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나는야 각설이로소이다

2019-12-02 ~ 2019-12-06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공연 시작과 함께 포천에 위치한 <노인전문요양원 효인> 로비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과 간호사들 사이로 각설이 한 명이 등장한다. “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절~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품바 품바 잘도 한다!”를 구성지게 부르며 등장한 각설이의 손에 들려진 찌그러진 깡통이며, 여기 저기 헝겊으로 기운 자국이 있는 옷차림, 익살스러운 춤과 노래, 표정은 정말로 죽지도 않고 다시 온 각설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하디 익숙한 모습이었다. 어르신들도 그런 각설이가 반가운 지 각설이가 돋우는 흥에 박수와 환호로 답하며, 노인전문요양원 안에서 오랜만에 떠들썩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날의 공연은 <나는야 각설(覺說)이로소이다!>라는 품바 공연으로 품바 1인과 고수 1인이 끌어가는 창작극이다. 공연 내용은 “젊은 시절, 건설 폐기물 처리 사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던 주인공 운봉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그만 부도를 맞고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처가에서 마련해준 돈마저 도박으로 잃자 운봉에게 실망한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고, 살 희망이 없어진 운봉은 자살까지 시도하지만, 결국 죽지 못하고 거리를 전전하는 폐인이 되고 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 환경미화원의 절절한 과거사를 듣게 되면서 운봉은 다시 한번 힘을 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려고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직업은 바로 각설(覺說)이, 즉 말씀으로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공연 내내 각설이는 간간히 깡통을 두드리며 관객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러는 중간중간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 유쾌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어려웠던 경험이 있지만, 이토록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을 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한 사람들도 꿈과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삶의 활력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창작자는 이 작품에 대해 “고(故) 김시라 선생님의 품바를 모티브로 하였으나 새로이 창작한 작품으로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겪으며 깨닫게 된 삶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각설이의 익살과 해학, 그리고 풍자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고수 1인과 품바 1인이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 가며 노래와 춤, 그리고 여러 상황극을 통한 품바 1인의 다역(多役) 연기가 볼거리”라고 소개하였다.


공연을 위해 현재 대학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를 품바 역으로 섭외하고 전문 고수를 모시는 등 지난 봄부터 공연 준비로 한참 바쁜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이 공연은 2019년 12월 2일에서 6일까지 총 5차례 진행되는데, 이 날 공연을 시작으로 축석 실버센터, 광릉수목요양원, 효담 양로원 전문 요양원, 연세실버전문요양원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특별히 요양원들을 공연장소로 정한 이유를 물으니 원래 공연의 취지가 <포천시 문화소외지역을 찾아다니는 순회공연>으로 기획되었는데, 원래는 면사무소, 마을회관, 포천아트밸리 등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진행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돼지콜레라의 영향으로 야외 행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안을 모색하던 중 예전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순회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각났고, 특히 요양원은 어르신들이 갑갑한 실내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위로를 주기에 적합한 대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원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공연으로 그에 맞게 대본을 작성하였으나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관람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급히 그에 맞게 공연 수위나 템포를 조절하고, 설명을 보다 자세히 제공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날 공연이 초연이었는데, 회를 거듭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도 특별히 포천시를 사업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를 물으니 포천시가 문화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지역으로서 일반 지역민들도 공연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어르신들 및 문화소외지역주민들은 특히 그런 기회를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서민적이고 유쾌한 공연을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공감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공연 연출자는 포천시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후 이 사업을 확대하여 경기북부 문화소외지역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공연으로 레퍼토리화하여 경기 북부 전체의 공연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 축제 및 지역 문화 행사와 연계하여 공연을 추진함으로써 지속적인 공연의 생명력을 키우고, 꾸준히 관객에게 제공되어질 수 있는 상설 공연을 만들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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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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