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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생활문화취재단] 대만 생활문화 현장리뷰 (난지창중칭리마을편)

2019-12-03 ~ 2019-12-07 / 2019 국외 우수 생활문화 현장사례 탐방

“살아있는 마을공동체, 중칭리 마을을 가다”



탐방 이틀째, 흐린 날이다. 대만이 워낙 비가 많은 나라여서 흐리기만 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난지창 중칭리 마을로 향했다. 우리 숙소 근처였던 메인 스테이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이날은 가이드가 동행한 일정이라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었다. 타이베이는 그 나라 말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조금은 불편한 도시다. 최소한의 의사소통이야 몸짓으로 할 수 있는지만 물어보고 설명 듣기가 불가능하니 가이드가 필요하다.



난지창(南機場)은 대만이 일본 지배하에 있을 때 근처에 공항이 있던 지역이라 남쪽의 공항이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중칭리 마을은 1955년 국방부의 장군 관사가 있던 곳이다. 당시에는 호화주택이었지만 군대가 철수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시설이 낙후되었다. 빈집에 불법 거주자들이 들어와 살기도 했다. 이런 동네에서 낡고 쓸모없는 관사를 손보아 현재의 중칭리 주민 활동센터를 만들었다.  


선약이 되어 있어 현지에 도착해 바로 이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을 이장님은 5세 때인 1963년에 이 마을에 들어온 첫 가족이었다고 한다. 장군 숙소였던 지금의 센터를 마을 주민의 모금으로 재원을 모아 리모델링 했다. 현재 노년·아동 지역 서비스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의 운영자는 이장님 포함 12명이다.




센터 마당에는 어르신 20여 명이 기체조를 하고 있었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2시간씩 기체조를 한다. 마당에서 연결된 실내로 들어가니 식사하는 장소가 있고 주방에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곳이 행복식당이라는 식사 공간이다. 홀에는 대여섯 명이 앉을 정도의 둥근 테이블 8개가 놓였다. 11시가 좀 지난 시각인데 이곳에서 매일 점심을 먹는 노인 몇이 앉아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는 것도 공동체의 중요한 일이란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노인들은 자녀와 함께 살아도 자녀가 직장에 가거나 하는 이유로 낮에 혼자 있는 노인들이다. 거동이 부자유한 사람들은 식사를 집까지 배달해 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과 저녁을 배달하는데 한 끼에 대만 돈 20원이다. (대만달러에 40을 곱하면 우리나라 돈이 된다) 배달하거나 방문해서 먹는 식사 가격은 같다. 노인세대 돌봄 차원이라서 가격이 싸다. 이날도 205명에게 아침을 제공했다고 한다.



난지창에는 노인 인구가 1,500명 정도 되는데 전체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WTO가 규정하는 노인 마을이 노인 거주 비율 12% 이상인 걸 생각한다면 매우 높은 편이다.


식사 공간에는 한쪽 벽면을 전부 차지할 만큼 큰 출석부가 붙어 있었다. 각자가 센터에 온 날을 자발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는데 출석 일수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체크가 잘 된다고 한다. 마일리지가 일정 금액 적립되면 선물을 준다. 선물은 기부받은 물건이 대부분이다.


센터의 운영예산은 어떻게 조달되는지 물었더니 정부 지원 40% 정도, 기업 등 모금과 중고시장에서 지원해주는 물품을 통한 자발적 모금으로 나머지를 채운다고 한다.



식당을 나와 다시 노인들이 기체조 하는 장소를 지나왔다. 옆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도서관이었다. 노인들의 손·자녀가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면 이곳으로 책이 배달되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읽을 수 있게 한 방식이다. 바깥으로 드러난 계단을 통해서 도서관 2층으로 올라갔다.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강의를 듣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는 오전 시간은 어른들 수업을 하지만 오후에는 초. 중학생이 사용한다.


식당이나 도서관, 마당이 다 오밀조밀 붙어 있다. 센터가 그리 넓지 않고 깔끔한 건물은 더 아니다. 그렇지만 이곳이 중칭리 마을의 왕성한 공동체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중심이다.



이장님의 안내로 센터에서 좀 걸어가니 식자재 은행이 있었다. 개인 한 사람이 한 개의 계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은행은 필요한 물건을 서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장님이 확인한 저소득자들이 대상이다. 물건은 포인트로 계산하는데 거래 시 시중가의 삼 분의 일 정도를 쳐준다. 또 물품 은행에는 없지만 자기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요청해 놓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음식, 옷, 서비스(노동)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데 쌓인 포인트는 이월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간당 20포인트로 인정해주는 노동시간은 이월시켜 사용할 수 있다. 대상은 이장이 직접 거주지를 방문에서 파악한다. 6개월마다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가 필요를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일을 이장님이 챙긴다. 홀몸노인 보살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렇게 해 오면서 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쌓였다고 한다.


이 물품 은행이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인데 그 이후 시간이나 주말에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게 밖에 보관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는 식자재 은행이 있는 것으로 안다. 서로 교환하고 노동력에 대한 인정이 구매력으로 이어지는지는 모르겠다. 중칭리의 물품 은행은 생활의 필요를 서로 나누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이날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이장님은 우리를 어느 카페로 안내해 갔다. 북카페 이름이 書室花甲 이었는데 화갑은 고양이 이름이었다. 다치고 버려졌던 고양이를 보살펴서 이젠 카페의 가족이 되어 사랑받고 있었다.


이 카페는 영국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16~18세까지의 범죄기록을 가진 청소년들이 무료 훈련을 받아 이곳에서 일한다. 무료로 교육하고 점심을 제공하는데, 1회 수업을 받으면 우리 돈 1만 2천 원을 준다. 물론 현금이 아니고 편의점 같은 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카페 운영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가게를 꾸려나가는 것이 목표여서 그 수준으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재범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니 그런 것 같다.  



중칭리 마을의 이장 역할을 하면서 보람 있는 점을 물으니 4년 임기인 이장을 6번째 연임하고 있다는 것, 주민들이 신뢰를 보내주니 감사하다고 했다. 힘든 일은 이 센터가 든든하게 뿌리 내리기까지 겪어온 주민의 편견과 기득권층의 비협조를 깨뜨리고 이해시키는 일이었다. 지역민의 신뢰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이장님은 대만에 있는 68개의 식자재 운영점에 중칭리 마을의 운영 비결을 나누기 위해 강연도 다니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곳과 운영방식을 나누고 싶단다.  



난지창 중칭리 마을을 방문하고 느낀 것은 공동체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님이 말했듯 이만큼의 신뢰를 얻기까지 눈물과 상처라는 밑거름이 있었다. 공동체라는 것은 크든 작든 어느 만큼의 희생을 요구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완벽한 공동체는 없을지 모른다. 가족 공동체부터 직장, 사회, 국가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다. 각각의 부족함을 서로에게 채워주는 일을 계속해 가는 것, 그것이 공동체가 운영되는 원리가 아닐까.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유미희

○ 활 동 명 :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활동내용 :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 사업 현장 취재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