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참여기관/DMZ다큐멘터리영화제DMZ사무국갤러리위갤러리퍼플경기관광공사경기국악원경기도 문화유산과경기도문화원연합회경기도미술관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경기도자원봉사센터경기문화나눔센터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경기문화재단경기문화재연구원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경기상상캠퍼스경기상상캠퍼스그루버경기아트센터경기안성뮤직플랫폼경기창작캠퍼스경기천년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현대음악협회경희대학교고양문화재단고양시해움새들광명문화재단광명시청년동광주시문화재단국립농업박물관군포문화예술회관군포문화재단군포시평생학습원극단날으는자동차나폴레옹갤러리단원미술관두루뫼사료관디마갤러리만해기념관맥아트미술관미리내마술극단미메시스아트뮤지엄백남준아트센터부천문화재단부천아트센터서해랑서호미술관설미재미술관성남문화재단세계민속악기박물관소다미술관수원광교박물관수원문화재단수원시립미술관수원시립합창단시서화시흥시청시흥에코센터실학박물관아트경기아트센터화이트블럭아트스페이스어비움안산문화예술의전당안양문화예술재단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양평문화재단엄미술관여주박물관영은미술관영집궁시박물관옆집예술용인시청유리섬미술관의정부문화재단이풀실내정원전곡선사박물관파주문화재단평택시문화재단포천문화재단포천아트밸리풀짚공예하남문화재단한국도자재단한국등잔박물관한국카메라박물관해움미술관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혜정박물관화성시문화재단

지지씨가이드

수원_Celebrity's Space : 은밀한 매혹

화양루 가는길

정수자 | 시인


문을 여는 순간, 화양연화가 스쳤다. 화양루라는 환한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숨겨둔 보 물상자처럼 펼쳐지던 화양루 가는 길. 그때의 첫인상이 눈부셨던 까닭인지, 화양루는 이 상하게 화양연화를 데려온다.


문을 잠가두던 때(2000년경)라 잘 자란 잔디가 초록 꽃밭 같았다. 잔디 사이의 조붓한 흙길이 날아갈 듯 서 있는 화양루를 아스라이 비췄다. 발을 들이기 미안할 만큼 고요한 길 위로 풍기던 솔향도 그곳을 각별하게 만들었다. 휘늘어지는 소나무 가지들과 함께 화 양루 가는 길은 그렇게 더할 나위 없는 풍광으로 남았다.


화양루華陽褸는 서남각루西南角樓의 별칭인데 별칭이 더 널리 쓰인다. 아름다운 이름에 포 개지는 여운 덕일까. 그럼에도 화성의 다른 곳들에 비하면 발길이 적은 편이다. 팔달산 남 쪽 능선의 조금 높은 서남포사로 들어가야 만나기 때문인데, 그래서 더 그윽한 품격을 유 지할 수 있었다. 방화수류정(동북각루)과 더불어 군사시설답지 않게 조선의 급 높은 정자 풍치를 지니고 있다.


화양루의 매력은 뜻밖의 구조에서 더 빛난다. 성곽 밖으로 2백여 미터쯤 내어 쌓은데다 서남포사와 암문으로 감춰놓은 것. 성곽 한쪽을 비죽이 내뻗는 발상도 독특한 멋이지만 그런 위치로 화성의 여느 시설물과 다른 매혹을 갖는다. 민가를 해치지 않으려다 버들잎 모양을 띤 성곽의 자연스러움도 조선 곡선미의 백미지만, 그 속에 잘 숨겨두어 또 다른 일 품이 된 것이 화양루라 하겠다. 밖에 은밀히 앉혀 놓은 루에서 멀리 널리 보는 눈맛이 당 시엔 더 좋았을 게다. 지금은 소나무가 울창해져 확 트인 맛을 누리기는 좀 어렵다.



화양루의 ‘華’는 화성을, ‘陽’은 남쪽을 뜻한다. 하지만 왠지 낯이 익은 느낌이다. 화양연 화는 ‘花樣年華’라 ‘華陽褸’와 같은 뜻이 아님에도 ‘꽃 같은 아름다움’이란 의미에서 묘하 게 겹쳐지곤 했듯이. 화양루에는 상량문도 있는데 축성의 의미를 크게 담아 우리의 호젓 한 감상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정조도 화양루에 올라 현륭원(융릉)이 있는 남쪽을 하염 없이 봤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를 그리며 눈썹을 깊이 적셨다던가.


수원에는 화성을 품어 유명한 명소가 많다. 팔경八景의 봄편과 가을편을 정해 즐기는 한 편 시와 그림으로 누빈 감탄도 꽤 있다. 특히 화성 제1경으로 꼽히는 방화수류정 주변에 는 연중 사람이 넘친다. 찾기 쉬운데다 화홍문과 용연 등 주변의 빼어난 경관을 거느리고 있으니 당연하겠다. 그에 반해 화양루 가는 길은 높고 멀고 으늑해서 마음을 먹어야 찾아 들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한동안 암문을 잠가놔서 닫힌 길이었다(2013년부터 상시 개방). 화양루 달밤을 즐긴 월담의 무용담이 그저 부러웠을 뿐.


화양루 길은 영화 <왕의 남자>(2005년)에도 출연했다. 죽은 광대를 버리러 가는 장면의 미장센으로는 너무 아름다웠지만. 아니 그래서 천시 당한 광대의 죽음을 더 역설적으로 각인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화양루 가는 길임을 알아본 사람끼리는 그 장면에서 잠시 숨을 멈추고 나직한 탄성을 나누었다. 그때 새삼 다시 본 서남포사의 고졸한 격조에 수원 의 어깨들이 조금 더 으쓱했다. 화양루에서 나오다 한참씩 매료됐는데,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연인이 숨어들기 좋은 곳. 팔을 끼고 은밀히 소색이고 싶어지는 길이다. 그렇게 은미한 매혹에 이런저런 사연까지 얹어보면 짧은 길이지만 비경의 깊이를 더한다. 솔향 속에 마 음을 오래 묻어도 좋은 화양루 가는 길. 어느 길섶엔가 두고 온 화양연화처럼 간간이 뒤적 인다.


그런데 양루상설陽樓賞雪(화성 추8경의 하나)을 놓쳤다. 늦은 어느 가을날 첫눈이 날리면 만날 수 있으리라. 그때는 즉시 오를 터인즉, 올해 첫눈은 빠를수록 좋겠다. 화양루에서 다시 오붓이 화양연화를 찍을 수 있도록.




세부정보

  • 서각남루/ 화양루

    주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 6-196

글쓴이
지지씨가이드
자기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