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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즐길 수 있는 조금 특이한 책방 어떠신가요?

이천 '오월의 푸른하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조금 특이한 책방 어떠신가요?

이천 '오월의 푸른하늘'


글, 사진 최린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경기도 이천의 변두리 작은 마을 안쪽에 외양간을 고쳐서 만든 한옥 책방이 하나 있다. 책방에는 매주 다양한 지역의 손님들이 들린다. 다섯 채로 나뉜 책방을 마당을 가로지르며 다니고 책방 고양이는 손님이 오면 놀아달라고 졸졸 따라다니거나 손님 옆 의자에 앉아 골골거리며 잠을 청한다.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는 시골책방 '오월의 푸른하늘'은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열고 있다.


책방지기는 대학교 시절까지 책을 전혀 안 읽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일본 생활 도중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 때 책이라는 보물과 만날 수 있었고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오월의 푸른하늘’이라는 책방을 만들었다. 가진 건 아주 적은 돈과 몸뚱이뿐이라 낡은 시골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와 함께 뜯어 고쳤다. 재활용 가능한 목재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어머니가 모아두셨던 옛 가구와 장식품들을 활용해 공간을 꾸몄다. 2017년 가을에 시작한 공사는 사실 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책방은 하나 둘씩 공간을 넓혀왔다. 지금은 크게 다섯 채의 작은 집들에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든 공간인 ‘본 책방’은 책방지기가 직접 읽고 손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과 인문학 서적들을 위주로 꾸며져 있다. 따뜻한 커피와 사탕이나 초콜릿이 들어가 있는 작은 웰컴 꾸러미를 건네며 책방 이용 방법을 설명드리는 곳이기도 하다. ‘홀로서기’는 에세이와 소설, 시 그리고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있는 공간이다. ‘레오의 다락방’은 책방지기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공간으로 예전에 읽었던 헌책들로 방이 꾸며져 있고 침대에 누워 편하게 책을 읽어볼 수 있다. ‘어학당’은 해외를 다니면서 모으게 된 다양한 언어의 그림책들을 판매하긴 어렵지만 읽고 가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헌책방’은 말 그대로 그림책과 인문학 헌책들을 모아 놓았다.


이 중 몇몇 공간들에서는 ‘북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룻밤을 책에 푹 빠져 지내고 나올 수도 있다. '오월의 푸른하늘'은 모든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책들을 가방에 넣어서 밤새도록 읽고 다음 날 반납하면 된다. 북스테이를 시작한 4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매년 같은 시기에 책방을 찾아주시는 단골 가족 손님들도 많다. 내년 예약을 미리 잡고 떠나시는 손님들도 계실 정도다.

사실 '오월의 푸른하늘'이 위치한 시골 마을은 차가 없으면 오기 불편하다. 최근엔 서울 강남역에서 책방 앞까지 오는 버스가 생기긴 했지만 아직까진 차가 없으면 교통이 다소 불편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저녁에 진행되는 독서모임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책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천뿐만 아니라 서울, 수원 지역에서도 모임을 참가해주러 오시는 분들이 생겨 5년째 함께하고 있다.

누군가와 책을 함께 읽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사람에 따라서 독서모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책방지기는 그런 분들을 위해 책방지기 스스로가 시간을 맞춰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개인 독서 수업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출판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지역의 주민들과 글쓰기를 프로그램도 함께 한다. 최근에는 근처 학교나 주민센터, 군부대와 함께 협력하여 다양한 글쓰기 수업 및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월의 푸른하늘'을 이용하기 위해선 시간 예약과 이용료 지불이라는 큰 허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책방에서는 되도록 정숙을 유지해야 하며, 따로 음식을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입 가능한 음식을 체크해서 들어와야 한다. 경제, 종교, 정치 관련 도서도 대부분 들여다 놓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돈이나 분쟁을 일으키는 글들이 읽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해서는 안되는 것들이 참 많은 귀찮은 책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방을 찾아주신 분들은 떠나실 때 ‘정말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간다.’, ‘계절이 달라지면 꼭 다시 오겠다.’ 며 칭찬을 보내주신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책방이 될지라도 책방지기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책방으로 언제까지 가꿔나가고 싶다.


세부정보

  • 오월의 푸른하늘

    / 독서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예약제 문화공간

    위치/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 877번길 16

    운영시간 / 평일, 주말 오전10시~오후9시 / 월, 화 휴무

    북스테이 / 전화, 인스타그램 DM, 네이버예약 가능

    / 이용료(기본 2시간 8천원(1인), 이후 시간당 4천원 추가)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시골책방 오월의 푸른하늘

    / https://blog.naver.com/kazuyan17

    인스타그램 / '오월의 푸른하늘' 검색

    / @maybluesky_bookshop

    문의 / 031-634-9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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