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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스페셜호 | 코로나 덕에 다시 생각해본 '학습자 중심'이라는 말

온라인 고민공유 집담회 - 고민빨래방

고민빨래방에서 들었던 고민 중 공통적인 것을 추려보면


① 비대면 상황에서 예술교육을 하는 방법  

② 교육에 들어가는 품 대비 교육 시간만을 중심으로 편성되는 예산의 한계

③ 단체의 운영 구조 혹은 지속 가능한 구조 만들기 등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상당한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즉, 광역 재단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첫 번째 고민은 전 인류의 문제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두 번째 고민은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돌봄 노동이나 그림자 노동의 문제와 맥을 같이 한다.

세 번째 고민은 문화예술 경제 구조의 허약함에 더해 교육이 기본재라는 인식이 문화예술교육에서 제한적으로 수용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자세하게 다루면 연구보고서를 쓰는 격이라, 한 가지 문제만, 그리고 그 문제의 한 가지 측면만 생각해봤다.


비대면 때문에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고민빨래방 온라인 컨설팅을 하면서 나는 ‘관계의 상실’이라고 말했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도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던 부산물이었다. 그런데 그 부산물이 실은 교육의 활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이기도 했었다. 어쨌든 코로나 이전에는 주로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무리 없이 운영하면 ‘관계’는 얼추 만들어졌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이제는 시공간의 공유가 아닌 ‘시간’만 공유하는 낯선 연결(예를 들어 줌ZOOM) 안에서 교육의 콘텐츠 디자인뿐 아니라, 관계 형성을 위한 디자인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


어떤 직감처럼 그런 말을 불쑥 꺼내놓은 지 두 달 정도 흐른 지금, 다시 그 질문을 곱씹어본다. 비대면의 진짜 어려움이 ‘관계 만들기’일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 느끼는 직접적이고 우선적인 어려움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오프라인에서 음악(소리)을 재료로 수업을 한다고 해보자. 몇 명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면 주강사나 보조강사는 비협조적(?)인 참여자 곁에 가서 ‘같이 하자’고 권하고, 또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면 얼추 수업이 돌아간다. 수업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일종의 ‘지배력’이 먹히는 것이다.


그런데 화면으로 마주한 참여자에게는 그 지배력이 좀 무력해진다. “자~ 이렇게 같이 해볼까요?”라고 화면으로도 권할 수는 있지만, ‘옆’에 가서 어떤 무언의 압박 같은 기운을 ‘강사의 존재감’으로 뿜어낼 수는 없다.


그런데 왜 그런 권유, 설득, 압박이 필요할까? 그간 문화예술교육은 교수자(강사) 중심이 아닌 참여자 중심이고, 학습보다는 미적 체험 중심이라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비대면 상황이 되고 보니 사실은 그게 좀 아니었나 보다 싶은 것이 아닐까? 실제로는 ‘참여’보다 ‘독려’가 많았고, 비대면 상황에서 그게 잘 작동하지 않으니 프로그램의 힘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게 아닐까? 쉽게 말해 정말로 학습자(참여자)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물론 참여자 역시 친구와 머리-몸을 맞대고 ‘함께’ 한다는 에너지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운이 안 날 수 있다. 대면 시공간에서는 온몸을 통해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비대면에서는 눈, 귀, 뇌라는 전형적인 ‘인지기능’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신체성에 바탕을 둔 활동 대부분이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 프로그램 디자이너로서, 혹은 주(보조)강사로서 ‘내’가 느끼는 어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습자도 타인이다. 타인이 적응하고 노력해야 할 몫을 내가 어쩔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총체적 혼돈의 덩어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 몫의 일을 헷갈리지 않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고민빨래방을 돌아보며 내가 다시금 이해한 것은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함’의 문제다. 실제로 교육이 돌아가도록 했던 나의 ‘존재감’이나 ‘역할’이 안 먹히는 불안,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불안 등등. 코로나가 아무것도 못 하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은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게 만든다.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을 돌아본다는 말은 명시적 사상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나의 태도를 성찰하는 것에 가깝다. 전문가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나’의 고유한 영역이자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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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 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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