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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9호 |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불안을 확인하고 보듬어주는 이야기 '노멀피플'

삶과 공간의 변화 - 앞당겨진 초연결 사회 속으로의 ㅋㄹㄴ ㅅㅍㅇㅅ의 모험

정다운(청년기획자)


“개천에서 용 난다.” 더 이상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여러 조건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필연적으로 실패를 피할 수 없게 된 청년들은 쉴 새 없이 좌절과 한계에 부딪히며 무너지고 있다.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박탈감과 허무함은 마침내 포기로 귀결되고 그 절망과 불안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불완전함과 그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조각이 되어 서로를 완성하고 꽉 막힌 미로의 출구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취미를 묻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대답하지 못했다.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꿈 많던 어린아이는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랐고 그 어른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찾기 바빴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렸더니 이제는 몸이 굳어 고개를 돌리려 노력해도 쉽지 않았다.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쳐 멈췄을 때, 처음으로 결승선 밖의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 세상에서 나와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 다양한 환경과 처지를 딛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죽어라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유리 천장이 존재하고 죽을 때까지 숨만 쉬며 일을 해도 겨우 집 한 채를 사지도 못하는 세상.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았더니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는 게 원망스러웠다.


서러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취미로 찾는 일로 귀결되었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만들어서 해보지 않는다면 정말 망한 삶일 것 같아.’ 라는 생각으로 그림과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나는 새로운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했다.


먼저, 사람들을 만날 때 경쟁할 대상보다는 일상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며 그 속에서 안락함을 느꼈다. 이런 따뜻한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마음이 들었고,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생겼다. ‘다름’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며 문화예술교육 청년 기획자분들과 만나 먹고 사는 이야기, 사회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나누었다.

현재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잇는 매개자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예술과 마음을 연결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나를 가두었던 세상 밖으로 나오니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던 여러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과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동안 질문으로 가득 찬 길을 걷던 도중,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듯한 제목, 평범한 사람도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노멀 피플』 을 소개하며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은 함께 나눌 가치가 충분하다는 사실과 함께 평범한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나누며 더 나은 사람,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나누고 싶다.





사진 출처 : 알라딘


주인공 메리앤과 코넬은 아버지의 부재를 겪은 동급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메리앤은 다가가기 껄끄럽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외면당하는 반면 코넬은 친구가 많고 인기 있는 학생이다. 친구 집단이라는 관계 속에서 두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관찰해보면 그 안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주인공이 갈등하게 되는 가장 큰 사건이 바로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애쓰는 코넬의 행동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을 소위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 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설정함으로써 집단에서 청년들에게 부여되는 이분법적인 이미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고 상반된 상황에 처해있는 주인공들의 조합은 위태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두 주인공의 비밀스러운 만남과 그들의 대화는 우리에게 청년들의 불안한 사랑과 불완전한 상태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코넬은 메리앤을 통해 열등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메리앤 또한 코넬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둘의 사랑은 서로에게 점점 완벽한 조각이 되어간다.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 나가는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바로 이 점이 『노멀 피플』을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메리앤과 코넬처럼 자신의 결함과 단점을 자책하고 본인의 가치를 의심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불완전함에 절망하기보다 서로의 결점을 채워주고 더욱 보듬으며 희망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결점을 숨기지 않아도 나의 모양과 맞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이었던 주인공들이 서로를 통해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 불완전하고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아주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며 사랑을 하고 감정을 나누는 일의 양면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현재 청년들이 마주한 ‘불안’, ‘좌절’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을 확인하며 보듬어 주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지금 우리는 사소한 결정들로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그런 기묘한 나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껏 넌 나에게 대체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내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네 덕분이지.』 - 노멀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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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봄봄/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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