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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빈지 워칭; 14284″》 작품

경기도미술관 2018-2020 신소장품전

경기도미술관 2018-2020 신소장품전

《빈지 워칭; 14284″》 개막

2021.7.22.-10.10



지지씨에서는 경기도미술관 2018-2020 신소장품전 《빈지 워칭; 14284》 개막을 전시 소개와 작품으로 나누어 싣습니다.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작품과 온라인 감상 플랫폼 ‘경기도미술관 빈지워칭룸’ 등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경기도미술관이 2018년~2020년까지 수집한 작품을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소장품전

▶ 2010년 이후의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19점과 전시의 개념을 담은 디지털 아트워크로 구성

▶ 온라인 감상 플랫폼 ‘경기도미술관 빈지워칭룸’ 운영 및 뮤지컬 배우 이정화의 목소리로 듣는 음성해설 등 다양한 비대면 콘텐츠 제공


금혜원, 〈가족사진〉, 2018




〈가족사진〉은 작가의 외할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여섯 권의 노트에서 시작되었다. 손 글씨로 정갈히 써 내려간 할머니의 노트에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인식을 공유하는 우리네 역사가 담겨 있었다. 이를테면 일제 강점기, 광복, 한국 전쟁과 같은 우리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기록의 골자가 되었다. 작가는 근 2년간 할머니의 노트 속 기록의 공백을 치밀하게 채워가며 자전소설을 완성하고, 옛 물건을 발굴하며 사진 작업도 병행하였다. 이렇게 완성한 〈가족사진〉은 역설적으로 풍경 사진이다. 작가는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촬영된 흑백사진을 바닥에 놓고 재촬영한 후, 사진 속 인물을 모두 지우고 빈 곳의 배경을 조심스레 복원하였다. 그 시절 집 앞, 매일같이 오르락내리락하던 언덕길, 서툴게 건반을 휘젓던 피아노, 식탁에 정성스레 꽂았던 화병. 가족사진이지만, 어느 누구의 가족도 등장하지 않는다. 특정 인물이 사라진 흔적에서 기억 속 저편에 켜켜이 포개놓았던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렇듯 〈가족사진〉은 불특정한 우리 모두의 기억 속 사진이 된다. 할머니의 일생이 곧 우리의 뼈아픈 근현대사가 된 것처럼, 텅 빈 인물의 자리에는 지나간 우리 가족의 삶이 분명히 존재한다.


정은영, 〈가사들 1, 2, 3〉, 2013




1950년대 후반은 여성국극의 시대였다. 단체들도 늘고 작품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1960년대가 되자 TV가 보급되고 영화 제작이 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정은영은 지나간 한 시절의 인기 여성국극이 아닌, 파란만장의 격동기에 펼쳐진 이 극의 다층적이고 다성적인 배우들의 내재율에 주목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삼킨 뒤 남성의 목울대로 변신해 무대 위아래를 장악한 배우들, 과장된 분신술로 선악을 결판내고 열애를 퍼트리는 장면들, 환상과 환영의 판타지로 현실의 이면을 뒤집는 리얼리티는 여성 관객들을 해방구로 이끌었다. 작가는 여성국극의 재현된 어떤 장면들, 혹은 재연의 무늬들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중 〈가사들〉은 노배우들이 배역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역할극의 연습과 재현들이다. 재간꾼(삼마이)을 맡았던 한 배우가 1세대의 묘역에서 소리를 하는 〈가사들 1〉, 노배우와 젊은 배우가 남장의 남성 주인공(니마이) 역할을 학습하는 〈가사들 2〉, 그리고 악역 조연(가다끼)의 장면을 연습하는 〈가사들 3〉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기종, 〈염주와 기도〉, 2015




작품은 108개의 구슬이 꿰어진 염주를 쥐고 합장을 하고 있는 커다란 손과 절에서 만난 이금순 할머니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기종은 종교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오랜 세월 종교로 인한 범세계적 갈등에 대한 원인을 탐구하고자 일요일마다 교회, 성당, 절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작가는 조계사에서 6주 동안 매일 아침 마주친 이금순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할머니는 불가에 입문한 이래 6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절에 시주를 하고 기도한 덕분에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으면서도 “부처는 절에 우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염주와 기도〉는 이금순 할머니가 염주를 돌리면서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과 실제 할머니의 손을 상징적인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신과 종교를 부정하지도, 맹신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불교뿐만 아니라 천주교, 이슬람교 등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의 상징물을 통해 ‘과연 신은 존재할까?’, ‘인간은 왜 신을 믿을까?’ 와 같은 작가의 의구심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희승, 〈무제〉, 2014




〈무제〉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상태를 작품으로 다룬 ‘스틸 라이프’(2009-2014) 연작이다. 정희승은 “단일한 개념이나 선적인 내러티브 안에 종속되지 않기에 이 작업을 연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틸 라이프’ 연작은 일상적인 사물이나 신체의 일부를 집중적으로 발췌하여 촬영한 작품들이다. 〈무제〉에 담긴 대상 또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어딘가 분명치 않으며 작품에는 일말의 긴장감까지 감돈다. 더불어 작품에 담긴 사물과 신체, 즉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무척이나 모호하다. 이는 작가가 존재의 정형화된 도상을 탈피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작가는 피사체에 있어 비정형적인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영속성을 부여한다. 여기서 ‘still’의 새로운 쓰임을 발견하게 된다. ‘스틸 라이프’ 연작은 일반적인 ‘정지’가 아닌 ‘지속’의 ‘still’을 내포한다.


이은우, 〈물건 2〉, 2014




〈물건 2〉는 철로 된 판과 판을 60개의 PVC 파이프를 사용해 불안정하게 쌓아 올린 후 균형이 흐트러질 것 같은 위치에 오렌지색 원뿔을 거꾸로 끼워 넣어 긴장감을 유지한다.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철판, PVC 파이프, 안전 고깔은 주로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산업재료인데, 그 기능을 상실한 채 오직 형태와 색채만 남은 ‘물건’들은 반복, 대칭, 비례와 같은 속성을 지닌 하나의 기하학적 조각 작품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은 무엇을 향한 오마주 또는 이미테이션, 가짜와 진짜, 노스탤지어, 장식, 실용, 버내큘러를 관통하는 어떤 경계선에 위치한다고 말한다. 사물의 관습적인 용법을 포착해 다른 성질의 사물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작품들은 그것이 ‘작품’인지 ‘물건’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그것이 작품인지 물건인지,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 즉 그 사물이 속한 문화의 제도와 관습, 제작의도, 생산과 소비의 주체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우성,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2014




두 폭의 그림에는 수면 위로 반짝이는 물결과 해변가에서 노니는 청년들, 파도를 가르는 대형 선박, 그리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청년의 뒷모습이 담겨있다.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이상 바다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 외부 상황을 그리고 있다. 낮은 채도와 푸른 빛이 감도는 흑백의 톤으로 표현된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장면과 섬에 도착한 한 무리의 여행객들의 모습에서 정적과 불안감이 느껴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시적이고 감상적인 자기 고백이며, 사회·정치적 사건을 마주하는 동시대 청년 세대의 시선을 반영한다.



송성진, 〈1평조차(1坪潮差)〉, 2018




2018년 7월 9일 새벽 5시, 송성진은 안산 대부도 선감선착장 해안가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갯벌에 한 평짜리 판잣집을 지었다. 딱 두 달 간만 허가받은 시한부 집이다. 갯벌에 위태로이 지은 집은 두 번이나 썰물과 함께 떠내려갔다. 작품 〈1평조차(1坪潮差)〉는 갯벌에 집을 짓고, 난파된 집을 인양하고, 또 바닷물에 잠기고 드러내기를 반복했던 한 평 집의 63일 간의 기록이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을 다녀온 작가는 그곳에서 마주한 난민들의 불안한 삶, 임시로 지어진 허름한 가옥, 나약해 보이는 난민선 등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로힝야 난민촌은 잦은 홍수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지만 갈 곳이 없는 난민들이 그나마 얼마간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갯벌에 세운 한 평 집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 떠도는 난민, 이주민들의 불안한 삶과 공간을 연상케 한다. 작가는 ‘평(坪)’이라는 면적 단위를 기호이자 재료로 삼아 ‘이 집은 왜 여기에 있는가, 이 집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막막한 질문을 던진다.


김희천, 〈홈〉, 2017




〈홈〉은 소녀탐정 에리카가 주인공인 가상 애니메이션 〈호-무〉의 ‘덕후’인 화자가 에리카의 흔적을 추적하며 애니메이션의 배경이었던 서울 곳곳을 ‘성지순례’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환경은 에리카와 성지 순례자가 같은 공간, 서로 다른 시간, 혹은 같은 시간, 서로 다른 공간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성지순례의 장소들은 한국 현대사회의 상징성과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각 장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사람들의 모습, 행위 등은 우리 시대의 현재 상황이며 동시에 살아있는 기록이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구현하는 가상의 공간과 시간, 즉 ‘사각형 영역’으로 납작하게 압축된 시공간이 수없이 많은 ‘층위’를 형성하게 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그리고 여러 층위의 시공간 안에서 무뎌진 우리의 감각과 인식의 작동방식을 감각하게 한다.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2017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은 작가의 ‘다공성 계곡’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주는 데이터의 단순한 이송이나 정보 재배치, 정보 플랫폼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뜻하기도 하고 가로지르기, 플랫폼(터전)을 바꾸는 것을 일컫는다. 작가는 주인공 페트라가 겪는 일종의 이주 과정에 빗대어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주와 난민의 문제를 다룬다. ‘다공성 계곡’, 또는 ‘이동식 구멍’이라는 것은 자유롭게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오가기 위한 인식론적 기술이나 수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공성’이라고 하는 구멍과 균열은 우리의 존재나 의식이 다른 세계로 이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안정주, 〈사이렌〉, 2017




〈사이렌〉은 길 위에서 작가가 마주했던 일정한 음높이의 경보장치와 안전 유도 마네킹의 움직임을 담아낸다. 신호 및 경보에 주로 사용되는 ‘사이렌’의 이름은 반인반조의 ‘세이렌’이라는 바다의 정령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는 그리스 신화에 근원을 두고 있다.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교통 유도 마네킹의 움직임에 따라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이용하여 협연하는 형태로 제시되며, 통제에 관한 기계적 신호, 신호의 움직임, 전자적 사운드와 리듬의 반복적인 요소를 드러낸다. 일상 곳곳에 반복되는 위험과 위기에 무뎌진 오늘날, 작품은 사이렌이 가진 사운드의 위력을 상징하고 은유하는 동시에 편집증적이고 불안정한 도시의 감각을 드러낸다.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 2019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은 현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경제 성장과 세계화는 결국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지점에 주목한다.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개별적인 개체와 사건들이 복잡하게 상호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궁극적으로 어떻게 하나의 서사를 그리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앞으로 나와 우리, 그리고 세계는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추구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함양아, 〈잠〉, 2015-2016




〈잠〉은 위기와 재난의 상황에서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안에서의 개인들이 취하는 저마다의 태도와 역할에 주목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위기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저마다의 태도와 역할, 그리고 이 위기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을 은유한다. 작품 앞에서 관객은 잠이 든 자들을 바라보며 깨어 있는 자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자의 위치에 놓인다. 재난과 위기의 상황에서 결코 편치 않은 잠을 청하며 무방비하게 노출된 사람들과 이를 바라보며 깨어 있는 사람들, 그 위로 흐르는 불안과 두려움을 당신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한 번 더 질문한다.


파트타임스위트,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 2016



작품은 한국 근대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은밀하고 폭력적인 정치권력과 이로부터 계획된 도시화의 이면을 폭로한다. 영상 내내 끊임없이 ‘너’로 지칭되어 다중의 자아로 표상되는 파란 존재가 등장한다. 그는 한 때 누군가의 빛나는 미래, 희망이었을지도 모르는 신도시 재개발 지역이지만 실상은 실패한 공간, 주변으로 밀려난 공간, 폐허인 장소로 던져진다. 그는 공사장, 고시원, 지하벙커, 전자 쓰레기 처리장, 광장 등 주변부의 공간들을 유영하다 마침내 이 도시로부터 다시 추락하는 데에 성공한다. 생생히 살아있는 VR(가상현실) 세계 안의 풍경 속에서 그 경험의 주체인 ‘나’의 현존은 ‘자동지움’된 채 투명해지고 만다. 그러나 관객이 공간을 자유롭게 네비게이트하는 VR이 주는 신체적 현실감과 강렬한 사운드는 자유와 회복에 대한 미래적 단서를 제공한다.


심래정, 〈B동 301호〉, 2019




‘B동 301호’는 작가가 살고 있는 집주소다. 이 작품은 흰 배경에 검은 선들로 거칠게 그려낸 만화적 이미지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보여준다. 일반인의 접근이 차단된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한 작품이다. 즉, 육체 그 자체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속도감 있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신체를 봉합하고 연결하는 수술과정을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로부터 드러나는 몸의 반응들을 관찰하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하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우리 삶의 솔직하고 본능적인 부분에 대해 밑바닥 끝까지 이 작품은 들여다보라고 외치는 것 같다. 공포와 예측불가의 연속인 우리 삶은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흥미로움과 때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수술실에서 해체된 신체가 봉합을 마침으로써 비로소 생명이 다시 꿈틀거림을 시작할 수 있듯이, 그녀의 사유과정을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행위의 중첩’으로 말미암아 감정의 불편함을 넘어 어떤 치유까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박광수, 〈검은 숲 속〉, 2015




〈검은 숲 속〉은 작가가 꾸준히 탐구해 온 ‘소멸’과 ‘종말’의 주제를 관통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검은 선들이 농도만 달리한 채 쌓여 풍성한 숲이 되었다. 박광수는 빼곡한 나무들, 경계선 없는 어둠과 파편화된 공간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선들을 통해 생명력과 이질적인 기억의 범위들을 나타낸다. 숲은 작가에게 원초적인 생명력이 꿈틀대는 장소이자 꿈과 현실이 뒤섞여 예측하기 힘든 공간이다. 때론 아름답기도, 두렵기도 한 공간이 된 것이다.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두운 숲을 헤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대상을 포획하려 하지만 계속 진동하며 움직이기에 명확하지 않은 실체를 더듬거리며 매 순간 다르게 인지하고 다음 발이 놓일 곳에 집중할 뿐이다. 작가는 생각을 현실로 끌어오는 첫 순간에 ‘드로잉’이라는 장르를 떠올린다. 단순한 재료를 가지고 생각을 이미지화 해내는 드로잉은 하나의 작품, 또는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유연함 때문에 화면 위에 ‘칠하기’가 아닌 ‘그리기’로 채워나간다.



장서영, 〈서클〉, 2017




〈서클〉은 작가가 그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신체와 반복의 키워드를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이다. 작가는 시작, 끝, 반복의 시간성을 가진 영상 매체의 특징을 활용하여 시작과 끝 혹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 흐르는 시간 속 존재들의 결함과 유한함을 이야기한다.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시간성 안에서 작가는 신체, 불안, 공허, 종말, 병듦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출구를 알 수 없는 순간들을 연장시킨다. 장서영은 삶과 죽음의 과정 안에서 한계를 가진 존재에 주목하며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신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 끈을 놓지 않으며, 제도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한다. 그의 작품은 육체, 삶, 제도, 세계의 한계 등 신체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관객이 유한함을 인지하고 감각하게 한다.



박승원, 〈대화〉, 2017




〈대화〉는 작가의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비디오로 촬영한 것이다. 제자리 뛰기라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이 퍼포먼스는 사회의 제도적, 구조적 기호가 가진 권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개인의 욕망과 좌절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인간 신체의 한계와 ‘인간다운 삶’의 모습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2010년대부터 독일 유학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의 다양한 움직임과 존재를 사회 속에서 확인하거나,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이후로도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신체의 수행성을 탐구하며 자아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려 한다.



배종헌, 〈기후의 원천_콜로세움〉, 2010



〈기후의 원천_콜로세움〉은 2010년 발표한 ‘기후 프로젝트’의 작품 중 하나로,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재난적 상황에 직면한 동시대의 전지구적 이슈를 탐구한다. 고대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이 연상되도록 쌓아올린 319개의 나무상자 안에는 ‘자연’, ‘친환경’, ‘유기농’, ‘그린’ 등의 단어가 들어간 생활 제품들이 들어있다. 디지털 액자에는 마스크, 모자, 팔토시 등 다양한 햇빛 차단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작가의 주변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의 징후들을 촬영한 영상이 함께 재생된다. 작품 속 여러 제품들은 지구 환경 보호, 또는 자연친화적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사물들이 결국은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결정적 원인이며, 이미 재난적인 상황이 임박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2018-2020 신소장품전 빈지 워칭; 14284″

기간 2021. 7. 22. ~ 2021. 10. 10. (81일간)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관람 무료 / 오전 10시~오후 6시(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 매주 월요일(공휴일 제외), 추석 당일 휴관

예약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 gmoma.ggcf.kr

전시부문 회화, 사진, 입체, 설치, 뉴미디어(20건 35점)

참여작가 금혜원, 김아영, 김희천, 박광수, 박승원, 배종헌, 송성진, 심래정, 안정주, 이우성, 이은우, 장서영, 정은영, 정희승, 진기종, 파트타임스위트, 함양아, +커머너즈 /18명(팀)

주최주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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