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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작은축제

경기학광장Vol.5 _ Information & News

< 경기도의 작은축제 >


- 경기학광장Vol.5 _ Information & News -



경기학광장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가 발간하는 계간지입니다. 경기도와 31개 시군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고자 합니다. 전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즐길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겠습니다. 경기학광장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저 유명한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사람은 사랑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 사는 목적에 대하여 많은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예술가 등이 그 숫자만큼이나 많은 정의를 내렸다. 또 고갱은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적 고민이 담긴 그림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번에 함께 보는 책은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물음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정의가 필요하다. 정의부터 말한다면 사람은 놀기 위해 사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고 그 실상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긴 책이 바로 『경기도 작은축제』이다. 그러니까 『경기도 작은축제』는 놀고 있는 존재로서의 경기도민의 현주소를 찾은 서적이다.

2. 놀이 지향의 인간

인간은 무엇하는 존재인가? 어떤 철학자는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고 했다. 또 어떤 인류학자는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 인간을 궁극적으로 놀이를 목적으로 하는 존재라고 정의한 ‘놀이인간 homo ludens’으로 부르기도 한다.(26쪽) 인간은 노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놀이 지향의 인간의 세속적 표현이 바로 축제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점은 축제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살아 있는 생물체라고 한다. 과거의 문화적·역사적 현상이 아닌 축제를 하면서 ‘노는’ 실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축제의 속성을 탈현실성, 문화소의 집약과 창조성, 그리고 생활의 재생성을 꼽는다. 그러므로 축제는 단순히 일회적인 발산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미래의 창조적 삶을 재생산하는 활력소로 인정할 것을 강조한다. 축제를 ‘문화의 한 요소로서 그리고 하나의 문화장치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본서에서는 ‘작은 축제’의 개념을 살리고 있다. 본서는 크게 1장과 2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에서는 ‘작은축제론’을 논리적으로 개념화하고, 2장에서는 경기의 작은축제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참고삼아 목차를 살펴보도록 한다.

『경기도 작은축제』 목차

3. 왜 ‘작은 축제’인가?

왜 ‘작은 축제’일까? 우리에게는 국내의 축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큰 축제 가운데에서도 잘 알려진 경우가 있다.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베니스의 가면무도회, 그리고 종교 행사와 관련된 다양한 축제가 있다. 이러한 축제는 많은 경비와 인원을 동원하여 행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대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본서에서는 바뀐 축제의 모습을 인도의 새해맞이 흘리축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 도시와 현대화로 인해 신화적 세계관이 희미해져 간다.
- 참가자들이 줄어든다.
- 참가자들의 진정성이 희석되고 있다.
- 관광객의 동참으로 인해 유희 측면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 신화적 일체감과 공동체의 동질성이 훼손되기 시작한다. 등

현대에 있어서 축제는 신화나 종교적인 측면보다 유희적인 면이 더 깊이 작용하면서 점차 참여자 중심의 작은 축제가 필요할 것이라는 제안을 한다.

- 작은 축제는 규모의 여하에 있는 것이 아니다.
- 작은 축제는 외면적 지향에 있지 않다.
- 작은 축제는 내면과 실용을 중심으로 한 진정한 자아실현의 계기를 마련하는 내면 지향의 것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작은 축제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하며, 작은 축제라고 하여도 참여자가 직접 놀이에 참가하지 않고 관객의 위치에 머무르면 축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놀이로서의 작은 축제의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축제의 놀이 기능을 통하여 자아실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경기도의 ‘작은 축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총론적인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경기도의 작은축제를 실증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크게 마을굿과 관주도의 축제로 나누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으로 광주와 부천의 마을굿을 소개한다. 기타 지역들은 목록과 간단한 내용들만을 서술하고 있으며, 이 두 유래에서부터 상세하고 많은 도면들을 수록하고 있다.

가. 광주
본서에 소개된 광주의 작은축제는 아래와 같다.


광주의 마을굿에서 대표적인 신월리와 무갑리의 산신제가 있다. 이 산신제에서는 제의 중에 나무에 제물로서 돼지를 산에 걸어두고 제의가 끝나면 집집마다 돼지 나누기를 한다.(사진)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먹거리들이다.

산신제에 사용하는 고기


무갑산 산신제 표지석


집마다 돌리는 고기 나누기


달집태우기 단 쌓기


풍물을 하며 달집태우기

한편 산성리의 영월제는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풍물놀이와 함께 음식 나누어 먹기를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달집을 태우면서 축제를 즐기는 풍습이다.
또한 광지원의 해동화놀이는 200년 이상 되는 축제로서 역병이 돌았을 때 나뭇단을 모아 태움으로서 장티프스 등의 역질을 물리쳤다는 제의이다.
이밖에도 광주에는 여러 축제가 비교적 제의 의식을 갖추고 남아 있고, 이 축제를 통하여 함께 놀이로서 즐기고 자신들을 재생산하는 과정으로 삼고 있다.

나. 부천
부천 지역의 축제는 대표적으로 다음의 축제들이 보고되어 있다.


부천에서의 축제 가운데 흥미 있는 것은 도당 우물제를 지내고 있는 점이다. 예전에는 소를 잡아 그 고기를 나누어 먹는 등 성대하게 시행되었으나, 현재는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소를 잡던 풍습에서 떡을 간단히 나누어 먹는 등 축소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 기타 지역과 관주도 축제
앞에 소개한 광주와 부천 이외의 지역은 도표로 정리된 내용만 있고, 구체적인 유래와 제의의 행사 과정들이 상세하게 조사되지 않고 있다. 점차 이러한 축제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축소 내지 소멸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관주도 축제는 시, 구, 동이 주체가 되어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하여 각 지역의 특성을 알려주는 축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특성을 알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주민들의 호응을 크게 얻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막걸리 축제와 가와지 볍씨 축제를 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와지 볍씨는 우리 농업의 역사와 함께 홍보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부천 소사에서는 특산물인 복숭아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며 대보름을 맞아 윷놀이를 하는 척사 축제도 있다. 각 지역마다 지역적 특수성을 보존하거나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활발한 축제 개최를 하고 있는 현황을 본서를 통하여 살필 수 있다.

고양 막걸리 축제


마루 도당우물 대동제

5. 오늘도 축제를 즐깁시다.

『경기도 작은축제』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우리 경기도의 축제를 모아 놓은 소중한 자료집이자 새로운 놀이로서의 작은축제를 지향하자는 논리적 가능성을 제시한 책이다. 논리적 구성도 어렵지 않게 하였으며, 일부 축제에 대해서는 상세한 해설을 더한 이론서이기도 하다.
본서가 단순한 조사 자료만을 엮은 서적이 아닌 미래의 놀거리로서 작은 축제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제 ‘놀이인간’으로서의 경기도민의 미래를 꿈꾸어본다. 마을 축제는 작은축제로서 어쩌면 현대 사회의 개인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새로운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축제보다도 작은 규모이면서도 소박함을 잃지 않은 전통의 문화와 역사를 전승하여 미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놀이로서의 축제는 매일 매시간 우리의 정신적 활력을 주는 동력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경기도민의 의식적 변화도 빠르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거와 단절된 미래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거의 놀이를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제 과거의 축제는 미래의 놀이로서의 작은축제로 탈바꿈하여 활기 있는 생활의 받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순간이 축제이며 놀이라는 기대감으로 『경기도 작은축제』의 일독을 권한다.




글 이재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경기대 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사적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후삼국시대 궁예정권 연구』, 『슬픈 궁예』 『나의 일본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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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경기학광장 Vol.5 _ 2020 여름호

    발행처/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

    발행인/ 강헌

    기획/ 이지훈, 김성태

    발행일/ 2020.06.30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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