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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박미례 개인전《해산첩(海山帖)》

2026-10-02 ~ 2026-11-29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풍화하는 살과 융기하는 뼈: 해산의 지질학


박미례의 《해산첩(海山帖)》은 관조적 유람 형식을 벗어나, 지각 변동과 기후의 충돌이 신체 감각을 관통하는 물질적 해산(解産)의 장을 선보인다. 여기서 해산은 기존의 결합을 풀어 물질과 생명을 새로운 상태로 이행시키는 조형적 실천이다.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사건이 아닌 지질학적 변태(Metamorphosis)의 연속된 과정으로 전환된다.


과거 작업에서 맹수의 살갗이나 접시꽃의 혈색 등 개체에 응축된 생명력을 포착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유기체의 비명 대신 무기물의 끊임없는 움직임에 주목한다. 생명의 징후를 암석과 광물, 물과 대기의 운동으로 이동시키며 존재의 층위를 지화학적(地化學的) 차원으로 확장한다. 바위가 풍화되어 다른 지층의 일부가 되듯, ‘살아 있음’은 고정된 형태의 보존이 아닌 또 다른 물질로 변이하는 역동성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박미례의 회화는 안료의 퇴적을 넘어 만물이 유동하는 에너지의 장이다. 작가는 산과 바다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그것이 생성·침식·변형되는 힘의 궤적을 좇는다. 노동하는 신체의 호흡을 담은 유연한 필선은 형태의 윤곽 대신 물질이 부딪히고 스며드는 경로를 따른다. 혈액의 철과 뼈의 칼슘이 대지의 광물질과 이어져 있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살과 암석은 분리되지 않는다. 살은 풍화하고 뼈는 융기하며, 신체는 고정된 개체를 벗어나 끊임없이 생성·해체되는 하나의 지층이 된다. 이로써 《해산첩》은 생물권에 머물던 신체 감각을 암석권으로 확장하며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무생(無生)의 경계를 지운다.


이러한 장면은 자연을 초월적 대상으로 신비화하는 자연주의를 넘어 서로 다른 원소들이 얽히며 일으키는 거대한 ‘지질학적 변이’라 할 수 있다. 관찰자의 위치에서 벗어난 작가 역시 대지의 흐름 속에서 풍화와 융기를 겪는 하나의 물질적 존재로 참여한다. 결국 박미례에게 살아 있음(在生)이란 완결된 형태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를 해산하여 끊임없이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힘이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팀장│정희라

세부정보

  • 전시명/ 박미례 개인전《해산첩(海山帖)》

    전시기간/ 2026. 10. 2.(금) ~ 2026. 11. 29.(일) / 휴관일 없음

    전시장소/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주최/ 박미례

    주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후원/ 강원도, 강원문화재단

    관람료/ 3,000원(카페 이용시 무료, 강원도민 무료)

    관람시간/ [매일] 오전 11시~ 오후 6시 30분(오후 6시 입장마감)

    오프닝 리셉션/ 2026. 10. 2.(금) 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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