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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공간의 발견

경기도미술관 꿈틀

본 컨텐츠는 경기도미술관 상설교육전시 "공간의 발견" 전시서문입니다.


윤가혜 |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시를 오픈하고 얼마 후에 대학생들이 찾아왔다. 공간의 발견 전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수업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고도 했다. ‘배움의 공간’인 미술관에 학생들이 배우려고 왔다는데 무엇인들 못해줄까.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주었다. 학생들은 전시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전시 주제는 왜 ‘공간’으로 정했는지, 전시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지,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서 무엇을 알았으면 하는지 등등에 대해 제법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왔다. 마침 도록 출간을 앞두고 전시 서문의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에, 학생들의 이 질문들이 이번 전시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공통된 물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나감으로써 전시에 대한 머리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배움의 공간, 미술관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미술관에 갈까? 2014년과 2015년에 서울 및 경기도 소재 미술관 관람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러 설문 조사들에 따르면 미술관 관람의 가장 큰 동기는 ‘미술에 대한 지적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로 나타났다. 1)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미술관을 찾는다. 하지만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에서 배움의 임무를 완수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전시된 작품들 자체도 난해하거니와 전시와 작품을 설명하는 글들도 어렵게만 느껴져, 전시 해설을 듣지 않고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때가 많다.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불쾌감이나 당혹감을 가지고 돌아가기도 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의 관람 인원은 해마다 상승세다. 창의성 학습, 사회 교육이나 평생 학습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안적 교육 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반응 또한 대단하다.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한 평일 오전 시간, 미술관에는 5세 유아 단체에서부터 중고생 학교 단체에 이르기까지 ‘미술을 알기 위해’ 미술관에 온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주말에 미술관을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미술을 주된 콘텐츠로 다루는 경기도미술관은 최신의 동시대 미술의 주제와 형식을 소개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불어, 현대미술과 관람객 사이에 배움의 다리를 놓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꿈을 담아내는 틀’이란 뜻을 가진 ‘꿈틀’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도미술관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일이 어렵지만 즐거운 지적 탐구의 과정임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고, 미술이 우리 삶 전반과 어떤 영향관계를 갖는지를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는 교육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꿈틀’, 미술의 기본 요소를 다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미술에 대해 더 알고자 미술관에 온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경기도미술관의 답은 가장 ‘미술관스러운’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꿈틀’은 색, 공간, 형태와 같은 미술의 기본 단위 요소들을 주제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꾸리되,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경기도미술관의 성격과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미술관의 소장품 500여점 중에서 선별하여 진행하였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인 만큼, 전시실에 배치되는 모든 작품에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설명문을 함께 제시해 전시 관람이 ‘당혹스러운’ 경험이 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전시 관람의 중간과 종결부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활동을 통해 흥미와 즐거움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꿈틀 교육 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 및 초, 중학생 단체와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프로그램 참여자는 미술의 기본 요소들을 삶 속에서 찾아보고, ‘색이 없는 대상에 색을 부여’하거나 ‘줄자 없이 공간을 측정’하는 등, 미술을 도구 삼아 틀에 갇힌 생각을 풀어놓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한 전시는 연중 9월에 한 번 교체되고, 교육프로그램은 매학기와 방학마다 새롭게 변모하기 때문에 한 해에 미술관을 여러 번 방문해도 계속 새로운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


2015년 꿈틀은 ‘색’을 주제로 컬러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2015년 9월 17일부터 2016년 8월 28일까지 12개월 동안 총 60,393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16년에는 선, 형, 색과 더불어 시각예술 표현을 위한 핵심 요소이자 매일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는 ‘공간’을 주제로, 내가 속한 세상을 조망한 여러 예술적 시도들을 살펴보았다.



공간의 발견


‘공간’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곳’을 지칭하는 것에서부터 도시 공간, 문화 공간, 휴식 공간처럼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로서의 공간 혹은 삶의 공간, 상상의 공간 같은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삼차원, 사차원과 같은 물리학적 공간에 이르기까지 공간이란 말은 셀 수 없이 많은 의미의 결을 가진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과의 관계성으로 인하여 그 모든 정의가 유효하다. 이 전시의 주제가 되는 ‘공간’을 통해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 즉 ‘나’이다. 내가 속한 공간,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나는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인식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시에서는 신체를 매개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를 담은 작품들과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 상상의 힘으로 창조된 환영과 가상의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섹션, ‘몸으로 발견하는 공간’에서는 신체를 매개로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하기 위한 예술적 시도를 조망한다. 그 중 장성은 작가는 사람의 몸을 단위로 삼아 길의 너비를 측정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사진 속 길의 너비는 ‘열아홉 명’이다. 이건용 작가는 ‘왜 화면을 마주보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캔버스를 몸 뒤에 놓거나 옆에 놓거나 또는 뉘어놓은 채 신체의 흔적을 이용해 그림을 그림으로써 ‘나’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공간과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씨오엠은 전시장의 일부를 의도적으로 미로화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탈일상적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반응과 감각에 집중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 섹션, ‘내가 사는 공간’에서는 도시, 거리, 집 등,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박용석 작가는 도시의 집들을 촬영하고, 각 집의 옥상에 자리 잡은 노랗고 파란 물탱크의 위치만을 흰 화면에 따로 떼어 표시함으로써 기존의 도시 이미지를 색점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도시 풍경으로 전복시킨다. 이선민 작가는 집 안에서 펼쳐지는 제삿날의 풍경을 담담하게 기록하는데, 사진 속 방 안 공간과 방 밖 공간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현대 가정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적 문화의 불편함을 드러낸다.




마지막 섹션, ‘상상으로 만드는 공간’은 사실을 뿌리 삼고 상상을 매개로 창조한 환영과 가상의 공간을 다룬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원성원 작가는 Tomorrow(내일)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사건과 기억들에 따스함과 희망을 불어넣은 하나의 장면을 구상하고, 분명히 존재하는 현재의 시공간이 기록된 사진들을 이어 붙여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유현미 작가는 소설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을 현실 공간으로 재현하고 이에 회화적 요소를 가미해 사진으로 남김으로써 허구와 사실, 실재와 환영을 넘나든다. 전준호 작가는 북한 화폐를 소재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북한 사회의 흐름을 풍자했다. 전시의 말미에는 블록을 활용하는 상설 체험 코너가 있어, 모든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저마다 떠올렸던 공간에 대한 기억 혹은 상상을 구체화해볼 수 있다.




맺으며


공간의 발견 전시 관람객 중 한 분이 남긴 관람 소감에 이런 것이 있었다. “추억을 돋우는 작품도 있었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을 움직인 예술 작품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잊혀진 줄 알았는데 문득 다시 떠오르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는데 사실은 켜켜이 쌓여 가치관을 확장하고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며 삶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미술관을 친근하게 느끼고 예술 작품을 자주 만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술관에 오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경기도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앞의 관람객처럼 저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 한 점을 만나기를, 이 전시를 통해 매일 마주하는 일상과 공간을 달리 보는 눈을 뜨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미술관에서의 경험이 삶의 변수가 되고, 숨 쉴 공기가 되고, 살아가는 맛을 주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전시를 계획한다.



1) 경기문화재단, 「2015 경기도민 문화향수 실태조사」, 2015 / 박조원, 「미술관 관람 동기와 지각된 체험의 질이 관람 만족에 미치는 영향」,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16권 제4호, 2016, pp.123-131 / 문화체육관광부, 「2014 문화향수 실태조사」를 참고하였음.


information

  • 공간의 발견

    일시/ 2016.9.13 ~ 2017.8.27

    장소/ 경기도미술관 꿈틀전시실

    주최/ 경기문화재단

    주관/ 경기도미술관

    협찬/ 삼화페인트

  • 참여작가/ 강홍구, 권기수, 문재원, 박용석, 씨오엠, 오용석, 원성원, 유현미, 윤민섭, 이건용, 이선민, 임상빈, 임택, 장성은, 전준호, 정정주, 주도양, 한광우, 한성필

글쓴이
경기도미술관
자기소개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립미술관으로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작품의 수집, 동시대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전, 그리고 관람객과 경기도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미술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