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설렁 설렁 거꾸로 찍는 사진관

2019-05-01 ~ 2019-07-31 / 2019년 경기북부 문화예술 공모지원사업

  비오는 6월 마지막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남양주시 진겁읍 달음마을에 크고 작은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편안한 복장의 40~50대의 회원들은 이런 모임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오늘 활동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활기차 보이는 모습이 인상깊었는데, 원래 매일 새벽6시에 하는 수영모임에서 만나 조직된 모임으로 그날 아침에도 수영을 한 후 함께 달음마을로 이동해 왔다고 했다. 수영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사진모임을 조직하였다고 하니 그 과정이 궁금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몇 년째 같이 수영강좌를 들은 사람들로 회식모임을 갖곤 했는데, 모임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워낙 구성인원의 연령이나 직업군이 다양해서 적당한 활동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논의 끝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배워보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졌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에 관심있는 수영모임의 배우자나 가족들도 동참하게 되면서 지금의 회원이 조직되었다고 한다. 현장에서 현직 사진작가가 모임을 이끌었는데, 지역 모임의 강사로 어떻게 전문 사진작사를 섭외할 수 있었는가 물으니 그 분 역시 수영모임의 회원 중의 한 분이라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봉사를 하고 계시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 사진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총12회로 9회는 이론수업으로 진행되고, 3회는 출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은 주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9시에 강사의 작업실에 모여 이론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마추어라는 것을 감안하여 카메라의 조작부터 촬영기법과 같은 기초지식부터 렌즈의 초점 맞추기, 노출을 측정하는 방법 등으로 교육내용을 심화시켜 왔다. 하지만, 이론 수업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이론만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가 주제를 주면 회원들이 각자 찍은 사진을 강사에게 전송한다. 그러면 강사는 다음 모임 때 회원들이 찍은 사진을 모니터 화면에 띄워 같이 보며 평가해주고, 때로는 사진을 수정하여 더 나은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회원이 찍은 사진과 유명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사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 등 회원 스스로 느끼고 발전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한다. 모임이 반복될수록 회원들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만큼 처음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들의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찍는 재미를 느끼고, 더욱 진지하게 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 이 모임을 기획할 때는 회원들 대부분이 주부라는 점을 감안하여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기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자기를 성찰하고, 디지털 기술과 친밀해져서 자신의 삶과 가족, 이웃의 모습을 기록하고 보존할 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이런 효과 외에도 매주 수요일 저녁 편안한 복장으로 동네 마실 가듯 가서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공동체를 갖게 되고, 수영모임 회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참여하게 되면서 대인관계가 넓어지고,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사람과 사물, 삶이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삶의 온기가 채워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모임이 있던 토요일은 그동안 배운 이론을 본격적으로 실습하기 위해 출사에 나선 날이었다. 특이한 것은 3번의 출사를 모두 같은 마을로 온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공간이 눈에 익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방문에서는 공간이 낯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공간이 익숙해질수록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장소라도 아침에 왔을 때, 해질녘에 왔을 때, 맑은 날 왔을 때, 비오는 날 왔을 때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장소라도 방문할 때마다 다른 사진이 찍힌다는 것이다. 꽤 심오한 철학이 있는 인상깊었던 대목이었다. 이번 출사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일부러 비가 오는 모습을 찍기 위해 급하게 출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달음마을에 도착한 회원들은 비오는 날에 적합한 노출 등 몇 가지 기본 지식을 강사로부터 전달받은 후 두 명씩 짝을 지어 마을로 흩어졌다. 자유롭게 무엇이든 마음 가는대로 눈 가는대로 셔터를 눌렀다. 꽤나 진지한 모습이면서도 자유롭고 여유로웠다. 프레임 밖의 세상과 프레임 안 세상을 오가며 자연을 즐기고, 사진이라는 바구니 속에 자연을 담아내는 걸 즐겼다. 이렇게 담아낸 사진들은 또다시 강사에게 전송하고 다음 모임에서 이론수업 때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공유하고 평가한다고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달음마을의 일상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기록물로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런 작은 모임들이 많이 활성화된다면 우리나라 마을 곳곳의 평범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유되어지고 기록되어지는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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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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