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가게의 이용법 혹은 생존법

경기동네책방 ‘수원 마그앤그래’


고양이 나이로 다섯 살이면 사람으론 30대 중반이다. 동네책방은 어떨까? 마그앤그래는 만 4을 꽉 채웠으니 우리 나이로는 다섯 살이다. 백년노포를 기준으로 삼으면 코흘리개지만, 책방은 고양이 나이로 환산하는 게 맞지 싶다. 책방이냐옹- 수원 인근에서 비슷한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기니 문을 연 책방 중 반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반면 지난 1~2년 동안 새로 문을 연 곳은 어림잡아 열이다. 신출내기 책방들이 보기에 5년 차 마그앤그래는 원숙한 중년, 노회한 기성세대일 것이다.




마그앤그래는 4년 동안 세 번 자리를 옮겼다. 새 동네에 뿌리 내리려면 멀었는데 코로나가 몰려왔다. 코로나 2년 차, 라이브 방송과 온라인 모임은 여전히 어색하고 어눌하다. 매일 쩔쩔매며 막막한데 SNS에 올리는 사진 속에서 마그앤그래는 늘 흥미진진하고 화사한 얼굴이다. 다들 “재미난 행사도 많고, 잘 되는가 봐요.” “요즘 뭐 많이 하던데 바쁘겠어요.” 등등 인사말을 건넨다. 그런 얘기를 들은 날 책방 식구들은 “우린 정말 손님 없는 거 말곤 완벽한 서점이야”라며 우울을 털어내고 키득거린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손님 좀 없다고 풀이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지만, 마그앤그래는 삼면이 통창. 그 창밖은 온통 나무들로 계절의 선물을 고스란히 책방에 들인다. 소리라곤 (유튜버들이 엄선한) 책 읽으며 듣기 좋은 음악이니 여유로운 휴식을 위한 연주곡 뿐 대체로 고요하다. (그마저도 고령에 기력이 딸리는 음원 재생기기의 상태 때문에 끊기고 적막강산이 되기 일쑤다.) 빛으로 반짝이는 공간 안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손님이 많아서 책들이 상할까 걱정을 해야 하는데, 이곳에선 사람 구경이 좀처럼 드물다보니, 제1위험요소는 그토록 멋진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이다. 책방에서 빛은 사람에게 좋고 책에겐 그렇지 않다.


마그앤그래는 아파트 상가 2층에 있다. 1층에는 부동산, 세탁소, 미용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나란히 있다. 경쟁하듯 더 큰 크기 글자를 박아 넣은 간판과 시트지로 꾸민 건물 외관은 대한민국 도심 상가의 전형이다. 마그앤그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가뜩이나 서점인지 슈퍼인지 업종 가늠이 안 되는 이름인데 ‘책’이라 쓴 간판도 없고 설명하는 홍보물도 없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칸칸이 붙인 광고판에도 존재가 없다. 게다가 여기가 맞나 갸우뚱하며 올라온 사람을 맞는 건 굳게 닫힌 철문! 이러니 손님들이 문을 유리로 바꿔라. 이쪽 면에 간판을 달아라 하며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댈 수밖에.




서점이라면서 같은 업종의 대표격인 광화문 **문고와도 인터넷의 **24와 닮은 점이 없다. 넓은 매장과 긴 영업시간이라든지, 빠른 배송 같은 장점은 없는데 똑같은 물건을, 심지어 더 비싸게 판다. 그 흔한 커피도 없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가게의 존재를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무려 4년 동안 서점으로 존재했지만 이 달에도 “여기 있는 책 사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고야 말았다. 매달 방문하는 공기청정기 관리인은 여전히 이곳을 ‘책이 많은 학원’으로 여긴다. 아니, 매일 오는 택배기사마저도 우리 정체를 알고 있는지 미지수다.


이쯤 되면 위장한 비밀결사 조직의 아지트가 아닌가. 밖은 온통 상관없는 간판에 아파트들뿐인데, 철문을 열고 들어오면 초록으로 우거진 창들이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문 밖과 안의 차이 때문에, 마그앤그래에 들어오면 허를 찔린 듯 눈이 휘둥그레지고 감탄사를 뱉게 된다. 예상을 허락하지 않는 곳. 이곳은 어디와도 닮지 않아서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난처하고 난해한 공간이다. 그러나 날카로운 가시덤불로 칭칭 둘러싸여 있던 잠자는 숲속 공주의 성 조차도 누군가 그걸 헤치고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백 년 동안이나! 마그앤그래에 오는 길은 훨씬 수월하다. 계단을 올라서 철문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 (셀프 페인트칠의 후유증으로 문이 뻑뻑하지만) 그 밖에 특이한 점이란 없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듯, 회전초밥집에서 특별히 먹고 싶은 부위를 주문하듯 책을 고르고 예약해서 사면 된다. 이렇게 문턱이 높은, 대책 없이 아름다운 공간의 용도는 놀랍게도 그것 뿐이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실 이곳은 난처하고 어렵다. 세상의 상식과 논리에서 엇나간 방향으로 존재하니 돈을 쑥쑥 벌긴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공간을 짊어진 사람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 책방에 뿌릴 마법가루가 있으면 좋겠다. 오년이 아니라 삼십 년을 하려면 정말 마법가루가 필요할 것 같다. 둘러보라, 삼십년 동안 동네책방을 한 사람이 있다면 마법사일 게 분명하다.



information

  • 동네책방 마그앤그래

    / 위치: 수원시 권선구 세권로 316번길 49

    / 대표번호: 0507-1404-8735

    / 운영시간: 오전11시~오후18시

    / 정기휴무: 매주 토, 일

    / 블로그 blog.naver.com/sogano

    / 인스타그램 @magandg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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