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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가구로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들

《크래프트 클라이맥스: 경기 현대공예 2017》전시연계 학술세미나

이 글은 《크래프트 클라이맥스: 경기 현대공예 2017》전시연계 학술세미나 발표문입니다.  




가구로 공간을 창조하는 사람들


글. 이승주 (공예이론가)




가. 응답할 수 없는 시절


그리고 목공예 기억나시나요? 아니 기억하시나요? 그 부럽던 광주의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가 열렸던 1999년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2001년의 세계도자엑스포/비엔날레를. 지금은 좀 아득한 기억이 되고 말았던가요? 그럼 말 그대로의 ‘용도’의 폐기와 조형주의를 진정한 공예의 가치로 내세웠던 30∼40년 전후 공예계의 모습은 떠오르시는지요.


그 시절의 목공분야는 어떠했을까요. 원래 목공분야는 주거생활과 밀접하고 공예분야의 중요 분야입니다. 동시에 우리에겐 뛰어난 소목장과 목가구의 우수한 전통의 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공예 인력 배출의 산실인 대학의 공예는 이 영역을 가장 도외시 하였으며(여타 분야에 비해 목공분야 전공은 극히 소수임) 심지어 전통 목가구 계승과 현재화 작업은 배재대 칠예과(漆藝)의 폐과가 상징하는 것처럼 외면되었거나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같은 지나친 작가주의에 매몰된 조형 작업 속에서 산화되고 이원화되어 왔었습니다.


좀 진지하게 말한다면, 이원화된 우리 공예계의 지난 모습은 비주류인 전통분야에서는 전통이 심각하게 박제화 되었습니다. 동시에 공예계의 주류인 현대분야는 자본과 개발지상주로 점철된 환경과 동시대 사람들을 외면하고 시대소명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지나친 작가주의와 조형주의에서 살아왔었습니다. 물론 극소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애정 어린 호소도 있었습니다만 주류 공예계는 무시하였고 미래에 대한 체계적 준비도 없었습니다.


이런 결과, 현대 목공분야 영역에서는 외형적 건물 개념의 건축 혹은 인테리어분야와 장식품으로써의 가구 혹은 오브제(Object) 분야라는 일종의 상하개념같이 계층화 되어 분화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지극히 자본의 논리와 건축의 하부구조 혹은 도구와 설비의 발달에 따른 영향도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건축물과 기물을 사람과 환경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처하며 종합적이고 유기적 능력을 보여주던 소목장의 유전자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나. 작품과 공예가를 이해하는 몇 가지 단서들


전쟁의 포화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열매가 맺어지듯이 이러한 공예계 전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소목 교육과정에는 사람들이 연일 몰린다거나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목공작업장들이 나타나는 현상을 종종 목도하게 됩니다. 일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조리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중들 입장에선 아직도 목공예와 그 정신적 가치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공예의 가치가 아직은 회생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경기도미술관에서는, 공예의 가치를 경기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저 높은 곳의 신전에 바치는 공물이 아닌 우리 일상의 기물을 중심으로 치열한 장인 정신으로 마주하는, 그들의 진솔한 모습과 작업을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하였습니다. 경기도미술관의 복잡하고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최은주 관장과 여러 관계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더불어 어려운 공예계의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장인의 땅, 경기도에서 터를 잡고 오늘도 여전히 각종 재료와 도구와 함께 씨름중인 참여 작가들의 작업세계와 그들의 정체성을 간략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기존의 조형 미술품처럼 지극히 관념적이며 주관적인 해석이나 주장에 가까워지는 경향에서 탈피하여 좀 더 공예적 특성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이번에 목공 분야에 출품된 작품들은 소소한 삶의 공간에서 자기의 기능을 충실히 진행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인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 의미가 부여된 조각품 같은 것도 몇 점 있지만 일상의 공간에 기능하는 것 위에 얹어지는 또 다른 자신의 개성과 철학적 사고의 또 다른 방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뜬금없지만 군대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물론 축구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요즘에는 좀 다른 양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는 처음 받는 보급품 즉, 군화, 군복, 모자 등등을 받으며 이런 소리를 듣곤 했죠. “신발과 옷에 몸을 맞춰!” 그리곤 그 복장에 몸을 구겨 넣는 것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신병신세를 면하는 경험은 흔한 일들이었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공간에서, 군대 보급품처럼 물품에 몸을 맞춰서 그 물품이 기능하도록 몸이 봉사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상의 공예품이란 것은 몸과 손 그리고 그 기능을 수행하는 목적까지 배려하는 제대로 된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의자에 앉는 행위를 한다고 하면 단순히 엉덩이를 비빌 지지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앉았을 때 몸이 편안함과 휴식이란 목적을 달성할 몸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춘 기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공예의 험난함은 이러한 기능적 맞춤 이외에도 심미적 아름다움과 정서적 교감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점이겠지요.


두 번째로는 ‘장인의 손으로부터 공학의 도구까지’라고 잡아 보았습니다. 사실 공예가 타 분야하고 가장 차이나는 지점은 재료와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영역입니다. 물론 한때 장르적 입장까지 올라갔던 ‘material’이라는 조형미술의 관점과는 완전히 다름을 부언합니다. 공예는 기본적으로 재료를 다루는 기술과 지식 그리고 기능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목공예를 예로 든다면 목수는 기본적으로 나무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강도, 무게, 다룸의 수월성 등 나무의 각 특성을 고루 알아야 기물의 쓰임에 따라 재료가 선택되고 완성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숙련된 장인의 손과 그들의 네트워크가 매우 무척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문명의 발달로 무척이나 지식과 정보가 장인 네트워크와 상관없이 축적되고 개방되는 과정에서 공학과 도구의 발달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게 되었고 작업과정에도 아주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여기 출품작들의 대부분은 고전적 작업형태 즉, 손 도구(대패, 정 등)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계톱 같은 공작기계는 이제 일반화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주로 손작업에 기초하여 만들어지고 그 재료 고유의 특성에 매우 집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현대적 재료와 가공기술의 장점을 도입하는 작품의 출현을 매우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편으론 공예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방식으론 현대적 기술 발전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좀 더 입체적인 공예의 확장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세 번째로 ‘전통이란 우물가의 두레박과 현실의 공간을 구현하는 門(문)’이란 문구를 달아보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참여한 작가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이번 전시처럼 다양한 분야와 많은 참여자들이 있는 전시형태에서는 매우 미약하지만 관객들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제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입장에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들의 가치와 관점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분출되고 잘 관찰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출품작을 통해 나타나는 표현방식이나 추구하는 문화적 이념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앞 부분에서 잠깐 언급되었지만 한국의 목공예는 도자영역과 함께 우수한 유물과 참다운 장인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가집의 장손이 집안의 역사에서 자유롭기가 참 어려운 것처럼 목공예분야가 그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출품한 작가들 또한 이러한 담론과 많이 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위의 문구는 이러한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과 현대의 두 축에 대한 각자의 이해와 지향을 제 나름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전통의 기물을 만들거나 서구식 가구를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공예가들이 고민하는 것은 치밀한 공예적 완성도와 이에 대한 문화적 맥락과의 관계설정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설정은 자연스럽게 전통이란 무형의 가치를 옮겨올 수 있는 두레박의 역할로도 나타나고 이것을 기반으로 현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미 서구화된 생활양식이란 현실의 공간에 좀 더 집중하려는 몸짓으로도 표현되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전통의 계승이냐 아니냐’란 이분법적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공예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을 작품에서 구현시켰는가의 문제입니다. 즉, 공예가는 철학자일 수는 있지만 그 이전에 구체적 기물을 사람과 공간에 가장 적합한 형태와 쓰임새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현실의 생산자이어야 합니다. 작가들이 전통과 현재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기물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보는 바로미터로 세 번째 문구로 정리해본 것입니다.



다. 목수의 공방, 아틀리에를 위한 문패1)


전시장에 참여 공예가들의 작업과 작업장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준비한다고 하니 관람객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 공예가들을 이해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듯 싶어 목공분야 참여 공예가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다만, 이것은 우월의 문제나 품평의 문제는 아니고 참여 공예가들에게서 느껴지는 개별적이고 독특한 뉘앙스를 주관적인 생각으로 적은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각자 자기의 생각과 느낌이 있다면 그 또한 충분히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홍구 : 현실과 추상의 조각을 만드는 장인


        양웅걸 : 목가구를 제작하는 낙천적 현실주의자이며 고전주의자


        이현정 : 전통문화와 현대재료의 재결합을 꿈꾸는 실험실의 아티스트


        정재원 : 나무로부터 일상의 가구 제작을 허락받은 정갈한 목수


        조용원 : 인간이 만든, 인간의 숨결이 스며든, 공명의 공예가           




1) 화가의 작업실이란 명칭으로 많이 알려진 아뜰리에(atelier)란 단어는 라틴어 astula(나무조각)에서 기원 했고 목수의 공방을 지칭했던 말이라고 한다. 장한업 교수(이대 불문과 교수)가 2010년 9월 13일에 소개한 「이대학보」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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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의 현대공예, 지금 여기

    《크래프트 클라이맥스: 경기 현대공예 2017》/ 전시연계 학술세미나

    일시/ 2017년 7월 21일(금) 14:00

    장소/ 경기도미술관 1층 강당

글쓴이
경기도미술관
자기소개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가 지원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립미술관으로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작품의 수집, 동시대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전, 그리고 관람객과 경기도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미술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