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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오! 구석기》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다면?...



구민주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 | 사진 전곡선사박물관 제공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곳이다. 30만 년 전 인류가 쥐었던 주먹도끼는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했고,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해주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이 작은 주먹도끼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보여준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전 《오! 구석기》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의 요구를 반영해 이루어졌다. 관람객들은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옷을 만들고,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 궁금해 했다. 이에 선사시대의 생활을 직접 재현하고 연구하는 ‘실험고고학’을 다양하게 활용해온 박물관의 네트워크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고동물의 화석과 현대수렵채집민의 옷을 수집하고, 구석기시대 석기, 매장유구, 장신구 등을 복원해 그들의 의·식·주와 죽음, 조각예술품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선사시대 사람들, 이렇게 살았다


박물관의 근간이자 정체성인 주먹도끼가 전시된 곳을 지나 알록달록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을 따라 전시실로 내려가면 지난 10년 간 박물관의 활동과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인쇄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지난 10년 간 발간한 전시·교육·홍보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어 영상 아카이브에서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상과 1968년에 제작한 캐나다 북극지방 이누이트 족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이누이트 족의 사냥과 놀이, 식사, 옷 만들기 등의 모습에서는 자연에서 필요한 재료를 인간들이 만든 도구를 사용해 얻는, 선사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삶의 원형을 짧게 나마 살펴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삶에 들어간다. 귀여운 외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7개의 선사시대 집 모형은 한국의 건축가와 독일의 실험고고학자가 만들었다. 자연에 기대 만들어진 구석기시대 집부터 터를 닦고 구조적인 집을 짓기 시작한 신석기와 청동기시대 집까지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집 모형에는 플레이모빌로 만든 사람을 넣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데, 이를 잘 살펴보면 다음 전시 코너에서 만나게 될 여러 행동을 미리 알 수 있다.


맹수가 남긴 짐승의 뼈에서 골수와 뇌를 훔쳐 먹었던 초기 인류. 그들은 석기를 만들면서 점차 사냥 기술이 발전했고, 불을 피우게 되면서 먹거리를 조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식물의 씨앗과 열매, 뿌리를 먹고 줄기를 뜯어다 밧줄과 실을 만들면서 인류의 삶은 발전했다. 이곳에 전시된 동물 뼈는 당시 구석기 사람들이 주로 사냥했던 짐승을 보여주고, 시기별로 변화한 석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의 옷은 대부분 실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매장 유구나 유적에서 나온 흔적을 토대로 복원한다. 체코와 독일의 실험고고학자가 만든 선사시대 옷은 구석기시대의 기술로 순록이나 사슴 가죽 등을 사용해 황토로 염색하고, 서로 다른 털을 꿰어 몸에 맞게 만들어졌다. 또 직물을 이용해 한층 얇고 가벼워진 드레스에 대롱조개와 황토로 장식해 멋을 낸 신석기시대 옷도 전시돼 있다. 단순히 동물의 가죽을 둘러 입었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뼈와 돌을 이용해 가죽을 이어 붙이고 꿰매 오늘날의 옷과 흡사한 모양을 만들어 냈다. 그들에게 두꺼운 가죽 옷은 추운 지방까지 진출할 수 있게 해줬고, 직물로 만든 옷은 몸의 수분을 조절하게 해줬다. 옷을 통해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고고학, 복원·복제의 매력도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고고학의 매력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실험고고학자들은 당시 기술을 연구해 뗀석기, 의복, 예술품, 생활도구를 실험제작하기도 하고, 유물과 유구의 복제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먼저 본 집 모형과 의복은 물론 공예와 죽음을 다룬 코너에 전시된 각종 조각 예술품과 매장유구 역시 실험고고학을 활용했다.


공예 코너에서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사람과 동물의 조각상을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복제품이지만 각각의 조각상들이 가진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사자가 인간처럼 서 있는 사자 인간 조각상, 지역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띠는 다양한 비너스, 동물이 뛰는 모습과 표정을 담은 조각상 등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온 인간의 본능과 전통이 이곳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물관이 개관 후 꾸준히 수집해온 고인류의 매장 유구와 화석의 복제품은 마지막 ‘다양한 삶의 끝, 죽음’ 코너에서 만날 수 있다. 매장 유구는 당시의 매장풍습과 죽음의 이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요한 사료이다. 이를 통해 구석기시대 사람들도 사고·질병·식인풍습 등 다양한 방식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또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을 끝까지 돌봤던 일,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아이를 돌보거나 일상 작업에 참여했던 일 등을 유구와 화석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그 옛날에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간의 삶과 정서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체험하고 질문하는 재미가 쏠쏠


박물관은 이번 5개의 전시 코너 사이마다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박물관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랐던 관람객의 의견을 담아낸 것이다. 구석기시대에 등장한 실 짜기, 구슬 꿰고 소원 빌기, 매머드 머리로 만든 모형 북 두드리기, 동물 화석 발굴해보기 등 체험 공간은 아이들에게 구석기시대를 상상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듯하다.


전시 코너마다 적혀있는 재미난 질문도 눈여겨보자. ‘구석기 사람들도 양치질을 했나?’, ‘구석기 시대에도 카펫이 있었나요?’, ‘옷에 염색도 했나요?’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서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곧장 답변이 궁금해진다. 이러한 질문과 답은 우리가 몰랐던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상세하고 흥미롭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전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콘텐츠는 바로 이한용 관장의 소장품 수집 이야기이다. 전시된 소장품의 벽면에서 볼 수 있는데, 러시아에서도 구하기 힘든 예벤끼족의 전통 의상을 얻게 된 이야기부터 기증자와 기존 기증처를 설득하고 허락을 구해 가지고 오게 된 고동물 화석 이야기까지 박물관이 어떻게 소장품을 수집 했는가에 대한 뒷이야기가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오! 구석기》전과 함께 보면 좋을 《열 개의 물건, 열 개의 이야기》(~8.29)’도 놓칠 수 없다. PH-X 아트섹션에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전곡선사박물관과 관련된 10개의 물건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전시돼 있다. 개관 당시에 정리해둔 건축 기록물과 이 관장이 직접 만든 주먹도끼, 박물관에서 발간한 '제1호 뉴스레터' 등 박물관 관계자들이 직접 선정한 물건들을 통해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의미를 들려준다. 박물관이 만들어지고 10년이란 시간이 흐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 진심이 이곳에 모여 있다.


전시를 보고 나면 관람객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구석기시대의 ‘의·식·주’의 의미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오랜 옛날을 살았던 인류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았을까 하는 질문의 답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주먹도끼처럼 아주 먼 일이면서도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석기시대는 물론 전곡선사박물관의 지난 10년과 미래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 《오! 구석기》는 9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전곡선사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오! 구석기》는

경기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전시인사이드>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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