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씨가이드 1] 양평_Celebrity's Space : 오랜 세월 물과 바람으로 다듬어진 바위군

벽계구곡을 답사하며

민정기 | 화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노문리 535-6’을 검색하면 화서 이항로 선생의 생가 및 기념관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곳에서 화서 선생의 면면을 살펴본 뒤 오던 방향에서 좀 더 걸어 가면 우측에 큰 느티나무를 지나치는데, 거기서 좀 더 가면 우측으로 수입천水入川으로 내려갈 수 있는 좁은 산길이 나온다. 이 길은 얕은 펜스로 가려져 있지만 지나가는 데는 문 제가 없다.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든지 흐르는 천川으로 내려와서 바위와 모래밭 사이 를 조심스럽게 지나 오던 방향에서 계속 더 올라가면 오랜 세월 물과 바람으로 다듬어진 변화무쌍한 바위군을 만나게 된다. 충분히 바위군을 감상하다보면 분설담噴雪潭이라는 각자刻字를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이 화서 선생의 서체인데 수량이 많을 때 이 바위에 부딪 쳐 흩어지는 물살이 마치 흰 눈을 토하는 모습과 같다는 뜻이다. 이곳이 화서 이항로 선생 이 경영하던 벽계구곡의 6곡曲 분설담이다.


이곳을 잘 아는 분과 함께 답사하기 전에는 벽계구곡의 아홉 곡을 하루에 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니 시간을 내어 찾아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구곡’은 남송의 주자朱子가 ‘무이구곡武夷九曲’을 경영한바 조선시대의 여러 성리학자들 이 이를 본받아 우리 땅에서 산수가 수려한 곳에 구곡을 경영하게 되었다. 무이구곡은 중 국 푸젠성福建省에 있는데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서 필자도 두 번 답사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멀지 않고 비행기편도 편리하니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 생각한다.


벽계구곡蘗溪九曲은 서종면 수입리에서 노문리에 이르는 십여 킬로미터의 수입천을 이른 다. 1곡은 외수입外水入이라 하며, 수입천이 북한강으로 굽이쳐 흘러나가는 정경을 볼 수 있 는 곳을 말한다. 2곡은 내수입內水入이라 하며, 북한강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수입천이 굽 이쳐 돌아가는 곳을 말한다. 3곡은 정자 터로 수입천이 훨씬 내륙으로 들어와 잔잔히 흐 르는 곳을 말한다. 물에 씻긴 큰 바위, 물길 옆에 솟은 절벽의 진달래꽃, 그리고 흰 백사장. 이 전체의 장면 속에 틀림없이 정자가 있을 법하다.


4곡은 3곡에서 계속 나아갈 수 없어 차를 돌려서 다시 나와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가 볼 수 있는 제법 깊은 천이 있는 곳으로 용소龍沼라 한다. 5곡은 거의 흐르지 않는 듯한 넓은 곳으로 ‘자라’가 있다고 해서 별소鱉沼라 한다. 이곳은 찻길에서 걸어서 조금 내려가야 하 는데 큼직한 바위에 쇄취암鎖翠岩이라는 화서 선생의 각자를 볼 수 있다.


7곡은 석문石門으로, 6곡 분설담에서 차를 타고 큰 느티나무를 지나 가파른 언덕을 조금 오르다가 차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가면 바위에 ‘石門’이라고 새긴 화서 선생의 각자를 볼 수 있다. 8곡은 속사천速斜川이라 하여 물살이 매우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예전에는 필자 가 그린 그림과 같이 산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건물들이 들어서서 풍경이 바뀌었다. 하 지만 차도에서 길을 찾아 물길로 다가가면 빠르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9곡으로 가기 위해서는 8곡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가다가 오른쪽으로 난 좁은 길로 접 어들면 보이는 주차장에 우선 주차를 해야 한다. 그다음 오른쪽으로 수입천을 끼고 좁은 산길을 오르면 오래된 풍상을 겪고 서 있는 선바위를 볼 수 있다. 이곳이 구곡 일주암一柱 岩이다. 선바위 아래로 흐르는 거친 물살과 온갖 형상의 바위를 감상하노라면 여기가 수 입천에서 가장 깊은 곳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