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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문화자산 7. 기상천외한 수원의 해우재박물관


경기도 문화자산 

7. 기상천외한 수원의 해우재박물관 



글과 사진 김준기(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는 해우재 박물관이라는 매우 특별한 전시공간이 있습니다. 일명 ‘똥 박물관’이라고도 불리지만, 이러한 별명은 결코 해우재박물관을 비하해서 붙은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 박물관이 세계의 화장실 문화를 전시한 공간이기 때문에 붙은 애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우재(解憂齋)는 절에서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의미로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 데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스님들이 채식주의자들이기는 하지만 견과류를 많이 섭취하는 까닭에 변비가 심한 스님이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이야 웬만한 사찰들도 양변기를 갖춘 깨끗한 화장실을 갖추고 있지만, 예전 전통사찰의 해우소는 외진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구멍이 뚫린 나무토막 변기는 삐걱거리기 일쑤였고, 밑바닥은 하염없이 깊어 ‘빠지면 죽겠구나!’ 싶은 공포의 장소였던 기억이 있네요. 비단 사찰만이 아니고 전통사회에서는 가정집의 화장실도 깊지만 않다 뿐이지 불결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지요.


그런데 화장실은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려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장소입니다. 화장실이야말로 우리의 일상적인 위생 문제와 직결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화장실을 보다 위생적인 공간으로 개선하고 바람직한 화장실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실로 중요한 사회적 과제입니다. 게다가 거기서 얻어지는 똥은 거름이나 연료로 사용되는 등 재활용에 있어서도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하지요. 이런 공간을 왜 전통사회에서는 꺼려하며 스스로 불결한 곳으로 방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이런 전통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해우재박물관을 한번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변기모양의 해우재 박물관(출처 해우재박물관 누리집)


해우재박물관을 공중에서 보면 건물 자체가 양변기 모양으로 되어 있어 웃음을 짓게 만들지요. 한국에서 가장 큰 화장실 조형물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역시 화장실을 꺼림직하고 불결한 공간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고 위생적인 공간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실제 전시공간에서도 화장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해학과 유머로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일단 박물관 내부의 상설전시실은 화장실의 역사와 과학, 수원시 화장실문화운동에 대해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간혹 ‘황금똥 그림잔치’나 ‘똥장수 심개똥’과 같은 기획전시도 열리지요. 박물관 야외에는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원시 화장실 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통시변소, 투막화장실, 매화틀과 그릇, 요강, 똥장군과 지게 등 우리의 전통화장실과 관련 도구들 뿐만 아니라 유럽의 화장실 등 전세계의 화장실을 접할 수 있지요. 이와 곁들여진 해학과 유머의 조형물들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왼쪽 위)해우재박물관 전경 (오른쪽 위)한국기록인증서(해우재박물관 누리집) (아래) 해우재박물관 캐릭터 토리(Toile)


그런데 왜 이런 기상천외한 박물관이 생기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부터 이 국내 유일의 화장실 테마 전시관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는지 그 사연을 들어보기로 하지요.


해우재의 역사는 수원 시장으로 재직했던 고(故) 심재덕 시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95년 민선 1기 시장으로 당선된 심재덕 시장은 태어난 곳도 특별했는데요. 외갓집 뒷간, 그러니까 재래식 화장실에서 태어난 것이죠. 그래서인지 심재덕 시장의 아명도 ‘개똥이’였다고 합니다. 날 때부터 맺어진 화장실과의 인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시장 재임시절 한국화장실문화협회를 창립하는 등 화장실과 화장실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명인 ‘개똥이’에서 업그레이드된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무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선에서 은퇴한 그는 수원시 이목동에 있는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화장실문화에 대한 관심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세계화장실협회를 창설하여 회장직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화장실문화 운동을 벌이던 중 뜻밖의 암 판정을 받게 됩니다. 암 진단 이후 결심한 듯 그는 30년간 거주해 온 자신의 자택을 허물어 화장실 모양의 해우재를 짓습니다. 해우재가 완공된 2년 후 그는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유족들이 그의 유지를 받들었기에 이런 의미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지요. 이에 수원시에서는 기증된 해우재를 리모델링하여 세계에 유례 없는 화장실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하며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심 전시장과 가족들의 노력과 희생을 생각하며 해학의 공간인 해우재를 관람하면 오히려 숙연한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해우재박물관은 누구에게나 흥미를 줄 수 있는 곳이지만,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인기가 만점인 장소입니다. 그래서 평일에도 학교에서 견학을 온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로도 붐비는 수원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문의 해우재박물관 누리집 바로가기

세부정보

  • 해우재박물관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6시(3월-10월), 오후5시(11월~2월)

    휴관 /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대표번호 / 031-271-9777

    주차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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