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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역사문화유산원
만추, 고택의 즐거운 오후
2017-11-19 ~ 2017-11-19 / 음애공 파고택에서 열린 문화유산 체험축제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용인 한산이씨 음애공파고택에서 지역의 전통 문화와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정다운 축제가 열렸다. 추위도 잊힐 만큼 다채로운 체험과 주민들, 문화 협력체가 의지하여 되살려낸 전통의 미가 고택의 한산함을 가득 채웠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은 청아한 빛깔이 아름다운 유생복을 입고 있었다. 타 방문객들도 고택 한 켠에 마련된 유생복을 입어볼 기회를 가졌다. 따뜻한 안채에서는 서로 어깨를 맞대고 모여앉은 아이들, 어른들이 단청 색칠하기 놀이로 옛 문화의 미를 채색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끈을 재료로 하는 전통 매듭 만들기에도 이미 많은 참여자들이 몰려 있었다. 브로치며 머리끈을 만들어 선보이는 얼굴들마다 전통 매듭의 색채처럼 생기가 가득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하여 전통 매듭 만들기를 전수하는 수원시 전통문화관 규방공예의 이미영 님은 “수업의 2기를 수강하며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직점 하나를 만들고 나면 몸에 익어 누구나 쉽게 전통 매듭을 만들 수 있다”고 인터뷰하였다. 정말 모여앉은 아이들은 금세 매듭을 만드는 방법을 금세 습득하여 서로 노하우를 주고받았다. 옆에서는 한옥 레고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고택 안에서 한옥의 형태를 직접 본딴다니,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이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른 땅에 기단을 올리고, 고막이를 두고 대들보를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한옥의 구조에 대해 손쉽게 익히고, 이 고택이라는 공간에서 머물며 찾고 가꾸어야 할 우리 문화 유산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었다.
신나는 놀이 체험
세계전통문화놀이협회에서 참여한 호렁지기 전통 놀이체험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고택의 넓은 마당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작은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던지기, 굴렁쇠 굴리기의 4마당으로 이루어진 체험은 전통 문화 속에 공동체 문화를 아이들에게 남몰래 심어주었다. 게임이 진행되고 마당이 넘어갈수록 바톤을 넘기고 모르는 부분은 가르쳐주며 가까워지는 주민들, 아이들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직접 풍물을 배워 온 아이들의 난타 공연 역시 고택 한 켠을 수놓았다. 시원스러운 소리와 아이들의 흥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옛 정취를 보여주었다. 15년 전부터 다양한 문화 축제에 참여해온 유서 깊은 전통 매사냥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이들은 장갑을 끼고 매를 손등에 얹어보고, 쓰다듬기도 하며 소리 높여 웃었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유산에도 등재된 전통 매사냥은 단순히 과거의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재단 안에 속하여 각 지역에 있는 문화에 접목하여 매 체험을 이어온 다부진 심지의 문화이기도 했다. 자연물을 대하는 태도로서 인문, 생태에 걸쳐 참여자 모두가 넓은 세대의 문화를 향유하고 널리 보전하는 값진 체험이었다.
나아갈 장소
전통의 미와 더불어 아이들은 안채에 마련된 VR체험에도 나섰다. 이 고택에 있어 더욱 생소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안경처럼 쓰고 있는 아이들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체험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고택의 마루에는 생태와 문화를 담은 책들과 주민들이 직점 만든 천연비누와 천연샴푸, 천연한방연고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유행하거나 트렌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들이 고택에 함께하며 퓨전 요소이자 아이들이 고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거의 새로움은 현재의 발전에 기여하거나 협동하고 있음을 잊지 하지 않았다. 음애공파고택의 정다운 울림, 그리고 흥겨운 놀이들은 주민들과 창작자들의 경계를 허물어 주민이 곧 지역 문화의 창작자로서, 창작자가 곧 삶의 터를 개선하고 풍요롭게 하는 주민으로서 더 많은 상호작용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방치되었던 아름다운 고택 역시 주민들에게 공개되고 문화 장소로서 체택되고 가꾸어져 이전의 문화를 품고 지금의 예술을 이어가는 보다 값어치 있는 매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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