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덩더쿵 모여라 다함께 노올자

2019-10-10 ~ 2019-10-10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평일 오후 7시가 가까운 시각, 퇴근 시간이 지나 불꺼진 진접주민센터 뒤쪽에서 흥겨운 가락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소리나는 곳을 따라가자 불이 환하게 밝혀진 <진접문화의 집>에는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 북치고 장구치며 연습하는 소리, 정성스레 준비된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했고, 출연진과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은 남양주에 있는 풍물패들이 모여 연합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날로 입구에 놓은 입간판에 쓰인 ‘모여라 덩더쿵 함께 노올자!’에서 알 수 있듯이 함께 모여 신명나게 놀아보고자 만든 자리였다.


풍물패라 하면 다 같은 줄만 알았는데,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동아리별로 의상과 악기 등에서 각자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7시가 되자 사회자는 본격적인 공연 시작을 알렸다. “오늘 행사는 생활문화공간인 진접문화의 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풍물패가 중심이 되어 남양주에서 풍물을 하고 있는 동아리나 개인들이 함께 모여 130여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삼봉풍물 가락을 함께 배우고 큰 풍물 대동굿을 펼치고자 준비한 것”이라고 행사취지를 밝혔다. 이에 호응하듯 참가자들은 가지고 있던 악기들을 두드려 대자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사회자의 말처럼 이 행사에는 경기북부지역의 풍물패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인데,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애초에 야외에서 많은 관객들과 어울려 한 판 즐겁게 놀아보고자 크게 기획했던 행사였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처음으로 지역 내의 같은 취미와 우리 가락에 대한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회의하고 연습하는 것이 꽤 즐거웠다고 했다. 특히, 지역 내 풍물패끼리의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었는데, 풍물놀이라는 것은 함께 할수록 더 흥이 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이 행사는 9월에 진행하고자 기획되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해 미뤄지다 이날 개최된 것이다. 그로 인해 같이 연습해온 출연진들의 일부가 참여하지 못했고, 야외에서 예정됐던 행사가 실내 공연으로 축소됐고,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 모객도 쉽지 않아 관객도 많지 않은 행사가 됐다. 그러다 보면 자칫 지역 풍물패끼리 모인 친목도모 모임 정도로 끝날 수 있을 것 같아 행사를 취소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접문화의 집>에서 이 행사를 기획한 데에는 보다 깊은 뜻이 있기 때문에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속에서도 이번 공연을 강행했다고 했다.


이 날 공연은 삼봉농악대 고사반의 ‘고사소리’를 시작으로 진접문화의 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궁채와 열채의 ‘앉은반 설장구’, 풍물패 사가지의 ‘삼봉두레풍물’, 진접 농협의 풍물패 어울림의 ‘웃다리 사물놀이’, 삼봉두레풍물 보존회인 풍물패 두렁쇠의 ‘사물판굿’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흥겨운 가락에 취해 말그대로 한바탕 신나게 논 공연이었다. 사회자는 풍물놀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을 위해 동아리별로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공연의 의미와 동아리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가락이기 때문에 익숙한 소리이긴 하지만 아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전문가의 설명이 더해지니 풍물놀이라는 것이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깊은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어 더 깊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한바탕 흥겨운 사물놀이가 끝나고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사회자는 삼봉두레풍물에 대한 유래를 설명했다. “오늘 ‘덩더쿵 모여라 신나게 노올자!’에서 재연하고 있는 삼봉두레풍물은 1980년 경에 ‘삼봉부락은 풍물을 해야 동네가 편안하다’고 한 어느 스님의 말씀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삼봉풍물은 기본적으로 경기 충청 일대의 웃다리 풍물에 해당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웃다리 판제에서는 고깔을 사용하지 않지만, 삼봉두레풍물은 장구, 북, 징은 고깔을 사용하고 있으며 굿거리로 판을 구성하여 상모놀음을 하고 제의 없이 탈을 쓰고 하는 연희 내용은 일반적인 웃다리 풍물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130여년 넘게 삼봉농악을 지켜오신 분들에 대한 <헌정의 시간>을 마련했다. 현재 삼봉농악대는 7분의 어르신들이 그 전통을 지켜오고 있지만, 연세가 많으셔서 하루하루 건강이 달라져 3분만이 참석했다고 했다. 그날 공연에 참석한 모든 참가자들이 3대에 걸쳐 삼봉농악을 지켜온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삼봉두레풍물의 보존과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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