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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전쟁의 고난도 뛰어넘는 인간애

아동 분야 『몽실언니』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몽실언니』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창비, 2013







전쟁의 고난도 뛰어넘는 인간애


조월례 - 아동도서 평론가 






『몽실언니』 출간 34년을 맞는다.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이 출간된 지도 모르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책들이 부지기수인데, 이 책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고전 어린이문학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몽실이는 마치 포화 속에 핀 꽃처럼 한국 역사의 가장 비극적 사건으로 꼽히는 6·25전쟁을 관통하면서 인간에 대한 마음의 온기를 잃지 않은 미덕이 빛나는 책이다.


일찍이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차가운 거리에서 떨고 있는 거지에게 낡은 외투를 벗어줄 수 있는 사랑, 엄마를 잃고 태어난 갓난아이를 돌보는 이웃 여인의 사랑이라고 했다. 우리들의 권정생 선생님도 생전에 입버릇처럼 몽실언니를 그 혹독한 전쟁과 가난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었던 힘은 사람을 향한 인정, 착함, 사랑, 인간다움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몽실언니는 선생님 자신이었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몽실언니처럼 선생님은 일본에서 살다가 해방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병든 몸으로 혼자 떠돌며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생을 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년 생애를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서 자신에게 인정을 베풀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몽실언니도 일곱 살 즈음에 부모를 따라 해방 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그리고 얼마 후 6·25전쟁을 겪는다. 우리가 책이나 영화에서 겪는 전쟁은 인간의 역사를 비극으로 몰고 간다. 전쟁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오로지 적과 아군만 있을 뿐이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지나야 하니 누군가를 향해 인정을 나눌 겨를이 없다.


부모가 죽어가는 자식을 보고도 돌아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전쟁이다. 이처럼 비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전쟁의 한가운데를 지나오면서도 몽실언니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면서, 어떤 이념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고난의 강을 건너온 우리의 딸이다.


몽실언니는 가난을 견디지 못해 개가한 친어머니를 따라갔다가 새아버지에게 떠밀려 다리가 부러져 평생 절뚝거리게 된다. 친아버지는 징집을 당해 나가고 새어머니 북촌댁은 난남이를 낳고 세상을 떠난다. 어린 몽실언니는 난남이에게 동냥젖을 얻어 먹이고 나물을 뜯어다 죽을 끓여 먹고 그것도 없으면 굶다가 깡통을 들고 밥을 얻어먹기도 한다. 전쟁통에 너나없이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몽실을 향한 이웃들의 따듯한 마음들은 식지 않았다. 몽실이를 위해 동냥젖을 얻기 위해 앞장서며 안타까워했던 장골할머니, 난남이를 위해 젖을 물려준 종구 엄마, 몽실이 들고 간 빈 깡통에 밥을 채워준 사람들 난남이를 위해 미숫가루를 내어준 인민군 언니, 아버지 장 씨가 부산 자선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식지 않은 인정을 보여준다. 그것이 톨스토이가 말한 사랑, 권정생 선생님이 몽실언니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그 혹독한 전쟁과 가난에서 구원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이 책이 지닌 절대적 미덕이다.


전쟁과 모진 가난을 헤치고 나올 수 있는 두 번째 힘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한 마음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분명한 자기 생각이었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 국시는 반공이었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은 타도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몽실이가 살던 마을에는 전쟁 상황에 따라 인민군과 국군이 번갈아 몰려왔다가 몰려가곤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공비 빨갱이가 뭔지 인민군이 뭔지 모른다. 그런데 까치바윗골 앵두나무집 할아버지가 공비가 된 아들에게 떡을 해주고 닭을 잡아 주었다고 해서 잡혀간 다음 돌아오지 못했다. 몽실은 까치바윗골 할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스러워 아버지 정 씨에게 물었다.


아버지 정 씨는 “앵두나무집 할아버지가 자식이지만 빨갱이한테 떡을 해주고 닭을 잡아준 것은 백 번 천 번 잘못한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몽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지 않아요, 빨갱이라도 아버지와 아들은 원수가 될 수 없어요. 나도 우리 아버지가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갔다면 역시 떡 해드리고 닭을 잡아 드릴 거여요.”


아무리 이념이 지배하는 세상이어도 몽실언니는 어떤 이념보다도 앞서서 사람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말할 만큼 자기 생각이 분명한 아이였다. 실제로 몽실이 겪은 인민군은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다. 마을은 국군이 들어오면 태극기를, 인민군이 들어오면 붉은 인민군 기를 달아야 했다. 그런데 몽실이가 인민군이 마을에 들어와 있는데 실수로 그만 태극기를 걸었을 때 허겁지겁 달려와 위험한 태극기를 내리고 인민군 기를 달아준 사람은 인민군 청년이었다. 어린 난남이에게 미숫가루를 개어 입에 넣어준 사람도 인민군 언니였다.


몽실언니는 우리나라가 이념으로 혹독한 전쟁을 치르고 남북이 총부리를 겨눈 채 원수가 되어 살고 있어도 인민군도 국군도 누구든 사람으로 만나면 나쁜 사람은 없다는 자기 생각이 분명하다. 몽실언니는 누군가가 낳아버리고 간 흑인 어린아이를 향하여 침을 뱉고 모두가 손가락질할 때도 누구나 배고프면 화냥년이 될 수 있다고 소리치고는 흑인 아이를 거둔다. 나쁜 일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몽실언니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몸으로 겪고 들으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면서 반듯한 생각을 키워간다. 몽실언니는 탁류처럼 밀려오는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결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구걸할지언정 자존심을 지키면서 모든 순간을 묵묵히 견디어낸다.


전쟁의 가장 큰 비극은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 마음도 갈갈이 찢어 그로 인하여 온갖 상처에 매몰되게 한다. 하지만 이념을 뛰어넘는 몽실언니 인간애는 우리가 전쟁도, 분단의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을 품게 한다.


『몽실언니』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꽃 같은 살가운 언어로 창조한 우리 아동문학의 고전이다. 권정생 선생님이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두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점득이네』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창비, 2012


『초가집이 있던 마을』

권정생 지음, 홍성담 그림, 분도출판사, 2007


『꽃섬 고양이』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창비, 2018







조월례 - 아동도서 평론가


1980년 초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설립해서 활동하면서 어린이 책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어린이 책 관련 강의와 여러 매체에 어린이 책 글쓰기 문체부 도서선정위원,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책선정위원장, 학교도서관 문화운동네트워크 공동대표를 거쳐 2006년부터 경민대학교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경기도 작은도서관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 사업단 책임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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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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