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오성과 한음

2017-07-25 ~ 2017-10-29 / 그 많던 옛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경기도박물관의 <그 많던 옛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특별전은 경기도 31개의 시·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옛 이야기 약 1,500편 가운데, 우리 귀에 익숙하며 따뜻하고 교훈적인 이야기 20편을 선정하여 구성한 전시입니다. 신화·전설·민담 등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 공동의 문화유산인] 옛 이야기를 신비한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자랑스런 이야기 등 4개의 주제로 구성하여 소개합니다.


오성과 한음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이 과거 시험 준비를 위해 어느 절에 묵을 때였다. 어느 날 아침, 법당을 관리하는 스님이 황급히 오성과 한음을 찾아왔다.


“대체 어쩌면 좋습니까.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스님, 무슨 일이십니까?”


“법당에 모셔 두었던 작은 불상이 없어졌습니다. 어젯밤에 누군가 가져간 것 같습니다. 법당 안과 사찰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아무 데도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의논해 보겠습니다.”


스님이 돌아가고 난 뒤, 오성과 한음은 절 주변을 살펴보았다. 지난밤 내린 눈으로 온통 은빛으로 빛났다.


“절 주변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불상을 가져간 사람은 아직 절 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네.”


한음의 말에 오성이 신중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스님들이 불상을 훔쳤을 리는 없고, 불공을 드리러 온 신자들 중에 범인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함부로 남을 의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부처님을 모신 절 안에서 신도들의 짐을 풀어 조사할 수도 없고 말이야.”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두 사람은 어제 불공을 드리러 왔던 젊은 부부가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오성과 한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네 생각도 그런가?”


“맞네, 자네도 그리 생각했군.”


두 사람은 젊은 부부가 눈이 녹기도 전에 산을 내려가겠다는 것이 수상했다. 서너 시간 뒤면 해가 중천에 떠서 어지간히 눈이 녹을 텐데, 굳이 위험한 눈길을 서둘러 내려간다는 게 의심스러웠다. 오성과 한음은 간단히 짐을 꾸려 지름길로 내려갔다. 젊은 부부가 지나갈 만한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그들의 모습이 보이자 오성과 한음은 서로 헤어졌다. 오성이 젊은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시는지요?”


“우리는 경기도 여주 쪽으로 갑니다.”


“아, 그것 잘 되었군요! 저도 그쪽이니 같이 갑시다.”


오성은 젊은 부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가 어느 삼거리에서 한음이 나타나 일행은 넷이 되었다. 오성과 한음은 서로 모르는 척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점심때가 되었고, 네 사람은 한 주막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한음이 먼저 길을 떠나겠다며 봇짐 메고 나왔다. 한음이 주막집 문을 나서려는데 젊은 부부가 뛰어나오며 한음을 붙잡았다.


“아니, 왜 그러시오?”


“봇짐이 바뀌었소. 지금 당신이 메고 있는 것은 내 것이오!”


젊은 남자가 한음의 봇짐을 빼앗으려 들었다.


“이거 왜 이러시오? 이건 분명히 내 봇짐이오!”


한음도 큰 소리로 맞서 싸웠다. 젊은 남자와 한음이 옥신각신 다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오성이 나서서 말했다.


“그렇게 싸울 것 없이 서로 봇짐을 풀어 보면 될 것 아니오?”


“좋소! 그렇게 합시다.”


한음은 봇짐을 내려놓았고, 오성은 한음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먼저 당신 짐부터 풀어 보시오. 봇짐 안에 무엇이 들었소?”


“내 봇짐 안에는 금불상이 들어 있소.”


한음의 말에 젊은 부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한음이 봇짐을 펼치자 정말로 금불상이 나왔다. 젊은 부부는 어물어물하다가 자리를 피해 얼른 달아났다. 오성과 한음은 그들을 붙잡아 관가에 넘길까 했지만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부부가 아직 젊고, 이번 일로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혼이 났을 터이니 말이다.


“남의 봇짐을 슬쩍 가지고 나왔으니 자네야말로 도둑이 아닌가?”


“자네도 한 패거리이니 그럼 자네도 도둑이 아닌가? 하하!”


오성과 한음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절로 돌아갔다. 둘의 우정은 ‘오한지교’라 불리며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금불상 도둑을 잡아라!


한음과 오성 실기|두 친구의 일화를 적은 책으로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



포천시 마스코트



한음 이덕형 초상광주이씨 종중 기탁



오성 이항복(1556~1618)과 한음 이덕형(1561~1613)은 조선 시대 이름난 관리로 평생 친구로 지내면서 우정 어린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포천 지역에는 두 친구의 기발하고 장난기 있는 어릴 적 이야기 일곱 편이 전해진다. 실제로 둘은 어릴 때보다 어른이 되어 교류가 잦았다고 한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관직과 벼슬을 교대로 맡는 등 동고동락하였으며, 당쟁으로 정치적 의견이 달랐을 때도 중립을 지켜 서로를 존중하였다. 오성과 한음은 마지막까지 우정을 지켰다. 한음이 먼저 죽자 오성은 바로 달려가 손수 염(시체를 거두어 관에 넣는 작업)을 하여 장례를 치러 주었다고 한다. 죽은 뒤에는 각자의 고향인 포천(오성)과 양평(한음)에 무덤이 만들어졌으며, 모두 경기도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다. 포천시에서는 용연서원과 화산서원 등에서 두 분의 제사를 올리며 그들의 업적과 우정을 기리고, 시의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다.



세부정보

  • 경기 옛이야기 특별전 <그 많던 옛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발행처/ 경기문화재단/경기도박물관

    발행인/ 전보삼

    발행일/ 2017년 7월

    전시총괄/ 전보삼, 이소희

    기획 및 진행/ 한준영, 김영미, 이지희, 조현이, 문종상, 오가영

    일러스트/ 경혜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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