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줘요! GGC(Gyeong Gi Culture)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문화예술 소식을 하나로 모아 시민들께 전달합니다.

알려줘요 GGC! 경인방송 라디오 <박성용의 시선공감> FM90.7MHz

진행 : 방송인 박성용 | 출연 : 이실아 아나운서

방송일 : 2025년 9월 4일(목)

■ 박성용 : 요즘 문화생활 잘 즐기고 있으신가요? 문화를 사랑하는 모든 분을 위해 가장 먼저 유익한 문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Gyeong Gi Culture ‘알려줘요 GGC!’ 오늘도 문화요정 이실아 아나운서 나와 있습니다.

◇ 이실아 : 안녕하세요! 9월의 첫 주, 오늘도 여러분의 시선을 사로잡을 문화 소식을 갖고 온 아나운서 이실아 입니다. 더없이 교양을 즐기기 좋은 계절,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석양빛으로 물든 하늘이 참 예쁘더라고요.

■ 박성용 : 맞아요. 여전히 낮엔 햇살이 뜨겁지만, 그래도 9월 들어서 가을이 온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을맞이 어떤 소식을 갖고 오셨나요?

◇ 이실아 : 오늘은 가장 시대를 앞선 예술이랄까요? 현대에 들어서 예술사를 비롯해 미디어의 가장 큰 전환을 가져온 것이 있다면 바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디오, 영상 매체 아닐까 싶습니다.

■ 박성용 : 저는 비디오가 나온 순간 오늘 소개할 전시가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라는 것을 알았어요.

[출처= 경기문화재단]

◇ 이실아 : 척하면 척! 맞습니다.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빛과 소리가 쉴 새 없이 흐르는 도시 속에서 현재·과거·미래가 한 화면 안에서 맞물리고 있죠. 오늘 소개할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입니다.

■ 박성용 :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제목부터 뭔가 굉장히 시적이고 감각적입니다.

◇ 이실아 : 제목은 서정적이지만 전시에서는 최첨단 미디어 기술의 현대 예술을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조권진 학예사를 통해《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까요?

[인터뷰 /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조권진] “이 전시는 비디오 시공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백남준의 사유를 바탕으로 동시대 최첨단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다층적 시공간을 살아가고, 또 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전시《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는 백남준이 꿈꿨던 비디오로 연결된 삶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획하였습니다.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라는 표현은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시 ‘영원’에서 가져온 표현인데요. 백남준은 랭보를 베타맥스의 가장 훌륭한 대표자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서 백남준은 비디오라는 매체가 지닌 특유의 비선형적인 시간 감각을 시적으로 포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시구가 비디오의 성질을 굉장히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가져왔습니다.”

■ 박성용 :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시적인 표현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에서 따온 제목이었군요. 근데 설명을 들어도 좀 어려운 것 같아요.

◇ 이실아 :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부터 베타맥스, 비선형적인 시간 감각까지 뭔가 다 생소하실 텐데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설명을 들어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박성용 : 그러면 이번 전시에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실아 아나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출처= 이실아 아나운서]

◇ 이실아 : 네, 알겠습니다. 먼저 백남준아트센터에 가면 1층에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지금, 미래를 투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문구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백남준은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던 것이죠.

■ 박성용 : 그래서 백남준의 작업물들을 보면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 이실아 :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19세기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도 시인이자 예술가로서 시대를 앞지르는 시를 지었는데요. 지평선에 걸려 있는 해를 그 순간만 포착해서 사진으로 본다면 우리는 이게 동이 트는 새벽인지 아니면 해가 지는 저녁인지 알 수 있을까요?

■ 박성용 : 모르겠네요. 딱 그 순간만 본다면, 일출인지 일몰인지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 이실아 : 그 시간의 경계가 무너진 순간을 랭보는 시 「영원」에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로 표현했습니다.

■ 박성용 : 아, 그래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군요!

◇ 이실아 : 네. 이 부분을 ‘비선형적 시간 감각’이라고 하는데요. 시간이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과거와 미래, 현재가 서로 뒤엉키고 동시에 일어나는 듯한 감각을 말합니다.

■ 박성용 : 그러니까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거네요?

◇ 이실아 : 맞습니다. 백남준 또한 비디오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비선형적 시간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매체라고 보았는데요. 우리가 비디오를 볼 때 일시 정지, 되감기, 빨리 감기가 가능하잖아요. 이런 속성이 바로 ‘비선형적 시간’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출처= 경기문화재단]

[출처= 경기문화재단]

■ 박성용 :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백남준은 비디오를 활용해서 시간의 흐름을 해체하고 확장하면서 다양한 작업을 남겼잖아요. 제목 속 시적인 감각과 백남준의 비디오 실험이 이렇게 연결되는 거군요.

◇ 이실아 : 네. 이렇게 저를 따라 맥락을 차근차근 짚어 나가면 어렵지 않게 전시를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제 전시 작품 소개로 넘어가 볼까요? 학예연구사님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조권진] “스크린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디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러한 그 비디오의 시공간을 우리는 매일 마주합니다. 이 전시는 이러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탐구해 보고자 ‘비디오 몰입’이라는 단어로 키워드를 삼았습니다. 5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 작품들로,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 그리고 강이연의 <배니싱>, 구기정의 <투명성 시각 풍경>, 권혜원의 <우로보로스 엔진>, 그리고 염인화의 <솔라소닉 밴드(Inst.)>라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각기 다른 비디오 시공간들을 한번 느껴보시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박성용 : 결국 이 전시는 단순히 영상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어떤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만드는군요. 관람객마다 전혀 다른 해석과 체험을 할 수 있겠어요.

◇ 이실아 : 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미래를 사유하는 백남준의 예술정신과 비디오를 함께 주목하면 좋은데요. 백남준은 인류가 더 이상 말이나 글이 아닌, 비디오로 사건을 기록하게 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비디오리(videory)’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죠. 요즘 우리가 SNS에서 숏폼 영상을 소비하는 모습과 닮지 않나요?

■ 박성용 : 그렇네요. 지금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이미지와 비디오를 스쳐 지나가듯 보고 있잖아요.

◇ 이실아 : 네, 그러다 보면 정작 우리가 어떤 시간 속에 살고 있는지 놓치기 쉽잖아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비디오 몰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의 시공간을 다시 묻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 박성용 : 이번 전시는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핵심일 것 같네요.

[출처= 경기문화재단]

◇ 이실아 : 맞습니다. 특히 360도 스크린 프로젝션은 꼭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사방이 영상으로 가득 찬 공간에 들어서면, 다층적 시공간 속에 들어간 듯 느껴집니다. 제가 비디오 프로젝션 작품 중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부를 준비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예고하는데, 조금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사운드 / 작가 백남준] 비디오 원본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부

■ 박성용 : 소리로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 드는데요?

◇ 이실아 : 매우 신명 나죠? 이 비디오의 원작은 총 45분 분량인데요.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을 가득 메운 360도 스크린을 통해 원본을 재편집한 10분 분량의 영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 동시대 작가 4인의 비디오 작품도 함께 보실 수 있어요!

■ 박성용 : 공간을 꽉 채운 360도 스크린이라니 듣기만 해도 압도적이네요. 단순히 감상하는 게 아니라 ‘비디오 속을 직접 걸어 다니는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 더욱 기대됩니다.

◇ 이실아 : 네, 저도 공간에 들어선 그 순간에야 비로소 ‘비디오 몰입’이 어떤 건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감상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 박성용 : 이제 비디오 몰입이라는 키워드가 더 잘 와닿는 것 같네요. 나머지 동시대 작가들은 어떻게 작업을 했을까 더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 이실아 :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꿈꿨던 ‘기술과 예술,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 도시’에 대한 상상력이 출발점이 되어서 현시대 최첨단 기술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알 수 있는데요. 동시대 작가의 작품 설명도 들어볼까요?

[출처= 경기문화재단]

[출처= 경기문화재단]

[인터뷰 /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조권진] “동시대 작가님들은 각각 특별한 주제가 좀 있는데, 권혜원 작가는 몰입적 기술의 기원에 대한 인간의 시지각(Visual Perception) 같은 것들을 탐구하는 그런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고요. 염인화 작가는 기후 위기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서 미래의 타자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그리고 또 질문하는 이야기들을 비디오를 통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기정 작가는 자연과 기계가 뒤섞여져 있는, 경계 없는 디지털의 화면들을 통해서 경계들을 실험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고요. 그리고, 강이연 작가는 지구가 겪어왔었던 멸종과 소멸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과 인류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 박성용 :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단순히 비디오 작품을 감상하는 걸 넘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대의 질문을 함께 고민하게 되는 전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환경, 기술, 인간의 지각 같은 키워드들이 모두 우리 삶과 이어져 있어서 더 깊이 와닿습니다.

◇ 이실아 : 네, 특히 염인화 작가의 <솔라소닉 밴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인데요. 가상현실로 구현된 무대 속에서 인공지능 멤버들이 기후 위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연주합니다. 관객은 증강현실 기기를 통해 공연 리허설에 참여해 볼 수 있는데요. 단순한 영상 감상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어 밴드를 이끄는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 박성용 : 오, 그러면 나도 ‘밴드 멤버’가 되는 셈이네요? 이거야말로 전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이네요.

◇ 이실아 : 맞아요. 여기에 첨단 기술이 결합해서 동시대 작가들은 예술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사유하는지도 경험해 보시길 바랄게요!

[출처= 경기문화재단]

■ 박성용 : 와, 그야말로 ‘비디오 몰입’의 축제네요.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참여하고, 또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니 키워드에 딱 맞는 전시 같아요.

◇ 이실아 : 네,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는 경험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전시 일정에 대해 들어보시죠!

[인터뷰 /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사 조권진] “9월에는 음악을 통해서 또 한 번 몰입에 빠져보는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프로그램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는 2025년 8월 7일부터 10월 19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서 선보입니다. 90일이 좀 안 되는 기간 동안 전시를 선보이고, 그리고 이번 전시의 비디오 프로젝션의 작품들은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더 큰 대형 설치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 이실아 : 다음 주 토요일이죠. 9월 13일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승규와 전자 음악가 키라라가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열린다고 합니다. 전시장 안에서 느낀 감각이 무대 공연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이 기회 꼭 놓치지 마세요!

■ 박성용 : 근데 이번 전시는 유달리 짧게 운영하는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석 달도 안 되는 기간이잖아요.

◇ 이실아 :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비디오 프로젝션 작품은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작품은 지금이 아니면 못 보거든요! 그러니까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서둘러 가보시길 바랍니다.

■ 박성용 : 그러게요, 끝나기 전에 서두르셔야겠습니다. 오늘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특별전, 《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까요,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이실아 : 네, 9월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빛과 영상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여러분의 일상에 예술이 스며드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 박성용 : 실아 씨, 고마워요. 이실아 아나운서는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경기도의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소식을 전하는 Gyeong Gi Culture ‘알려줘요 GGC!'. 이 방송은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합니다.

해당 방송은 "알려줘요! GGC" 경인방송 누리집과 팟빵을 통해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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