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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

전혜주

전혜주 작가의 프로젝트 <바닥에는 풍부한 공간이 있다>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의 강연의 제목을 따른 것이다. 이 강연은 극미한 분자의 세계의 중요성에 대한 것으로, 같은 제목을 딴 프로젝트는 도시생활에서 현대인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입자들을 찾아서 관찰하고 기록하여 작품으로 제작하여 온라인 공간에 공개하는 활동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일으키는 사소한 접촉들로 인해 전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은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작가는 복잡다난한 도시공간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의 일상의 움직임이 어떤 생태적 파급효과를 지니는지 공기질을 대상으로 실험하였다.


프로젝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눈에 볼 수 없는 물질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작가는 도시공간에서, 일상적 활동에서도 쉽게 수집 가능한 방법과 대상을 선택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인체에 해롭지 않고 주기적으로 매년 공기를 타고 우리들의 신체에 접촉하고 있는 식물의 ‘화분’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식물의 화분(꽃가루)은 봄마다 많은 사람들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도 대기중의 다양한 물질들(미세먼지, 화학물질, 미세플라스틱)과 섞여 또 다른 성분으로 변화하며 자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물질들은 유기적으로 공존하고 있으며, 그렇게 리서치한 자료들로 구성한 결과물이 <미시적 공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2020년 4월부터 5월 꽃가루 날림이 활발한 기간 동안 주변에 묻어있는 꽃가루 화분을 채집하여 현미경으로 관찰, 확인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그 방법으로 작업실 창가의 같은 자리에 매일 새로운 유리슬라이드를 배치하여 그 위에 떨어지는 화분입자들을 포집하고, 자동차 위에 쌓인 미세먼지, 옷에 떨어져 붙어있는 먼지, 머리카락 등을 채취하였다. 그 외에 이동 중 마주친 식물, 식용으로 섭취하는 찻잎, 채소 등에서도 화분을 채집하여 화분의 분포와 형태를 분석하였다. 생물 현미경과 실체현미경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화분과 미세입자, 미생물 등의 이미지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였고 그 결과물을 온라인에 기록하여 공개하였다. 수집된 식물의 꽃잎, 종자, 화분, 미세먼지, 섬유조각, 강물 등은 슬라이드 글래스, 보관용기, 패트리 디쉬 등에 표본으로 아카이브되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미시적 공생>을 키워드로 리서치를 병행하여 현대 도심의 대기질이 형성하고 있는 생태계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회-과학적 현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모았다. 제작된 영상, 이미지, 자료들은 미시적 세계에 대한 관심과 자연에 대한 존중 및 경각심을 보다 다양한 관객들에게 일으키고 공유될수 있도록 온라인에 공개하였다.



바이러스라는 공포의 대상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식물의 세계관에서 미세한 물질인 ‘화분’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다양한 관객층의 관심을 유도하였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의 주제인 ‘재난적 상황을 비추어 바라보는 미시적 세계와 전지구적 생태적 연결성’에 대한 취지를 전달하는데 관객이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성과가 있다.


온라인 아카이브 링크

information

  • 전혜주/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에서 Art and Media를 전공하였고 올라푸어 엘리아손 스튜디오에서 공간연구소 참여작가로 선정되었다. 스페이스 캔과 플레이스 막 등에서 개인전을, 경기창작센터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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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자기소개
코로나19 상황 속 문화예술계 지원 및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