분할 형식을 갖추고 무쇠 장석〔강화〕, 만(卍)자형 장석〔남한산성〕, 여성취향의 화사한 주석과 백동 장석〔개성〕을 사용하였다. 장롱은 주로 이층과 삼층으로 만들어 수납이 용이하도록 하였고, 삼층장을 효율적으로 변용한 약장도 유행하였다.


장시의 성장, 인적 교류확대 등이 가져온 의식의 변화는 사람들의 공동체 활동의 확장으로 이어져 경기 서남부 일대는 오늘날에 무형문화재로 지정 및 전승되는 농사민속 - 김포 통진의 두레놀이, 고양 송포 호미걸이, 광명농악, 평택농악, 안성 남사당놀이, 이천 거북놀이 등 - 이 폭넓게 나타났다. “지시미〔평택평야에 소재한 지시미 들판〕 논 닷 마지기면 얼굴도 안보고 딸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좋은 쌀이 나오는 평야지대를 끼고 발달한 경기농악은 예전부터 남사당패에 관여한 인물들이 각 지역 농악단의 상쇠로 활동함으로써 넓은 지역에 걸쳐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다양하고 변화가 다채로운 꽹과리 장단에 맞추어 힘이 있고 역동적이며 빠르고 느린 동작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쩍쩍이춤, 좌우치기, 찍금놀이, 춤사위 등에 길군악칠채 장단을 지니고 있는 점은 경기도 이외의 농악과 구분되는 특성으로 강원 서부, 충청 북부 등지까지 퍼져나갔다.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경기스타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것은 사람과 물산이 모여들어 변화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심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김준권(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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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 〈새롭게 만나는 경기도박물관〉

    기획 및 발간/ 경기도박물관, 중부일보

    원문 제공/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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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박물관
자기소개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의 전통을 밝히고 계승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박물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