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바우농원 예술극장(윤해선님, 아트 스페이스 찰나)

한 번도 음악공연을 본 적이 없는 어머니를 위한 과수원 앞마당 공연

비대면 시대에 문화예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이전의 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진심으로 대면한 적이 있었을까요?


‘진심대면’이란 예술가와 문화수용자가 주체 대 주체로 만나 귀 기울여 대화하고, 예술의 가치와 위로를 전달하며, 그 속에서 진심을 주고받는 새로운 문화예술 방식입니다.


'진심대면-한 사람을 위한 예술'에 선정된 서른 네 팀의 수기를 통하여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진심대면의 새로운 소규모 문화예술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나아가 예술의 가치와 본질을 발현시키고 재난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를 희망합니다.


한 사람, 한 가족의 관객을 마주하는 ‘진심대면’의 순간들을 대면해 보세요.  




 부모님과 함께 포도와 먹골배를 재배해온 바우농원 이윤훈 씨는 작년에 수년 동안 치매로 고생 하신 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 윤해선 씨와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은 생에 단 한 번도 음악공연을 가본 적이 없는 올해 86세의 어머니를 위해 과수원 앞마당에서 최고의 선물을 선사한다.


 별을 딸 수 있을 만큼 높은 고개 밑에 위치한 마을, ‘비루개’라고 불리는 곳에서 바우농원 이윤훈 농부(67세)는 부모님의 과수원을 물려받아 평생 포도와 먹골배 농사를 재배해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 셋이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작년에 수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신 아버지를 보내고 이제는 어머니와 단둘이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다. 더구나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조차 좋지 않았다. 지팡이를 겨우 짚으면서도 혼자 농사짓는 아들의 농사일을 거들어 오기도 했다.


 포도농사를 짓는 아들은 생에 단 한 번도 음악공연을 가 본 적이 없는 어머니를 위해 코로나19 정국에 과수원 앞마당에서 최고의 효도선물을 선사하고 싶어했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행운이 찾아와 늦가을 오후 쌀쌀한 날씨에도 홀어머니를 위한 최고의 효도선물을 선사하게 되어 너무 가슴 뿌듯해했다.




그동안 어머니께 불효한 마음을 조금이나 위로받았다는 포도농부님. 공연을 어머니 혼자 보기에는 아까워 마을 어르신과 동네 사람들을 초빙하여 40여 명이 월드뮤직그룹 공명(아트스페이스 찰나)이라는 예술인들의 연주 공연을 듣게 되었다.


 모처럼 청소도 하고 어머니가 추울까 봐 장작불과 난로불도 피우고 의자도 준비하고 간단한 차 도 준비를 했다. 홀어머니를 위한 공연이라 가슴도 떨리고 흥분도 되었다는 바우 농원 농부는 어머니를 위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어 했다. 정작 본인은 공연을 안 봐도 행복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음악 공연. 꽹과리와 드럼, 퉁소와 기타, 대금과 피리, 북소리, 다양 한 악기로 어울려진 음악공연에 참으로 흥에 겨운 듯 연신 어머니는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한국 전통음악이 중심이 된 음악공연이라 전혀 낯설지 않았고, 집 마당에서 편히 앉자 동네 분들과 함께 즐기며 공연을 보는 어머니 역시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어머니께 공연이 어땠어요? 하고 물으니 "너무 좋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빼놓지 않았다. 전통 음악 연주공연이라 친근감과 음악에 대한 이해도 좋았다. 마지막 앙코르 공연으로 아리랑 연주 가 나올 때 손뼉 치며 흥얼거리는 우리 어머니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동네 사람들. 1시간의 짧은 연주 때문인지 다들 너무 아쉬워했다. 2시간 공연을 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아쉬움과 감동이 남는 공연이었다.






 윤해선 어르신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남양주로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조심스러웠고, 부쩍 추워진 날씨에 공연을 관람하기에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이 힘드시지 않을까, 준비한 공연을 즐겁게 보실 수 있을지, 고민을 안고 남양주시 별내면에 있는 ‘바우농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인 윤해선 어르신의 아들인 이윤훈 씨가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연주자들과 스텝들이 춥지 않게 난로를 새로 구매하여 준비해 주셨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는 시간이었지만 이날만은 업무를 중단하고 어머니를 위한 공연을 함께 준비해 주셨습니다. 어머니 단 한 명을 위한 특별무대를 구성하고, 좌석도 무대 앞에 마련해 주었습니다. 따뜻한 난로 또한 준비하여 어르신께서 춥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공연의 연주자로 참여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4인은 어르신께서 내어주신 차를 마시며 이 날 공연에 어떤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 좋을지 토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토의 결과 특별한 퍼포먼스보다는 공명이 다양한 국악기와 세계 민속 악기를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하나하나 악기를 설명 해드리고 일반인에게 낯선 악기는 짧은 곡으로 연주하는 방향으로 기획을 잡고 공연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예정된 오후 2시가 되어 윤해선 어르신이 객석으로 입장하시고 한 사람만을 위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을 대체적으로 편안하고, 흥겨운 음악으로 구성하여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연을 진행하였습니다. 신나고 경쾌한 곡에는 어르신께서 박자에 맞게 박수를 치며 즐겨주셨고, 잔잔한 곡에는 공명의 멤버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셨습니다. 또한 공연 중간에는 인접한 군부대에서 사격소리가 들려 흡사 전쟁영화에 나오는 OST 같은 느낌도 연출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을 위한 공연이 마무리되고 어르신께서는 공연관람에 대한 만족과 직접 이렇게 찾아와서 멋진 공연을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공명’의 멤버 4인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시는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의 기억에 멋진 추억을 남기고 떠나는 느낌이 들어 가슴 한쪽이 뿌듯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예술 공연을 계획하고 진행하면서 진정성을 전달하는 방법을 더욱 넓게 이해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많은 진심대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께서는 네이버, 유튜브에서 '진심대면'을 검색해 보세요.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자기소개
코로나19 상황 속 문화예술계 지원 및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