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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파주_Local interview : 예술가들의 터전을 내어주다

화이트블럭 이수문 대표님

헤이리의 중심 갈대 광장 앞에 위치한 갤러리 화이트블럭. 국내 작가들의 전시를 이어가며 스튜디오에서는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수려한 건축물과 감각적인 전시로 문화 예술마을 헤이리 안에서 꼭 가봐야 할 갤러리로 손에 꼽히는 화이트블럭에서 이수문 대표를 만났다.



화이트블럭을 소개해주세요.


화이트블럭이 헤이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건 2008년에 예술가들 레지던시인 ‘스튜디오’를 만들면서부터였어요. 미술관보다 레지던시를 먼저 지었죠. 헤이리 예술마을 예술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설 면에서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물론 전시장도 제대로 꾸며보고 싶었어요.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에 자리하는 만큼 건물도 그럴듯하게 짓고요.


 

화이트 박스 건축물이 인상적이에요.


2011년 봄에 화이트 블럭을 준공했어요. 설계는 헤이리 특성에 맞도록 했습니다. 헤이리 중심에 있으니 주변 경관에 잘 어우러지도록 했고요. 그리고 지명현상 설계를 했습니다. 중견 건축가들을 지명해서 설계 공모를 한 거죠. 그래서 좀 그럴듯하게 지어졌죠. 2011년에는 미국건축가협회에서 건축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초에 설계할 때 기존 전시장들과 다르게 지으려고 했어요. 단지 미술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연극이나 음악 공연 등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설계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클래식 연주회도 했었고요.



미술관보다 레지던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1년에 미술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2만 명이 좀 넘어요. 디자인 쪽은 수요가 많다고 해도 순수미술만 만 명이 좀 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도 계속 붓을 놓지 않는 사람은 5퍼센트 밖에 안 남고요. 그 예술가들은 생계도 그렇고 미래도 보장이 안 돼 있어요. 게다가 작업실 여건도 안 좋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작업실을 마련해주고 싶었어요.




입주 작가 선정에 기준은 무엇인가요?


35세에서 45세, 중견 작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10년 정도 활동한 중견 작가들은 이 시기에 갈등이 올 수 있거든요. 레지던시에 들어와 작가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죠. 작가들 안에 헷갈리고 고민하는 것들을 레지던시에 모여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고요.



천안에도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촌을 마련하셨더라고요.


지난 5월에 입주를 시작했어요. 헤이리 스튜디오 공모를 열었는데 경쟁률이 20대1 정도 됐어요. 이렇게 많이 오다 보니 자연히 천안에도 열게 됐어요. 입주 작가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해요. 작가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요. 그리고 작가들에게 부족한 것을 교육합니다. 예를 들면 작가들이 자기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능력 같은 부분이요.




그렇게 예술가들을 지속해서 지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시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딴따라였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연극을 했고 대학, 직장생활, 창업해서까지 계속 연이 있었죠. 그러다 제대로 해보고 싶어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했습니다. 이문열 작가, 윤호진 연출가와 함께요. 학창시절에는 연기를 했고, 후에는 종종 기획 제작을 해왔어요. 지금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불어요. 제가 재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미술쪽에서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뜻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화이트 블럭에서는 주로 어떤 전시를 진행하나요?


우선은 모두 기획전시로 진행합니다. 1년에 제대로 된 전시 여섯 번은 하려고 해요. 국내 중진 작가들 전시회와 레지던시 소속 작가들 전시로요. 헤이리에는 일반인 분들도 많이 오시니까 그분들이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전시를 기획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내실 있는 전시를 하려고 해요. 국제전을 들여와서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국내 작가들 작업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전시로요. 보통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할 때 토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일반 관객이 궁금해하는 이야기일까 다시 생각하고요. 작은 부분도 계속 검토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어렵게 부풀려서 포장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그런 면에서 <빛의 국면> 전시는 일반 관람객들이 접근하기 쉬운 전시인 것 같아요. 건물에 잘 녹아 들어있기도 하고요.


전시에는 연출이 필요하거든요. 화이트블럭은 공간이 넓을 뿐만 아니라 높낮이가 다른 공간들이 있어요. 이 특성에 있으니까 전시되는 작품들이 환경에 잘 매치가 되어야 해요. 그걸 고민하고 열심히 하면 훨씬 더 좋은 전시가 나오겠죠. 다음 전시는 헤이리 스튜디오 레지던시 작가들의 결과 보고전이에요. 앞으로 3년 정도 전시 계획이 차있어요.




앞으로 화이트블럭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순간에 무언가 되기보다는 차근차근 내실 있는 전시들을 이어가다 보면 누구든 찾는 미술관이 될 것 같아요.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10년 후에는 화이트블럭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또 하나 바람은 화이트 블럭에 스태프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움직였으면 해요. 내부 스태프를 육성해서 훗날에는 그분들이 화이트블럭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요. 저는 넘겨줄 생각이 있답니다.



글과 사진_박희은



홈페이지 whiteblock.org

세부정보

  • 화이트블럭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문의/ 031-992-4400

    이용시간/ 평일 10:30~18:30 주말 10:30~19:00

    홈페이지/ whiteblo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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