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박재영 개인전 《흠,집》

2024-11-23 ~ 2024-12-08 / 경기예술 생애 첫 예술 선정작


박재영 개인전 《흠,집》

2024. 11. 23. - 12. 08

갤러리 광명



작가노트


전셋집으로 이사를 왔다. 제일 먼저 해야하는건 청소보다 하자점검이다. 집안 곳곳에 있는 '하자'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둔다. '이거 내가 한 거 아니에요'를 증명하는 중요한 기록물이다. 마룻바닥의 찍힌 상처, 살짝 뜯어진 벽지, 문틀에 박혀있는 못, 모서리가 살짝 깨진 대리석... 그런데 이것들이 정말 '하자'일까? 사실 이것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본래의 기능을 잃은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작은 흠집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작은 흠집들로 인해 집주인과 네가 했니 안했니로 싸울 수도 있고 전세보증금을 담보 잡혀 어쩔 수 없이 수리비를 물어내줘야 할 수 도 있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이사를 오자마자 집안 곳곳의 흡집들을 찾아다니며 '이거 내 책임 아닙니다' 의 증거물들을 수집하고 다닌다. 한 장에 수 십만원 많게는 수 백만원이 걸린 소중한 증거물인 것이다. 어느날 이렇게 수집한 하자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작은 흠집들이 내 생활에 불편을 야기하는 진정 '하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여기 벽에 못 박은거 물어내세요'라며 수리비를 요구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이 산다면 과연 돈을 주고 수리를 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남의 재산에 상처를 내거나 손상을 가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겠지만 진정 이 작은 흠집이 우리의 삶과 일상에 지장을 주는 하자인 것일까.


그리고 진정한 하자란 무엇일까? 란 생각도 해본다. 우리 사회에도 하자 결함이라 불리는 것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데 누군가의 눈에는 내 어떠한 점이 하자로 보일 수 있고, 고쳐지지 않으면 어딘가 부족한, 결함 있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정말 제 기능을 잃어버린, 바로 고쳐져야 하는 '하자'인 것인지. 이 작은 흠집들을 다시 꺼내어 보며 여러 상념이 든다.



전시개요

전시명 │ 박재영 개인전 《흠,집》

전시장소 │ 갤러리 광명

전시일시 │ 2024. 11. 23. - 12. 08

후원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 본 전시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2024 경기예술지원 2차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 시각예술 분야 선정작입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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