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오픈랩 전시 「어린이라는 세계」 - <리즈닝미디어>

2021-10-01 ~ 2021-12-19 /


<리즈닝미디어>


리즈닝미디어(Reasoning Media)는 ‘사유하는 미디어’라는 모토로 뉴미디어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놀이와 경험을 만드는 연구창작그룹입니다.
블루메미술관 (2018) 전시를 비롯하여 사비나미술관, 여수 예울마루 등에서 다양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연구의 시작>
어린이를 탐구하는 연구자로서 처음 가졌던 질문은 ‘어린이들의 생각 방식은 어른과 어떻게 다를까?’였어요.
어른들은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안전하게 달성하는 방법으로 생각을 구성하곤해요. 이것을 한마디로 ‘지름길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대부분 어른들이 생각하는 패턴은 ‘지름길의 지도’를 더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되어 있을 거예요.
반복된 경험으로 검증된 가치를 따라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검증된 가치라는 상수가 변하고 있는 시대에요.
이런 위험을 극복하려면 변화에 맞는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머리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낭비하거나 위험한 시도를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요.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게 만들 수 있는데 말이죠. 이런 머릿속의 생각에 변화를 주려면 위험을 회피하는 인간의 원형을 관찰해야죠. 그게 어린이가 놀이를 하는 것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어른들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한정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는 현상에 집중해 몸에 있는 감각들을 전부 활용하려는 특징이 있어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무작위로 적용하기도 하고요. 어린이들의 놀이 방식을 보면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조적인 시도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어요. 어른들이 지름길의 지도를 만드느라 쓰지 않았던 여러 가지 행동이나 깊숙이 숨어있던 다른 생각들이요. 그래서 어린이의 다양한 생각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드는 것은 늘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에요.

<연구의 현재, 어린이와 나>
저는 탐험을 좋아하는 어린이였어요.
혼자 탐험에 나서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탐험을 가기도 했고요. 모르는 동네와 산, 그리고 골목의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지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의 경험은 지금도 온도, 냄새 등 작은 부분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몇 년 전 다녀온 해외여행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죠.
어른이 된 후의 해외여행보다 어린 시절의 동네탐험이 저에겐 훨씬 더 강렬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정보들이 나의 생각 방법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추측해요.
어릴 때는 모든 기억이 중요한 기억이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중요한 기억들을 선별해서 저장하는 것 같거든요.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는 바로 나의 판단이 어떠한 현상을 임의대로 선별해서 저장하는 행위를 하는가 안하는가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이’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잊히지 않은 경험들이 지금도 아무런 중요도를 가지지 않은 듯 그 자체로 생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른은 어린이를 지나왔지만 다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저는 우리 시대의 어린이를 과거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지금 세대의 어린이는 전혀 모를 수밖에 없어요.
시대가 달라지고 보고 듣는 것이 달라져 과거의 어린이처럼 경험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어린이들을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생각하지 못하는 지금 시대의 많은 보물들을 어린이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연구의 미래>
저는 어린이를 위한 작업을 할 때 어린이가 스스로 더 많은 정보와 경험을 탐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감각을 열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인간은 몸의 모든 기관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각 기관들의 정보가 편중되거나 부족하면 사고도 편중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워요.
요즘 어린이들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야하기에 직접 비를 맞거나 바람을 느끼기 힘들뿐만 아니라 여러 모양의 돌멩이를 만져보기도 힘든 현실이에요. 이러한 결핍을 해결해줄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놀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한정적이라고 느끼는 공간과 제한된 놀이 경험 속에서도 어린이들은 저마다 창조적인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거에요.
어린이들이 나중에 그 놀이의 온도와 냄새, 촉감을 강렬하게 기억한다면 그 경험 자체로 삶에 풍성함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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