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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민혜령 개인전 《WIND STILL KNOWS MY NAME 바람은 여전히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2024-10-16 ~ 2024-10-29 / 경기예술 생애 첫 예술 선정작



민혜령 개인전 《WIND STILL KNOWS MY NAME》

HIBROW TOWN 하이브로우 타운 H lounge

2024. 10. 16. - 10. 29. 월-일 11AM-7PM




작가노트(2024)


고향 1.


내가 태어난 이곳이 내 자리가 아닌 듯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스물일곱이 되던 해, 낯선 땅에 발을 디뎠고,그곳이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너도나도 이방인의 이름표를 달고 사는 그곳이 내게는 낙원이었다. 떠나기를 갈망했던, 동시에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이 지구 반대편이라는 사실 이 삶의 원동력이었다.


나의 고향은 할아버니의 제재소 안에 들어서 있던 작은 집. 제재소 터가 마당이자 놀이터이자 우주였던 시절. 그 시절 나의 우주를 벗어나는 외출의 유일한 목적지는 할머니 손을 잡고 매일 향하던 시장이었다. 그 시장을 찾았다. 삽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형형색색의 삶으로 가득 차 있던 그곳은 새까만 재로 덮여있었다. 하늘과 땅, 왼쪽과, 오른쪽이 모두 검게 타버린 그곳에서 나의 심장은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고, 누군가 내 발목을 잡은 듯 멈춰져 버렸다.


뜨겁게 흘러내리다 차갑고 거칠게 굳어진 그들의 삶 속에 내가 있었다. 검은 재로 덮여진 첫인사, 휘어지고 꺾인 기다림, 단단하게 굳어버린 혼잣말, 회색 가루로 남겨진 고백. 숨을 죽인 채 누군 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읽어 내려갔다. 되돌아 나가면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그곳에서 영원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검은 벽화 속에 나의 유년 시절이있었다. 나의 고향이 있었다. 나의 우주가 있었다.



고향 2.


팬데믹 한가운데에서 173개의 이삿짐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 노오란 꽃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에 다시 발을 디뎠다. 혼자가 아닌 가족이 되어.


뉴욕. 도시의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거리는 서로에게 악을 쓰는 정신병자들에게 내어졌다.떠나 는 우리는 어느 누구와도 가벼운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16년의 시간이 그렇게 닫혔다. 굉음을 내며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두 아이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나의 도시여. 내가 그리워할 도시여, 안녕.


벽에 걸린 액자들을 떼어내고 천정부터 바닥까지 가득 채워져 있던 옷장을 비워냈다. 나를 만들 고, 내가 만들어낸 그 시간들을 차곡차곡 박스에 담았다. 그리고 남겨진 기록들. 생채기 같은 벽 의 구멍들, 먼지가 만들어낸 그림들, 때맞춰 작별을 고하는 볕을 기록했다.

하얗고 하얀 그 흔적들이 눈이 부시다. 구멍마다 숨겨놓은 비밀을 들추지 말아라.처음에는 작았던 구멍이었다. 배고픔과 불면의 날로 얼룩진 구멍은 곧 메워질 것이다. 누군가의 희망으로.


다리 하나를 잃고 귀향하는 병사 뒤로 쓸쓸한 노을이 지려는가. 영혼을 도둑 맞은 정원사에게 어 여쁜 네잎클로버가 인사를 할텐가.


멀리 있기에 고향이다. 그리워할 수 있기에 고향이다.





작가소개

민혜령

문학을 전공후, 사진 석사를 마치고 뉴욕에서 16년 동안 활동하다 사진가 남편과 쌍둥이 아들과 함께 귀국했다. 삶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감정의 고리들을 기억, 관계, 시간과 같은 키워드와 함 께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KT&G SKOPF 상상마당 한국 사진가 지원 프로그램(2023),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SO.S 프로그램(2023), 포토 루시다 크리티컬 매스 Photolucida Critical Mass(2017), 엔포코 뉴웍스 En Foco’s New Works(2014), 컨시엔셔스 Conscientious(2012) 등을 수상했다. 미국, 유럽, 한 국, 일본 등에서 다수의 전시와 국제 예술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뉴욕 우드스탁 버드클리프 Woodstock Byrdcliffe의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완성한 작업으로 닻프레 스에서 <기억의 재구성 Re-membrance of the Remembrance>(2018) 사진집을 출판했다.






전시개요

전시명 │ 민혜령 개인전 《WIND STILL KNOWS MY NAME 바람은 여전히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

전시장소 │ HIBROW TOWN 하이브로우 타운 H lounge(경기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31)

전시일시 │ 2024. 10. 16. - 10. 29. 월-일 11AM-7PM

후원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 본 전시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2024 경기예술지원 2차 경기예술 생애 첫 예술 시각예술 분야 선정작입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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