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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이 선사한 "모두의 놀이터"

인문쟁이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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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이 선사한 "모두의 놀이터"


수원, 아츠피크닉



일상에서의 예술, 언뜻 어려운 콜라보로 느껴진다. “예술”이란 어휘가 주는 전문성과 기술성의 이미지가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그 체감의 무게를 다소 덜어내고 생각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공연장으로 떠나는 소풍”이란 주제로 일상과 예술을 접목한 예술 문화행사가 여기 있다. 수원문화재단은 SK아트리움과 함께 지역주민과 예술인이 함께 하는 아트마켓을 주최한다. 이름 하여 ‘아츠 피크닉’! 셀러 10여 팀과 버스킹 20여 팀이 참여한다.



▲ 아츠피크닉 포스터 ⓒ수원문화재단


행사장을 채운 건 8할이 가족단위 방문객들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예술’을 향한 호기심과 열정이 이날 소풍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자 문화공원 곳곳에 미술, 공예팀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공예체험을 하며 지역 예술인들과 소통을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의 몰두하는 태도도 사뭇 진지했다. 이 날 행사 부스를 꾸린 이들은 사전에 참가신청을 한 지역예술인과 지역주민들이었다. 순수 창작, 제작 및 공연활동을 하는 지역예술인들과 벼룩시장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아츠 피크닉 전경 / 열린 무대를 보여준 국악실내악 공연 ⓒ진윤지


일상의 공간, 예술을 매개로 소통의 마당이 되다


도예체험 부스에서 주민들과 물레를 돌리고 있던 김장하 씨는 일상의 예술을 강조한 이 날 소풍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지역주민들과 소풍 나오듯이 자유로운 놀이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도예가 자칫 무거운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놀이를 통해서도 예술을 접하고 예술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흙을 가지고 하는 게임으로 도예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어른들에게도 어릴 때 하던 흙장난의 추억을 불러올 수 있지 않겠나.” 그는 덧붙여 “아츠 피크닉이 지역의 새로운 문화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간 나눌 마땅한 마당이 없고 소통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을 뿐이다. 그래서 다음달, 그 다음 달의 아츠 피크닉이 더욱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도예체험 / 게임을 통해 공예를 체험하고 참가 주민들 / 공예체험 부스 ⓒ진윤지


그 옛날의 마당 혹은 모두의 놀이터가 등장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평이했던 일상의 공간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의 창구로 변모한다. 그 ‘예술’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아니 거창하지 않게 다가올수록 더욱 좋다. 이 소통의 창구에서는 지역민들이 소통할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가 날실과 씨실로 조우하며 새로운 색채를 입게 된다.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은 “마을 문화, 예술은 결국 마을 단위에서 삶의 문제를 함께 얘기하는 사람들 간의 감성과 살아가는 방식을 지칭하는 것”이라 정의내리며 “놀이와 예술을 통한 비언어적인 소통이야말로 마을공동체의 신뢰 쌓기에서 가장 든든한 바탕과 동력이 될 것.”이라 했다. (『지역문화, 길을 묻다』 pp.146-147)



▲ 상상력을 자극하는 오즈의 마법사 전시 / 목판화 탁본체험 중인 아이 / 국악실내악 공연 ⓒ진윤지


무채색의 도시에 색을 입히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며 그들 사이의 소통이다. 지역의 예술인과 지역주민 간, 지역민들 간의 소통, 결국 그들의 상호작용 속에 새로운 지역문화의 하나가 창출한다. 거창한 도식의 문제는 아니다. 놀이처럼 소풍처럼 가벼이, 즐겁게 이 만남을 즐기다보면 그 축적이 새로운 지역의 문화라는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여름을 재촉하는 늦봄의 끝자락, 햇빛도 한낮의 부지런함을 뒤로 하고 머리를 늘어뜨리기 시작 할 무렵, 가야금과 장구, 건반, 이 혼종의 악기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협주가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손가락 장단이 절로 맞춰지는 밝으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청아한 음색이었다. 국악실내악은 수원화성 무예 24기 공연, 매직캣 마술공연에 이은 이 날의 세 번째 공연이었다. 서양식 공연무대에선 삶의 공간과 예술의 공간이 분리된다. 그러나 이 날의 무대는 한없이 관대하게 관객에게 열려 있었다. 객석에서 채 한 뼘도 되지 않을, 꼬마들이 같이 올라앉은 야트막한 무대 위 이날의 공연은 말 그대로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소풍’에 가장 적합한 열린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 공연장으로 떠나는 소풍 아츠 피크닉(SK아트리움) ⓒ진윤지


예술의 일상성이 주는 경쾌함


‘예술 소풍’이 열리는 정자문화공원 전체로 시선을 돌려본다. 2014년 개관한 SK아트리움이란 예술 공연장의 등장은 지역 주민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구 시가지였던 일대는 도시의 합리성으로 재정비되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다시 태어났고 예술 공연장의 입성은 그것의 산물일 테지만, 서울에 문화시설이 편중되어 있고 수원 내에서도 문화시설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쪽에 새로운 문화터전이 생겨난 것만으로도 기운 나는 일이다. 공연장 문을 들어서는 일이 수월하지 않은 문화 소외계층이라면, 삶에 치이는 보통의 서민들이라면 ‘아츠 피크닉’ 같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체험은 공연장의 등장보다 더욱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예술’이라는 더러는 거창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존재의 무게를 거둬들이더라도 그저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신선한 자극이 내면 어딘가에 예술성으로 스멀스멀 쌓일 테니까.



▲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벼룩시장 / 체험을 통해 일상의 예술을 접하는 아이들 ⓒ진윤지


‘체험’을 수단으로 한 예술과의 툭 트인 공원 속 만남은 그래서 더욱 갇혀있지 않고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본디 문화라는 것의 속성이 그러하지 않던가. 행사장 곳곳을 무시로 쏘다니며 새로운 즐길 거리에 정신이 팔려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보다 더 좋은 만남도 없겠다 싶었다.


7살, 9살 자녀들과 함께 예술 소풍을 온 김현미 씨는 “멀리가지 않아도 집 주변에서 아이들과 함께 쉽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행사를 찾은 것 같아 반갑다”면서 “아이들이 예술적인 소양을 갖고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지만 그런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이렇게 일상에서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즐겨보는 예술체험이 아이들에겐 나름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공연장으로의 소풍”은 누군가에게는 삶의 휴식을 선사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감성을 깨워주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어릴 때 그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뛰어놀던 놀이터를 기억하는가? 삶이 생동하는 일상의 지역에서 지역민들이 예술을 통해 스스럼없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매 회 그 이야기들이 축적된다면 어릴 적 그 즐거웠던 놀이터가 다시금 펼쳐지지 않을까?



사진= 진윤지, 수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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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아츠 피크닉]

수원SK아트리움 공연장 앞 정자문화공원

행사기간: 2017. 5월 ~ 9월(매월 셋째 주 토요일)

행사시간: 오후 1시~6시


*관련링크

수원문화재단 http://www.sw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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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처 : 인천문화재단·경인일보, 『지역문화, 길을 묻다』 (서울: 소명출판, 2013) pp.146-147


2017.06.19



경기 진윤지

[인문쟁이 3기]


진윤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커다란 통창 너머 햇살이 품어주는 동네 도서관을 사랑한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세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에 깊은 열의을 갖고 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정 가득한 휴머니스트를 꿈꾼다. 인문학을 벗삼아 인생에서 성찰의 거울을 게으름부리지 않고 말갛게 닦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생각 한 조각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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