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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집필의 숨은 의도

경영경제 분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어린이,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 지음, 푸른나무, 2004








집필의 숨은 의도


김성신 -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 지음, 푸른나무, 2004 반복발달설이라는 오래된 생물학 이론이 있다. ‘베어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카를 베어라는 독일의 생물학자가 19세기 중반에 제시한 이론이다. 반복발달설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생물 개체가 발생할 때 그 조상이 지나온 역사가 되풀이한다는 설이다. 쉽게 말해 인간도 정자와 난자 시절에는 단세포생물과 비슷하고, 이후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의 순서와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즉 인류가 과거에 진화했던 과정을 거쳐 인간으로 탄생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칙은 지금으로부터 꼭 150년 전인 1866년 독일의 헤켈에 의해 생물학 이론으로서 정식화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창조론자들이 이 법칙에 대해 자그마치 150년이나 물고 늘어졌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중·고교 교과서에서 이 이론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몇몇 언론사의 지면 등을 통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쯤 되니 어쩌면 진화론자들은 반복발달설이라는 것을 처음 제안할 때부터 창조론자들의 기분을 매우 나쁘게 만들기 위한 모종의 궁리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론 전혀 중요한 문제도 아니며 그저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뿐이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유시민이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2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33세에 펴낸 책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이해찬 대표가 당선되자 그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한다. 그러다 보좌관을 그만두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그해에 바로 이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후 5년 동안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 대학에서 공부했고,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아 1997년 귀국한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아침으로 가는 길』과 『거꾸로 읽는 세계사』 다음으로 나온 그의 세 번째 책이다.


그의 또 다른 책 『WHY NOT?』을 보면, 사뭇 도발적인 책의 제목만큼이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머뭇거림 없이 세상을 비평한다. 한마디로 유시민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이 ‘스타일’을 바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유시민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지적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했고, 책을 먼저 써서 세상에 던져놓은 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는 유시민 특유의 패턴으로 보인다. 자신이 새로운 지적인 여정을 시작한다는 일종의 신호로도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도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인구론』의 맬서스, 『자본론』의 마르크스, 『진보와 빈곤』의 헨리 조지, 『유한계급론』의 도스타인 베블렌,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으로 수정자본주의를 제창한 존 케인즈 등 이 책에서는 경제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학자와 사상가들이 나열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그들의 경제학 이론이 당시의 어떠한 시대상과 맞물려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경제 이론의 배후에 놓인 철학과 사고방식을 개괄”한 것이다. 어느 학문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학문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해당 학문의 역사를 ‘개괄’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책은 내가 경험한 지적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우던 시절에는 그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였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공인된 경제학’의 밑바닥에 깔린 인간관과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기말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는 ‘강의실 밖의 학문’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았다. 일점일획의 공통성도 없어 보이던 두 흐름의 경제학이 각기 다른 측면에서 현실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유시민이 이렇게 써놓은 서문은 그가 자신의 저술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낸 의도’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그 외에 따로 ‘숨겨놓은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대부분이 통념으로서 믿고 따르는 생각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며, 대개는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 나쁜 의도들을 찾아내려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더 짧게 줄이자면 ‘경제학적 통념에 도전하는 법’이 될 것이다. 이것은 책을 실제로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책은 자유방임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학 이론의 변화 양상을 모조리 펼쳐놓는다. 이렇게만 해 놓아도 독자들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경제 체제의 본질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신자유주의 경제학 역시 사회적 진화의 최종 산물이 아니며, 이전의 경제학처럼 시효를 다하면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등학생이 읽는다고 해도, ‘지금의 경제 체제는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앞으로 더 개선해 나가야 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 바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다.


다시 발생반복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은 창조론자들과 여러모로 닮았다. 일단 신앙적 차원의 최종 결론부터 내려놓고 거기에 과학과 논리를 입히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부분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경제학에 관한 학문적 이해보다는 그것이 기득권에게 유리한 이론이라는 굳건한 믿음에서 그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행태와 매우 비슷하다. 헤켈이 『일반형태학』을 펴낸 후 창조론자들이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기탱천하고 있듯, 이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도 한국의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에겐 무척 불편한 책으로 여겨진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불편해도 그들로서는 대응할 방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문제를 제기 할수록 책의 존재감만 더 부각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새 경제학 이론을 담은 입문서를 집필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은 출간 26년째인 지금까지도 가장 뛰어난 경제학 입문서 중 하나로서 많은 독자들이 계속 찾고 있다. 유시민이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 그리고 스스로 절판을 하지 않는 한 이 책은 계속 그 위상과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단 한 권의 책이 얼마나 집요하게 불합리한 기득권을 괴롭히고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흥미진진한 사례이기도 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8


『경제학의 모험』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2018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김성신 -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 입사했다. 저작권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현재 KBS 1라디오 「생방송일요일아침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에 16년째 고정 출연 중이다. tbs의 서평 프로그램 「TV 책방 북소리-해결책 코너」의 진행 외에도 10여 개의 방송에 고정 출연하고 있으며, 스포츠경향과 조선일보, 〈기획회의〉등에 칼럼과 서평을 쓰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북톡카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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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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