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연구원

순교자들의 신념, 하우현 성당에서 평화를 찾다


사진 1. 하우현 성당 입구



사진 2. 하우현 성당



사진 3. 하우현 성당 측면




“나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 조선으로 왔으며,

본국으로 송환되기를 원하지 않고 순교하기를 열망한다.”


- 볼리외 베르나르도 루도비코 신부(1840~1866) -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고만 싶은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복잡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주로 이런 곳을 찾게 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공감할 것입니다. 차분하게 앉아 고민거리를 털어내고,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가볍게 산책도 해볼 수 있는 공간! 이번에 제가 다녀온 곳은 하우현 성당입니다. 이곳은 경기도 의왕시 원터마을에 위치해 있으며, 청계산과 광교산맥이 만나는 산 아래에 있어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1. 하우현 성당과 루도비코 신부.


사진 4. 루도비코 신부


하우현 성당은 과거 천주교 박해의 피난처였습니다. 당시 1884년 16명의 신자가 모인 작은 공소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성당으로 신자의 수가 200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본당임에도 불구하고 신앙인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현재 하우현 성당은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 본당으로 정해져 그 신앙의 명맥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우현 성당하면 꼭 알아야 할 인물은 루도비코 신부입니다. 루도비코 신부는 고국 프랑스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한국으로 파견됐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당시 한국이 천주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천주교를 억압하는 사회적 흐름이 형성되었고, 여러 차례의 박해가 시작됩니다. 결국 루도비코 신부도 병인박해 당시 혹독한 고문을 받고 26살의 어린 나이에 순교하게 됩니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택했던 그 용기가 지금의 하우현 성당을 지킨 원동력이 된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2. 하우현 성당과 사제관.


깊은 역사와 더불어 성당의 건축적인 가치도 상당한 곳입니다. 1894년 5월 초가 목조 강당을 시작으로, 1965년 지금의 하우현 성당으로 축조됐습니다. 성당의 내부는 작지만 깔끔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신앙인들이 앉아서 기도할 수 있도록 작은 책상과 성경책 등을 잘 준비해뒀습니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저도 앉아서 나름의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5 ~ 7. 하우현 성당 내부


사진 8. 하우현 성당 천장 전등


성당규모가 작아서 내부도 소박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건물에 들어가서 보니 창문들이 내부를 환하게 밝혀주어 더 넓게 느껴지는 효과를 줍니다. 그리고 천장 곳곳에 위치한 전등도 고풍스러움을 더해줍니다. 성당 내부 뒤편에는 큰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루도비코신부의 파견식을 담은 것이라 합니다.

사진 9. 루도비코 신부의 파견식 그림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니 어느 새 한 분, 두 분 미사에 참석하러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그들이 기도를 하고 묵상하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껴 한참을 성당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아있는데 한 신자분이 늦게 오면 자리가 없다고 30분은 일찍 와야 한다며 일찍 잘 온거라고 제게 말을 거셨습니다.


사진 10 ~ 12. 사제관


성당에서 나와 우측을 바라보면 조금 더 작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곳은 바로 경기도 지정기념물 제 176호 ‘하우현 성당 사제관’입니다. 사제관이란 성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는 사제들이 생활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제관이라면 경기도 지정기념물로 선정될 수 없었겠죠? 하우현 성당 사제관은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한·불 절충식 구조’의 건물입니다. 당시 이런 구조의 건물을 짓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 현재에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의 몸체는 석조로 되었고, 지붕형태는 팔작지붕형식입니다. 사면에 툇기둥을 새우고 서까래를 이용해 처마가 만들어졌고, 몸채는 다듬지 않은 돌들을 불규칙하게 쌓아올리는 형식을 활용해 지어졌다고 합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서양식건축의 견고함이 만나 탄생하게 됐습니다. 한옥하면 목조건축만 떠오르는데 목조와 돌을 이용한 모습에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됩니다.



3. 외부 경관.





사진 11 ~ 13. 산책로


성당의 좌측으로 돌아가면 산책로가 둥글게 보입니다. 이곳은 2005년 성당과 사제관의 보수작업을 마치고 성지(聖地)로서의 면모를 더욱 높이기 위해 구성됐다고 합니다. 산책로 중간 중간 보이는 나무기둥들에 십자가, 나비 모양이 장식돼 있습니다. 산책로 곳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벤치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걷다가 잠깐 앉아서 쉬기도 하고 지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보입니다. 날씨 좋은 봄에는 잠깐 나와 독서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14 ~ 15. 내부 사무실


산책로를 따라 다시 사제관의 우측으로 오면 성당의 사무실이 보입니다. 사무실의 내부에 들어가면 찾아온 관광객들과 신자들을 위해 간단한 차 종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전혀 삭막함은 느껴볼 수 없었습니다. 마주치는 분들마다 서로 웃으며 눈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4. 하우현 성당을 나오며 & 이용안내



사진 16. 하우현 성당을 나오며


안락함과 소박한 매력을 품은 하우현 성당을 뒤로 하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오랜 시간 머물고 싶었습니다. 불안했던 마음도 속상했던 일도 한결 나아짐을 느꼈습니다. 성당이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고, 위엄이 서려있을 것만 같았는데, 하우현 성당은 고향집 같은 포근함을 줬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많은 분들이 다녀갔으면 좋겠습니다.


● 하우현 성당 이용 안내.

1. 성당 개방시간 : 9:00 ~ 18:00

2. 미사시간 안내 : 평일(화~토) 오전 11시 / 주일 오전 10:30 오후 16:00 



사진 출처

사진 4 : 천주교 순교성지 새남터 기념성지 홈페이지

그 외 사진 모두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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