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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그래, 이래서 책방!

고양 독립서점 그림이야기책방


고양 독립서점 그림이야기책방 

그래, 이래서 책방! 


글과 사진 이재림 그림이야기책방 책방지기

 

그림이야기 첫 책방

2021년 코로나로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 하필 그때 서점에 꽂혔다. 앞뒤 안 가리고 하고 싶으면 해야 하는 걸 어찌 알았는지, 크게 애쓰지 않았는데도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오듯 뚝딱 서점이 차려졌다. 파주 운정 해솔마을 가재울로 463번 길, 북 두레 공원 산책길 주택가에 그림이야기 처음 책방 둥지를 틀고 지금껏 책방지기로 살고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줄곧 그림 관련 일만 해오다 불쑥 책이라니, 책방지기라니!. 인생은 어찌 흘러갈지 누구도 모르는 것이 맞다.




세자매가 운영하는 그림이야기

그림이야기의 시작은 20년 전부터 일산 정발산동에서 언니가 운영해오던 동네 화실이었다. 세 자매가 가까이 살게 되면서 언니를 도와 동생들이 뭉쳤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됐건 어린 시절 생계로 바쁜 부모 빈자리 느낄새 없이 그림과 책을 장난감 삼아, 언니를 중심으로 꼭 붙어 놀던 경험이 이어져 지금까지 죽이 척척 잘 맞는다. 물론, 불협화음이 없진 않지만, 외유내강형의 언니가 대표로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아마 내가 맏이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한 번씩 ‘세 자매가 성격이 잘 맞으시나 봐요? 부러워요!’ 하는 질문을 받는다. 성격이 잘 맞는 자매는 세상에 없다. 오히려 성격도 성향도 능력도 다 제각각이라 영역을 분리해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나이브아트스토리 기반의 복합문화 예술공간 그림이야기

언니의 아들, 나의 조카는 다운아이로 태어났다. 그림이야기가 첫 시작부터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통합미술,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림 그리는 공간 만큼은 아이와 어른,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발달 장애를 가진 어린 범진 작가를 만났고, 우진, 희상, 주혜도 만났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림이야기와 함께 성장한 ‘나 홀로 청년작가’도 생겼다. 그림이야기의 선생님도 그들을 만나 늦깎이 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림을 가르치는 공간에서 각자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린 그림들을 함께 전시하며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 모여진 그림이 시와 함께 책으로 품어지는 공간으로. 그렇게 하나씩 필요한 공간을 채워가며 그림이야기는 작업공간, 전시공간, 출판과 책방 공간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부러 찾아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나이브아트스토리는 지역의 나이브한 작가들, 선생님이 필요한 특수미술 장애 작가,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 홀로 청년작가, 그리고 뒤늦게 다시 시작하는 늦깎이 시니어 작가들이 모여 만든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비영리 예술단체’다. 나이브아트스토리는 ‘시가 있는 그림이야기에서 널 만나다’라는 의미의 <詩그널>을 통해 예술의 길에서 지속 가능한 일들을 함께 모색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그림이야기는 나이브아트스토리를 기반으로 세상과 만나기 위한 詩그널 작가들의 창작공간이며, 지역민과 만나는 복합문화 예술공간이다.


시가 있는 그림이야기에서 널 만나다, 독립출판 그림이야기

나이브한 작가들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멋지게 잘 그린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사사로운 이야기, 사람 사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그림을 시처럼 애틋하게 들려준다. 그 그림들을 시와 함께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격년으로 출간된 시그널의 시화집, 첫 시화집은 윤동주의 시를 담은 <새로운 길>, 두 번째는 노래가 된 김소월의 시를 담은 <꿈길>, 그리고 세 번째는 김영랑의 시를 담은 <꿈밭의 봄마음> 시화집이다. 이 세 권의 시화집은 캘리엠 박서영 대표의 손글씨가 더해져 조금 더 특별한 시화집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2018년부터 격년으로 시그널 작가 개인의 그림책까지 출간되고 있어 자체 출간만으로도 제법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매년의 전시가 시화집과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고 아트북도 함께 제작되면서 그림이야기로 만나는 세상의 문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경기도 인증서점 그림이야기 책방

일산이 아닌 파주 운정에서, 야심차게 첫 문을 열었던 그림이야기 책방은 어쨌든 단체활동의 연장선에서 창작은 전시, 전시는 출판, 출판은 서점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의 필요로, 나에게 맡겨졌다. 작업공간으로도 쓰면서 책방, 그림과 독서 관련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책방, 그리는 족족 전시도 하면서 책방. 2년간 그림이야기 책방이 동네에서 이렇게 자리를 잡았다. 계절이 두 번씩 바뀌는 동안 많은 날이 혼자였지만 귀한 책방 손님과 나누는 책 수다가 있었고, 책 보따리 들고 방문해주는 작가와 출판사가 있었고, 책 관련 행사에도 종종 참석했으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뿌듯했던 책방 운영의 보람은 <글쓰기 창작소>를 통해 만난 사람과 그들의 원고를 모아 만들어 낸 두 권의 책 <안아 봄>과 <다시, 안아 봄>이 아닐까! 글로 마음을 나눴던 사람들과는 평생의 여운을 안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래서 책방!



다시, 일산 그림이야기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네 차례 고양시 마을단위 문화거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정발산동 예술축제를 진행했다. 그림과 책 음악과 공연, 자연과 예술, 공원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하늘까지 품어 본 그림이야기! 2023년 그림이야기 책방은 파주에서의 시범 운영 경험을 살려 일산의 ‘책이 있는 문화예술 거점공간’ 그림이야기로 거듭났다. 새로운 어떤 도시에도 그림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책방의 바람을 품고, 책만으로도 평생 먹고살 만한 시즌 2, 시즌 3, 시즌 4의 착실한 소망을 살포시 얹어 본다.


문의 그림이야기책방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 공식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책방 인터뷰 | 그림이야기책방 

Q. 독립책방을 하게 된 이유 혹은 동기가 궁금합니다.

A. 그림이야기 책방은 비영리 예술단체 나이브아트스토리를 기반으로 소속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독립서점입니다. 나이브아트스토리는 지역의 특수미술 장애 작가와 나 홀로 청년작가, 늦깎이 시니어 작가가 함께 어울리며 예술의 길에서 지속 가능한 일을 찾아 만들고 만나는 단체입니다. 일산의 그림이야기에서 함께 모여 그림 작업과 책 작업을 하고 전시와 마켓으로 지역민과 소통합니다. 작가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나누며 함께 만나다 보니 2017년부터 꾸준히 책을 출판하게 되었어요. 또한, 작품의 이미지를 상품화한 컬러링북과 노트, 카드와 엽서 등을 책과 엮어서 함께 만들었죠. 그렇게 조금씩 제법 풍성해진 그림이야기 책들과 아트북이 쌓여 판매할 수 있는 책방이 필요해졌고, 어느 날 갑자기 뜻이 하나로 모아져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Q. 책방 이름의 뜻은 무엇이며, 짓게 된 과정을 알고 싶습니다.

A. 나이브한 작가들의 그림에는 아이들의 그림처럼 무엇보다 이야기가 풍부합니다. 가족이야기, 친구이야기, 동물이야기, 세상이야기, 그리고 내 이야기 등. 책방 이름 그림이야기는 주변의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담는 그림으로 세상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작가들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Q. 책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을 꼽는다면 언제, 어떤 기억인가요?

A. <글쓰기 창작소>를 운영하면서 두 권의 책이 만들어져 나오던 날의 환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각자의 원고를 수도 없이 다듬는 과정을 통해 결국 생애 첫 책 <안아 봄>과 <다시, 안아 봄>을 품게 되었죠. 출판 기념 전시도 하면서 책방지기로서의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그림이야기 책방에서 특별히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가 있나요? 없다면 혹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요?

A. 24시간 야외 데크갤러리 전시와 그림 관련 프로그램 <아침에 엽서그림 한 점>, <그림책 독서미술>, <오뚝이 컬러링> 등으로 그림도 보면서 작업도 가능한 책방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들을 ‘완전 새 책’, ‘새 책인 듯 헌책’, ‘누가 봐도 헌책’으로 구분해서 할인가 적용 후 판매 혹은 공간제공 합니다. 헌책에서 보물을 찾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 외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 제안은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Q.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소개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그림이야기 책방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이브아트스토리 소속 작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시집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자료집이든 되도록이면 지역의 홀로서는 그림작가들의 책, 따듯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Q. 책방을 찾아오는 주요고객은 누구인가요?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A. 주요 고객은 공원길 산책하다 들러주시는 동네 주민과 빨래방 손님입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조금 멀리 양주에서 오신 분과 오랜 시간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세대가 다른데도 공감할 수 있는 말이 많았어요. 여자로 엄마로 사는 이야기에서부터 식물과 그림책으로 위로받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가족 그 모두를 안고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서슴없이 터놓을 수 있는 좋은 공간 책방이어서 가능했을까요? 책방이 어떤 공간인지를 새삼 알게 해 준 고객입니다.

Q. 책 판매 외에 주력하고 있는 활동이나 의미를 두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A.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이런 책은 처음 봐요’ 하면서 궁금해 합니다. 그림이야기 책들은 작가 스스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내용도 인쇄도 또한 수량도 일반 책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가격도 일반적이지 않죠. 궁금해 하는 만큼의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지만, 마음을 다해 친절히 작가와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림이야기책방은 책 판매 외에 지역의 홀로서는 작가들을 응원합니다.

Q. 향후 계획하는 일, 꿈꾸고 있는 책방의 모습을 말씀해주세요.

A. 하루하루 정해진 일들을 수행하다 보면 뭔지 모를 헛헛함, 가슴 한쪽의 빈 공간을 느끼게 됩니다. 성실하게 살고는 있지만 이대로만 살아도 좋은가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그림이야기의 초록 계단은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조금 다른 세계로의 통로이기도 합니다. 일상을 되돌아보는 사색, 돌아본 삶의 모습에서 닿고 싶은 곳이 어딜까에 대한 사색. 한가롭게 머물다 향기를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깊은 사색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공간을 오래도록, 좀 더 오래도록 품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Q.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출판물이나 작가를 소개해주세요.

A. 나이브아티스트 한승욱 작가를 소개합니다. 노랑부리 한승욱은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고 홀로서는 예술의 길에서 섬세한 감성의 꽃을 피우는 작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입니다. 2021년에 출간된 한승욱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 그림책 <내 방에게>서 작가는 분신과도 같은, 어쩌면 나일 수도 있는 삶의 공간에 대한 살가움의 표현들을 연필 드로잉으로 잔잔히 풀어냅니다. 선에서 묻어 나는 섬세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어 애틋하게 다가오기까지 합니다. ‘내가 밴 공간 내 방에게 은은한 꽃을 선물하고 싶어졌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따듯한 관심과 사랑이 자양분인 예술가들을 토닥토닥 품어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봅니다.

세부정보

  • 독립서점 그림이야기책방

    오픈매장 / 경기도 고양시 일산로 463번길 48-14

    간이매장/ 경기도 파주시 가람로 109 별하람마을 3단지

    운영시간 / 매주 화-토 오전 10시~오후 19시 /*일, 월 휴무

    공식 블로그 / blog.naver.com/artstorybooks

    공식 SNS(인스타그램) / @artstorybooks

    대표번호 / 031-919-8339 / 010-4145-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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