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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빛의 국면 Phase of light

2018-05-26 ~ 2018-07-22 / 도윤희, 박주연, 이진원, 정보영, 정정주, 홍범, 황선태

빛의 국면



빛은 가시적 세계의 근원이다. 비물질인 빛은 물질 세계를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빛이 있어서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고 색을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빛은 오랫동안 서양의 미술사의 핵심이 되었다. 빛의 음영과 그림자로 사물의 양감을 표현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환영의 공간을 구현해 내면서 르네상스 이후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의 역사는 빛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미술에서 빛의 사용은 이러한 가시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빛은 고대로부터 신성과 동일시되고 신의 현시를 상징하는 매개로 이해되는가 하면 상징적, 종교적, 철학적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대미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진과 영화가 등장하고 초고속으로 현대 과학기술과 전자기술이 발달 함에 따라 그것을 적극 수용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빛과 조명을 사용한 다양한 현대미술의 실험은 빛을 더욱 적극적으로 미술작품 안에 끌어들이게 되었다. 빛은 그 자체로 매체적 가능성으로서 고려되기 시작한 것이다. ≪빛의 국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빛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이용하는 작가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매체 자체로 사용하거나 고전적인 방식의 재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지각 방식과 감각의 확장을 통해 빛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하고 그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것을 찾아내고자 하며 빛을 통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고 있기도 하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자연의 빛 보다는 인공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의 액정, 컴퓨터와 TV모니터, 실내를 밝혀주는 조명과 자동차의 조명 등 수 없이 많은 인공 빛에 우리는 둘러 쌓여 살고 있다. 그러한 빛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세상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은 항상 우리가 현실을 살고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빛의 국면≫은 빛이 밝혀주는 것만을 볼 것이 아니라 빛이 없는 곳에서도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밝은 빛의 중심에서는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주연, 여름빛, 2008-2012, 8미리 필름 비디오 전환, 반복 재생


<여름빛>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플렛폼 가란티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한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업은 카메라를 향에 거울로 빛을 반사하는 한 배우를 촬영한 것이다. 거울을 통해 필름에 상이 맺히는 카메라의 메커니즘과 같이 배우의 거울은 카메라 밖에서 빛의 양을 제한하며 관객에게 모습을 보이기도 감추기도 하면서 작가가 지속적으로 성찰해온 존재와 부재에 관한 고민을 상기시킨다. 2008년 아날로그 필름으로 제작되어 필름 프로젝터로 선보였던 첫 번째 작업은 아날로그 필름의 물성을 전시 기간 중 그대로 노출하며 필름이 마모될 때까지 반복 재생되었고 살아남은 필름 조각은 4년 뒤 디지털 버전으로 새로 제작되었다.



도윤희, 무제, 2015, 캔버스에 유채, 300x200cm


도윤희는 자신의 작업을 고정된 인공 조명을 쓰지 않고 작품을 설치하기를 원했다. 천정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 변함에 따라 색채와 형태들이 다르게 보인다. 도윤희는 작업에서 인식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자신이 의식을 거치지 않은 직관적인 표현을 위해 붓을 쓰지 않고 손을 사용한다.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색, 모순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조금만 집중을 하고 감각을 확장을 하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이진원, 무제, 2017, 캔버스에 아크릴, 146x112cm


이진원은 꾸준히 동양화의 재료를 탐구하였으며 색채가 주는 시각적인 자극과 그것에 반응하는 몸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캔버스에 옮기고자 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는 구체적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때론 꽃잎처럼 보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처럼 보이기도 하며,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화면 위에서 색들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우연이기도 하지만 색채를 통해 우리가 유추 할 수 있는 자연의 형상이기도 하다.


정보영, Blue hour, 2016, 캔버스에 유채, 91x72.7cm


정보영의 빛은 공간과 떼어놓고 언급할 수 없다. 정보영은 공간을 절대적인 것이 아닌 시간의 도움을 받아 부수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으로 여기는데, 방 안의 가구를 보일 듯 말 듯 절제하여 표현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캔버스 안의 창 또는 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특정 시간의 경계, 즉 시간이 흘러가는 ‘찰나’를 실내 공간 안에 붙잡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하는 창문 밖 자연의 빛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방 안의 촛불 또한 정보영이 드러내고자 하는 일련의 시차(時差)다. 이질적인 두 소재가 캔버스에서 공존하며 감상자로부터 낯선 감성을 불러일으킬 때쯤이면 텅 비어 보이던 공간이 사실은 치밀하게 연출된 시간의 찰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정주, Curved Passage, 2017, 3D 애니메이션, 액자화된 55인치 모니터


정정주는 건축의 기본 요소들을 프레임 안에 정교하게 배치하여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에 주목한다. 여기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외부 빛이 개입되어 고정된 건축 요소가 더욱 견고해 보인다. 작가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호기심과 불안함을 이야기하는데, 작품 속 건축물의 열린 부분은 이러한 내면 심리가 표현되는 지점이다. 안팎으로 열린 건축 구조물을 두고 서로 다른 빛이 만나는 장면은 타자가 자극하는 낯선 감정이 교차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이 교차점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경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홍범, 스러지는 빛들, 2016, 영상설치


스러지는 빛들, 멀리서 보는 수많은 도시의 각각의 빛들은 하나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지나간 많은 삶의 터도 떠올리게 된다.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고 그리고 스러진다.




황선태, 화분이 있는 방, 2015,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220x69x4cm


황선태는 평면에 의식적으로 빛을 더한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오브제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졌을 뿐, 색채나 명암, 질감 등의 어떠한 다른 요소도 지니길 거부한다. 황선태는 자칫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오브제에 빛이 스며들게 하여 화면에 시간과 생명력을 부여한다. 여기서 빛은 구태여 LED를 삽입해야 보이는 인공적인 구성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자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섞으며 고요히 존재감만 드러낸다. 빛자체 보다는 오히려 단조로워 보이는 사물과 실내 풍경이 빛을 통해 새롭게 재인식된다. 황선태는 이렇게 화분이나 소파, 커튼 등의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빛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보도록 유도하며, 주체 없이 무덤덤하게 연출된 공간을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작가소개


도윤희

도윤희는 현재 서울과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와•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판화 연구 과정을 이수 하였으며 시카고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1985년 첫 개인전 이후 갤러리 현대(서울, 2015/2011), 몽인아트센터(서울, 2008), 갤러리 바이엘러(바젤, 2007)등에서 17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서울시립미술관(서울), 르 그랑 자댱 미술관(주앙빌)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박주연

박주연은 서울과 런던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카파토스 갤러리, 아테네, 그리스, 2015), <에코의 에코 I, II> (두산갤러리뉴욕/서울, 미국, 2013) , <여름빛>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등의 개인전을 가졌고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당신의 밝은 미래>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뮤지움 오브 아트/뮤지움 오브 파인아트 휴스턴, 미국),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 (광주, 한국) 등 국내 외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아티스트 북『에코의 에코 』(두산갤러리서울 + 미디어버스)와 『행인』 (한국문화예술위워회 인사미술공간)을 발행했고 헨리모어 인스티튜트 펠로우십 (리즈, 영국), 카파토스 아테네 아트 레지던시 (아테네, 그리스), 플랫폼 가란티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 이스탄불, 터키), 아키요시다이 인터내셔널 아트 빌리지(아키요시다이, 일본) 등의 레지던시와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진원

이진원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관훈미술관(서울), 갤러리 도올(서울), 목인갤러리(서울), 갤러리OMS(뉴욕), 갤러리담(서울)등 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서울), 갤러리 누크(서울), 신세계갤러리(서울, 광주), 마로니에미술관(현, 아르코미술관, 서울) 등에 초대되어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경기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정보영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마치고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16년 갤러리 미고, 2015년 이화익갤러리를 비롯하여 17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96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다수의 기획전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송은문화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 되어있으며,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포함하여 다수의 강의 경력을 지니고 있다.


정정주

정정주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건너가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를 졸업했으며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서울, 일본, 중국, 벨기에 등에서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미래는 지금이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Thermocline of Art(독일ZKM)외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 참여했다. 2010년 김종영 미술상, 2003년 광주 신세계미술상을 수상하였고 2009년 금천예술공장, 2006년 국립고양미술 창작스튜디오, 2003년 쌈지스페이스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 재직 중이다.


홍범

홍범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컴퓨터 아트와 사진 영상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에서 개인전 <미술관의 이면>(2017)을 개최했으며 파라다이스 ZIP(서울, 2016), 안도 파인아트(베를린, 2010), 사루비아 다방(서울, 200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국내외 미술기관의 다양한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몽인 레지던시(서울), 천링후이 현대 아트 레지던시(베이징), 아이파크 레지던시(코네티컷), 비머스 아트 센터 레지던시(네브라스카) 등에 참여하였다. 현재 뉴욕에 거주 중이다.


황선태

황선태는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의 할레 북 기비센슈타인 미술대학에서 AUFBAUSTUDIUM 및 DIPLOM을 취득했다. 독일 시립 요한-프리드리히-단나일 미술관과 바이세스 하우스에서의 2006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최근 2017년 국내의 아트사이드 갤러리까지16개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개최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왔다. 2005년 독일 뢰벤호프 예술포럼 공모전과 MERSEBURGER KUNSTPREIS 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독일의 VPV-LAMICH KG 및 라이너쿤체 재단, 국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천)에서 작품을 소장 중이다.



세부정보

  •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주소/ 경기 파주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홈페이지/ www.whiteblock.org

    문의/ 031-992-4400

  • 관람시간/ 월-금요일 10:30am-6:30pm/ 토,일,공휴일 10:30am-7:00pm (연중무휴)

    관람료/ 2,000원(카페 음료 주문 시 무료관람)

글쓴이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자기소개
2011년 4월에 개관한 화이트블럭은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중심인 갈대광장에 자리하여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면적 1,500㎡의 대형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여섯 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은 다양한 형태와 장르의 작품 전시가 가능합니다.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창작 스튜디오, 예술인의 현장활동을 돕는 카페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건축물은 2012 미국 건축가 어워즈(2012 American Architecture Awards)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