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상상캠퍼스

장인인터뷰 2. <글쓰기> 김나영 장인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내면에서 작게 일어나는 감정도 글로 쓰다보면 엄청 커지거든요"



글을 쓰게 된 계기


연구원(이하 연) 장인발굴프로젝트엔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어요?


김나영 장인(이하 김) 서둔동 카페 몽마르트에 붙어있는 포스트를 보았어요. 제 전공을 다시 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된 거예요. 또 청소년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도 다시 하고 있고, 그 밖에 여러 준비를 하는 중이거든요. 이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과 접하면서 제 생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았어요.


지금 하고 계신 일도 있나요?


병원마케팅회사에서 영상제작을 하고 있어요.


글을 쓴다고 하셨는데 문예창작을 전공하신건가요?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요?


네 맞아요. 글을 쓴 지는 6년 정도 되었어요.


글쓰기로 활동한 이력이 있으세요?


일본에서 주최하는 아시아 공모전이 있었는데 거기서 입상을 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 글을 쓰게 된 까닭이 있을까요?


어릴 때 굉장히 소극적인 성격이었어요. 초등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론 더 심해졌고요. 그런 억압된 마음을 글로 표출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에 가서는 방송부에 들어가게 되었어 요. 그때 더욱 글 쓰는 것에 재미를 느껴 대학에서도 전공을 했죠. 돈을 벌어야 해서 지 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틈틈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어떤 장르의 글을 쓰나요?


주로 일기 형식의 수필이요. 소설도 쓰고 있고요.


맨 처음 완성했던 글, 혹시 기억나세요?


네. 공포영화 시나리오였어요. 학원물이었는데,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거였어요. 방송부 일로 썼죠. ‘그 소문 들어본 적 있니? …예전에 누가 자살을 했대. 그 애가 정 말 집착이 심했는데…’ 이런 식으로. 여자애들 사이의 싸움이 일어나고 마지막에 반 전이 있었죠. ‘근데 있잖아… 그게 나야.’ 이런 거요. (웃음)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죠.


가장 최근에 쓰신 작품은요?


요즘에는 그냥 일정한 형식 없이 쓰고 있어요. 생각나는 것들을 그때그때 적고 있죠.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 가요?


저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학교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같은 것에 관한 시나리오를 많이 썼어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해보고요.


글을 쓰면 어디에 올리거나 공개하시나요?


아니요. 나중에 개인소장용 책으로 만들어 볼 생각은 있어요.


등단을 할 생각은요?


딱히 없어요. 글을 쓰고 그것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그래도 아직 20대 초반이니, 앞으로 글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글쓰기 위주의 목표는 아니지만 제가 지금 가고 싶은 방향을 바라볼 때 글쓰기는 크게 도움이 되요. 제가 아는 대안학교 중에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어요. 그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게 제 꿈이거든요.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시나리오와 영화 제작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 꿈을 이루려고 청소년복지학과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도 하고 있고요.





글을 쓰면 좋은 점


글을 쓰게 되면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


정리하게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을 아는 것이 사실 쉽지 않잖아요. 내면에서 작게 일어나는 감정도 글로 쓰다보면 엄청 커지거든요. 스스로의 생각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죠. 고민 같은 것도 많이 정리되고. 나중에 읽어 보면 아이디어의 소재가 되기도 해요. 글을 쓰는 사람은 전등이나 길바닥의 쓰레기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죠. 그 습관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느껴요.


누군가에게 글 쓰는 매력을 알려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렵네요.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제 경험을 얘기해도 와 닿는 건 개개인마다 다를 테니까.


글 쓰는 재능으로 다른 분들을 가르쳐 본 경험은 있으세요?


네.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요. 보육원에서 중학생 아이들 대상으로 가르친 적이 있어요. 글 쓴 내용을 바탕으로 영상이나 책으로 제작하기도 했고요. 보람이 컸어요.


보육원 일은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보육교사여서 저도 일을 도울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보육원 원장님이 제게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래서 글쓰기와 시나리오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보게 했어요. 하늘은 무슨 색이었고 이런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어땠고 등등.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한번 해보면 정말 좋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특별한 얘기 같지 않지만 글이 많이 늘죠.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삶에 대해 시 나리오를 써보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나이는 어려도 엄청 철학적인 것들을 다루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다큐멘터리 영화도 찍게 되고, 소설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소설을 모아서 책도 만들었어요. 총 3개월 동안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청소년에게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 것 같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 동생이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데 중학생 때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어요. 소위 말해서 일진이었죠. 그런 아이들이 자꾸만 삐뚤어지는 건 마음 열 곳이 없고 힘든 것을 표출할 수 없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어쩐 일인지 저한테 마음을 열더라고요. 언니는 글을 쓰니까 내 말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하면서요. 그 뒤로 이런저런 힘든 얘기며 고민도 털어놓고 했어요. 언니가 날 좀 이끌어줬음 좋겠다, 그런 말도 하고요. 그때 제가 대학 졸업반이었어요. 졸업 후의 취업 때문에 저도 고민이 많을 때였죠. 그런데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제 앞길에 대한 생각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아, 내가 청소년 복지 쪽에서 일하면서 이런 친 구들을 도와주면 좋겠다, 하고요. 청소년 상담을 하거나 지도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하게 되었어요.


혹시 동생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본 적은 있으세요?(웃음)


아니요. 권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별 관심 없더라고요.


가족들은 본인의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모님은 두 분 다 반대하세요.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 그 일이 힘들다는 걸 잘 아시거든요. “왜 그런 힘든 일을 하려고 하냐. 회사나 열심히 다녀라.” 라고 하시죠.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글쓰기도 꾸준히 하고 있고 학교에 들어가 청소년 복지도 공부하고 있으니, 사실 전 꿈을 향해 계속 가고 있는 중이죠. 하하.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사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사진/ 강우진, 이연우,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참여자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