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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시민이 되기 위한 헌법 읽기

사회 분야 『지금 다시, 헌법』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2016








교양시민이 되기 위한 헌법 읽기


신기수 - 숭례문학당 당주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로 들썩이던 광화문 네거리, 평소 차들만 다니던 도로가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으로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는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그 도로의 한복판에 있는 무대에서 김제동이 펼치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너무 생경했다. 하지만 그가 외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두 문장은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법조문이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처럼 현실의 벽에 직면했을 때 탄식처럼 내뱉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법은 얼마든지 우리의 삶 속에 있을 수 있고, 있어야 했다.


“우리 헌법이 130조까지 있는데, 저는 1조부터 39조면 충분하다. 더 나아가서 사실 1조 1항과 2항에 있는 내용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는 헌법 전문(前文)이면 충분하고, 정말 더 나아가면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광장에 울려 퍼진 그의 말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헌법 읽기 운동이 펼쳐지는 등 헌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헌법 읽기를 촉발한 책은 아마도 2004년에 나온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이 아니었을까?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이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잊고 있던 헌법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 책이었다. 뒤이어 나온 『헌법 다시 보기』는 87년에 만들어진 현재의 헌법이 무엇이 문제인지 묻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헌법 개정’이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자조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과연 헌법이란 시민과 동떨어진 정치적 이슈일 뿐인가? 『헌법 다시 보기』는 ‘87년 헌법’이라 불리는 현행 헌법이 지닌 문제에 시민이 개입할 여지는 없는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헌법 개정 논의를 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 아래 법학자는 물론, 평화 여성 환경 문화 등 지금까지 헌법 논의에서 소외돼 온 분야의 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이 참여한 ‘헌법 다시 보기 기획위원회’를 만들었다. 수차례의 토론을 거친 끝에 책으로 엮었다. 정치적 개헌이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민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법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6월혁명의 결과로 탄생했다. 혁명 이후에는 혁명의 정신을 담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일례로 영국의 청교도혁명은 권리청원이라는 인권선언을 탄생시켰고, 명예혁명의 결과 이루어진 인권선언을 권리장전이라 부른다. 이 권리장전은 영국 헌법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법률 문서 중 하나다. 이 권리장전에는 의회의 승인 없이 법률의 정지나 면제, 금전징수, 상비군(常備軍)의 유지를 할 수 없으며, 의회 안에서의 언론의 자유, 왕위 계승의 순서와 자격 등을 규정했다. 당시 혁명을 촉발시킨 갈등을 매듭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87년 시민혁명에서 가장 중심적인 결과물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었다.


영국의 권리장전은 미국의 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에도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권리장전이라는 말은 일반화되어 각국의 헌법전 속에 규정된 인권을 보장하는 조항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한글로 된 헌법 조문을 읽을 수 있지만, 행간이 담고 있는 사회적 정의와 가치까지 읽어내려면 아무래도 길잡이가 필요하다. 『지금 다시, 헌법』은 이런 길잡이로 맞춤한 헌법 해설서다. 저자들은 최대한 쉬운 말과 간결한 문체,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각 헌법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헌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지점과 그에 대한 견해를 통해 현재적 관점에서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요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차병직, 윤지영 두 변호사와 윤재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썼는데, 2009년에 나온 『안녕 헌법』의 개정판이다. 저자들은 각 조항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해설을 달면서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짚어주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개선 방법까지 제안한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가 연예인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에 가깝다면, 『지금 다시, 헌법』은 세 법학자의 ‘헌법 서평’에 가깝다. 전자가 주관적 느낌을 위주로 써서 격정적이라면, 후자는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해서 차분하다. 그렇지만 책 서문의 제목이 ‘감정과 이성의 헌법’인 데서 보듯 이성에 기반하지만,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현실은 각자로부터 시작하여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이라고 말한 것에서 보아 헌법과 헌법 현실의 차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행동으로 현실을 창조해 가는 과정에 이성과 감정의 배분을 어느 정도 비율로 할 것인가”는 독자와 시민들의 몫이다. 이 책 초판의 부제가 ‘대한시민 으뜸교양 헌법 톺아보기’인 것처럼, 어쩌면 교양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게 바로 ‘헌법’이 아닐까.


한때 헌법은 법학 전공자들이 아니면 잘 공부하지 않는 법률서에 갇힌 선언에 가까웠다. 기껏해야 정치권에서 권력 구조 개편을 둘러싸고 권력 나눠 갖기를 하려는 정치적 흥정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삶 속에서 헌법의 선언들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꼼꼼히 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리가 꿈꾸는 헌법의 가치와 이상 그리고 구체적인 구현 방법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그의 저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답해주고 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헌법의 풍경』

김두식 지음, 교양인, 2011


『헌법의 상상력』

심용환 지음, 사계절, 2017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김제동 지음, 나무의마음, 2018







신기수 - 숭례문학당 당주


2008년부터 숭례문 앞에서 독서와 토론, 글쓰기를 중심으로 한 독서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독서는 혼자만의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그 가치가 커짐을 실증해냈다. 그 결과물로 『이젠, 함께 읽기다』(공저)『이젠, 함께 쓰기다』『이젠, 함께 걷기다』『책으로 다시 살다』『글쓰기로 나를 찾다』『생각정리 공부법』『은퇴자의 공부법』을 기획했다.




information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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