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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공정함’을 만나면 더욱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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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공정함’을 만나면 더욱 즐거워진다


수원, 니나노 공정여행



일상의 쳇바퀴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삶의 순간을 만끽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이 지극히 사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행에 ‘공정한’이란 키워드를 붙여보면 꽤 근사한 일이 벌어진다. 여행이 주는 가치는 ‘나’의 즐거움이란 사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즐거움이란 공적영역으로 확장된다. 즐거운 여행이 더 즐거워지는 방법! 지금부터 소개한다.


“공정”한 여행, 그 정의내림


수원 화성행궁 앞, 가을햇살이 부셔져 내리는 9월,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본다. 수원지역 청년예술가들의 공동체인 ‘술래’가 주관하는 ‘니나노 공정여행 in 수원’을 따라 화성행궁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날 함께 여행을 떠난 여행자들은 수원 지역의 중학교 학생들이었다. 여행에 앞서 공정여행에 대한 짧은 설명과 지켜야할 규칙을 전해 듣는다. 



▲ 니나노 공정여행 in 수원


언젠가부터 여행에도 ‘공정한’이란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공정여행은 비단 개발도상국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정여행이란 여행자와 주민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으로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을 소비함으로써 현지인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고 지역의 자연 및 인문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을 의미한다. 니나노 공정여행에서 여행객들이 지켜야할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쓰레기 투기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둘째, 환경을 보호하는 여행을 한다. 셋째, 지역주민과 평등하게 관계 맺는 여행을 한다. 넷째,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여행을 한다.


“공정한 여행”에서 새로 보이는 것들


화성행궁 안으로 들어서 우리가 만난 건 말이 놓여있는 게임판이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의 이름은 ‘행궁쾌락’! 조선시대 전통놀이인 남승도 놀이를 재해석한 놀이이다. 두 팀으로 나누어 겨루는 놀이는 주사위를 던져 숫자만큼 말을 이동해, 전통을 접목한 각종 게임으로 승부를 가린다. 투호놀이, 제기차기, 문화역사 스피드 퀴즈 게임 등이 청년예술가 인솔자들에 의해 익살스럽게 진행된다. 청년예술가 인솔자들의 입담과 재치에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



▲ 남승도놀이를 재해석한 행궁쾌락 / 행궁쾌락-속담퀴즈 / 행궁쾌락-투호놀이


여행에 연희가 함께하면 더욱 즐거워지는 법! 두 번째 순서로 ‘행궁한류’,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전통예술 공연을 만난다. 정조의 초상화를 모셔둔 화령전 앞으로 모여 앉는다. 한없이 익살스러웠던 청년예술가들이 한복으로 곱게 갈아입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판소리 공연과 가야금 연주를 야외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전에 판소리와 가야금, 장구를 짧게 배워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체험이 덧대어진 관람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흥을 전달해주는 법이다. 영롱한 가야금 소리와 구성진 판소리 공연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슬며시 가던 걸음을 멈춰본다. 연주에 몰입한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이 가야금 연주만큼이나 아름답단 상념이 떠오른다. 수원에 살며 이미 몇 번은 돌아본 화성행궁과 행궁동인데 오늘의 정서는 또 다른 느낌이다. 평온한 가을 하늘 만큼이나 아름다운 여행의 순간이 스냅사진처럼 저장된다.



▲ 가야금 배우기 / 장구체험


이날 아쉽게도 빼먹은 마지막 프로그램은 ‘행궁피플’이다. 행궁동 공방거리 지역 상인들과 문화예술공간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여행객들은 천연염색이나 조각보공예, 솟대 등등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지역 상인과 조우한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의미 혹은 단순한 상거래 관계를 벗어나 여행객과 지역의 상인들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신선한 순간이다. 여행객들은 지역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지역의 문화, 이야기에 새로운 이해를 더하게 된다.



▲ 침선공방에서 모빌 만들기ⓒ예술공동체 술래


니나노 공정여행에 대해 묻다.

- 예술공동체 술래 박정공 대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공정여행과 니나노 공정여행이 꿈꾸는 미래상에 대해 예술공동체 술래 박정공 대표에게 물었다.



▲ 박정공 대표 ⓒ예술공동체 술래


Q. 우선 예술공동체 술래를 소개해 달라.

A. 예술공동체 술래는 ‘예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인간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예술의 가치는 미래에 있다고 믿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2009년에 구성한 공동체다. ‘술래’의 의미는 강강술래의 조화의 의미와 예술의 대안을 찾는 술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껍데기적’ 예술을 지양하고, 예술을 통해 전통과 창조, 계승과 혁신, 과거와 미래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예술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Q. 공정여행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수원 공정여행의 시작은 2002년 지자체에서 처음 기획됐다. 명소에서 예술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수원공정여행 프로그램에 공모했다. 니나노 공정여행이 시작된 건 2016년 3월부터 인데, 지역명소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여행을 청년예술가들의 열정으로 이끌어보고 싶어 기획하게 됐다. 행궁해설사, 박물관해설사 등의 해설을 찾아보고 공부하며 공정여행을 기획했다. 재밌으면서도 공정한 여행을 해보자는 기획으로 시작했다.


Q. 여행전문가나 지역전문가가 아닌 청년예술가들이 기획한 공정여행이 꽤 신선하다. 공정여행을 시도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화성행궁과 같은 엄중한 문화유산에서 뭐하는 것이냐는 텃새가 있기도 했고, 전통공연을 길거리에서 한다고 언짢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다. 초반에는 소외된 원도심 골목상권의 지역 활동작가들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었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주셨다. 내부의 고민도 있다. 혹여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공정여행을 여행객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지 여전히 술래의 청년예술가들은 고민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것만 던지지 말고 예술가들이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자꾸 시도해보자고 응원하곤 한다.


Q. 공정여행을 통해 실현하고픈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

A. 깃발 들고 겉핥기로 훑어보는 흔한 단체여행이 아니라 콘텐츠가 연계되고 같은 장소도 새롭게 느끼며 다시금 재발견 할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하는 여행을 만들고 싶다. 또 우리는 수원의 원도심 활동작가와 여행자들이 만나는 매개역할을 담당한다. 지역에서 예술을 토대로 한 좋은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예술가들이 예술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공동체 문화와 여행을 통해 예술가들을 끌어내고 여행객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소비하게 하고픈 바람이 있다.



▲ 판소리 배우기 / 판소리 공연


공정여행은 더러 ‘착한여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착한여행이 조금은 더 말랑하고 부드러운 어감을 가졌을지라도 ‘착함’ 보다는 응당 그래야 바람직한 ‘공정’여행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도의 영역이라 느껴졌던 여행은 몇 가지 공정한 수칙을 덧붙이는 것으로 더 풍성하고 깊이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상식적인 옳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공정여행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그냥 여행’ 보다 더 촘촘하고 풍부하다. 그래서 공정여행은 더 매력적이다.




사진= 진윤지, 예술공동체 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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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청년예술가와 함께하는 니나노 공정여행 in 수원”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진행

☎ 031-306-4431


*관련링크

www.facebook.com/artsulrae


2017.11.07




경기 진윤지

[인문쟁이 3기]


진윤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커다란 통창 너머 햇살이 품어주는 동네 도서관을 사랑한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세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에 깊은 열의을 갖고 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정 가득한 휴머니스트를 꿈꾼다. 인문학을 벗삼아 인생에서 성찰의 거울을 게으름부리지 않고 말갛게 닦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생각 한 조각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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