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한 발도르프 교사의 생생한 교육 이야기

“8년간의 교실여행 School as a Journey”을 읽고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천윤희 광주비엔날레



삶과 교육, 그 통합적 여행에 들어서다


첫 아이가 6살이니, 나는 6년간의 여행 중이다. 직업으로서의 교사의 길을 탐색하던 때, 부끄럽게도 나는 오래지 않아,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아이들도, 교실도, 교사로서의 나의 길도 포기했었다. 그러나 아이 둘을 낳고서야 내면의 받아들임이 왔다. 두 아이의 엄마 됨은 중도에 그만 둘 수 없기에 이 길을 완주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 말이다. 고백컨대, 나는 아주 오랫동안 자아 중심의 삶, 이것 아니면 저것 이분법적 가치를 갖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의‘ 엄마’이자‘ 교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았을 때‘, 엄마’나‘ 교육’에 대한 그림, 상(想)의 부재는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내면적이고도 사회적인 갈등은 아이들과의 아주 소소한 일상 속에서 커져갔다. 두 아이들은 먹고, 자고, 이가 나고, 걷고, 말하고 육체와 정신이 자라갔다. 아이가 말과 감정으로, 자기를 표현하기 시작하자, 아이와 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처음 이 서평 요청을 받았을 당시, 아이의 성장 단계 변화에 결국은 내가 변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던 시점이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상(想)’이 필요한 나에게 이 책은 영감처럼 왔다. 말로만 듣던 발도르프 학교에서 교사로서 실제 경험에 관한 책이라니, 교육 예술을 드디어 볼 수 있을까.



발도르프 학교 교사의 8년간의 경험


이 책 ‘8년간의 교실여행’은 토린 M. 핀서(이하 저자)가 그레이트 베링턴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 교사로서, 같은 아이들을 1학년부터 8학년까지 교육하면서 겪은 일들을 다루고 있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8년 동안 교육내용들과 함께 개별 아이들의 성장, 변화, 성취들을 저자는 책만으로도 교실 안의 역동과 내적 성장을 보는 듯 내밀한 흐름을 전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동시에 그 변화에 맞추어 교사 자신이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조정에 들어 갔다는 점이다. 교육 및 수업계획은 바로 그 아이들의 변화와 발달 단계, 개별 기질과 성장 속도 등을 고려한 내용으로 만들어간다. 교사는 별도의 정해진 교과서가 없이 각 학년별 발달 단계와 아이들의 기질을 고려한 수업을 계획하는데, 대부분 수업 자료는 선생님이 직접 쓰고, 그리고, 만든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그리고, 쓰는 데, 이것이 곧 교과서가 된다.

유아기가 주로 모방과 본보기를 중심 교육원리로 수업한다면, 2단계 7세부터 13세까지 8학년은 교사의 권위와 그것을 따른 학생의 자세를 교육의 원리로 한다. 발도르프 교육은 담임 중심의 주요수업과 전문가과목으로 구성되는데, 동료 교사 집단의 공동체적인 성격과 협력 작업을 중시한다. 공동체란 계속 발전하는 창조적 집단으로 공동의 전망을 갖고 서로 협력하고, 개인적인 재능과 성취를 존중 받으며, 다양성이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과정에 가치를 부여한다. 교사들이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밑그림을 가지고 살아있는 공동체로 만들려는 노력이 아이 들에게도 전달되는 교육적 경험을 고려한다. 전문 과목에는 오이리트미, 음악, 체육, 수공예, 목공, 외국어가 포함된다.


학년별 발달 특성과 한 발도르프 교사의 슈타이너식 교육

이 책은 총 8장으로 각 장을 학년별로 할애하여, 교실 속 풍경과 아이들, 중요한 교육의 순간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 생생하고 감동적이고 세밀한 이야기를 짧은 글 안에서 담기 어려우나, 저자의 각 학년별 주요한 발달 특성과 교육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① 1학년 아이들을 맞이하기 전에 아이들에 대한 내면의 그림을 보완하고 부모들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가정방문을 한다. 아이의 방, 장난감, 장식품, 형제 자매간의 상호작용을 보고, 가족 간의 역학관계를 관찰한다. 이 시기는 주위 환경에 동화되기에 교실이 아름다워야 하며, 교사의 언행도 모방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모방의 시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이를 활용한다면 중요한 교육수단이 된다. 아이들은 아침 리듬활동과 시 낭송으로 하루를 열고, 다양한 놀이, 쓰기, 읽기, 셈하기 등 활동가 동화의 세계에 푹 빠진 아이들의 연극수업으로 진행된다. 저학년은 생일잔치가 중요하며, 생일에는 직접 삽화를 그린 특별한 생일시를 선물한다.

② 2학년은 생일잔치 때에 ‘우화와 성인이야기’ 활동을 한다. 우화를 선정할 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개개의 아이들이 당면한 특수한 문제를 염두에 둔다. 그 예로서, 발달 속도가 느린 편인 루시의 생일이야기는 자연의 이야기인 ‘활짝 핀 히스꽃’이다. 교사는 이야기 외에 침묵 하면서, 이야기의 ‘회화적 요 소’가 스스로 아이들에게 전달되길 기대한다. 이야기가 말하는 환경적, 사회적 의미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 것이며, 특히 생일을 맞이한 아이에게 강렬한 내면의 그림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동료 아이들에게도 전해진다. 2학년 선생님은, 교사 자신이 2학년이 되어야 했다. 예술적인 교수법은 힘들고 고단하지만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③ 8-9세 아이들은 세상일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 하며, 건축, 제빵, 농사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3학년 주요수업은 성경이야기, 수와 셈(도량형), 집짓기, 형태그리기, 농사 짓기, 반 연극, 소풍, 건축 프로젝트 등이 진행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외부세계’를 자아와 분리된 존재로 경험하기에 ‘권위 있는 지혜’를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년기의 한 전환기에 외적인 권위를 경험하면 개인의 영혼에서 우러나는, 즉 내면의 힘에서부터 나오는 진정한 자유로 나아갈 수 있기에, 이 시기에 부모와 교사는 그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순간’ 중의 하나다.

④ 4학년은 북유럽신화, 분수, 동네학, 문법, 동물학, 형태그리기, 그림, 말하기를 가르쳤다. 4학년은 슈타이너의 언급“ 우리는 공감과 반감의 리듬으로 영혼의 씨앗을 만들어낸다”처럼 공감과 반감 사이의 균형을 유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낭송은 그 둘의 통합에 도움을 준다.

⑤ 우아한 몸놀림과 균형은 5학년 아이들의 특징으로 자신의 개별성을 녹여 전체 분위기를 맞출 수 있다. 5학년은 음악과 시, 다양한 축제, 지리학, 식물학, 신화, 고대의 인도, 페르시아, 바빌론, 이집트, 크레타, 그리스에 역점에 둔 고대사의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역사적 징후와 의식 변화를 본질을 찾는다. “각기 수많은 진화단계를 거치면서 인간성이 역동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자신에 관해 배우는 것이라 본다. 이 모든 수업은 주기 집중수업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교수법은 교수 내용이 시간을 두고 ‘저절로’ 조용히 익어가게 한다는 지혜가 깔려있다.

⑥ 6학년 아이들은 세상을 ‘경험’하기 원하며 개념적 사고에 매력을 느낀다. 이때의 아이들은 변화가 많아 새로운 교수방법을 원하는데 실제적이고, 명료하고, 무엇보다 공정한 사람을 원한다. 이 시기에는 음향학, 열, 자기학, 광학, 기하학, 광물학, 역사(로마사), 은행업, 물리학, 자전거마라톤 등의 수업을 했다.

⑦ 7학년은 교사를 아이들이 그들에게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강력한 변화에 직면하지만, 결국 ‘이 아이들은 누구인가? 이 아이들의 교사가 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라는 초기의 의문으로 되돌아가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함으로서 극복한다.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전기(傳記)’를 많이 활용한다. 전기는 하나의 징후, 인물의 삶과 분투를 통해 특수성 속에 보편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탐험가들을 주로 선정하여 공부하는데 이와 지질학 등의 수업이 연결된다. 또한 대수학 생리/보건학, 영어(시 쓰기), 천문학, 물리학, 역학, 르네상스 예술, 독일어 수업으로서 연극 등을 배우며, 주요수업은 주로 묻고 답하고 토론하면서 세미나 형태로 진행한다.

⑧ 마지막 8학년을 뒤돌아보며, 저자는 이 때가 과정의 마무리였기 보다는 오히려 모퉁이 도는 것, 반환으로 본다. 8학년이 된 아이들은 때때로 모호함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된다. 역사 수업은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투쟁에 초점을 두고 여러 혁명을 살피고, 역학, 생태학, 유기화학 등을 배우며, 인간의 행동과 환경 사이, 혹은 과학과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중심으로 보았다. 세익스피어 <십이야>를 낭독하고, 그 시대의 노래, 의상을 공부하고 적합한 배역자를 찾아 연극 공연으로 올린다. 이 모든 수업들은 학과목과 문화 간의 관계라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하며, 항상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을 우선 느낌의 수준에서 다루고 그 다음에 사실과 상을 가져오도록 노력했다.


최고의 순간은 아이들의 가르침에 내가 진정으로 열려있을 때이다.

이 책 슈타이너의 철학에 기반 한 발도르프 학교 교사로서의 교육 이야기이자, 저자 개인적 삶의 주요한 사건을 통한 삶의 영향과 교육자로서의 내면의 변화 등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교사 본인의 내적 균형, 부모와 교사 간의 협력, 교사와 교사간의 협력과 지지는 중요한 힘이자 전제이다. 아이들이 졸업 후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책을 저술하기 시작한 저자는 책의 말미에 고백한다. “아이들을 알아 가면 알수록 내가 깨달은 것은, 그들이야말로 끊임없이 나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신선하고 영감을 주며 별의 지혜로 가득한 보고를 지니고 있는 듯하였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순간은 그 아이들의 가르침에 내가 진정으로 열려있 을 때였다. 그들의 가르침에 깊이 감사한다”

이 책은 많은 교사들과 부모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다른 차원의 내면의 갈등과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나로서는 8년의 여정 동안 아이들과 함께 변화 하며 성장해가는 ‘아름다움’과 ‘성취’에 새삼 교사와 교육, 인간에 대한 경외감이 든다. 또 하나의 그림, 상想을 보았다. 고마운 일이다.

- 천윤희

광주비엔날레가 좋아서 광주로 내려온 이래, 생각보다 오래 일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과 ‘삶’이 보다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지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문화매개’ ,‘매개자’, ‘예술경영’,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글 쓰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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