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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기억 속의 안양... 눈에 띄지 않는 근대문화유산 (1)


조선후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분단과 전쟁,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까지 격동의 시기를 보낸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 속에서 서울과 인접했던 경기도 또한 많은 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기천년 근대문화 유산답사'에서는 경기도에 있는 근대문화를 소개하고 경기도의 역사와 정체성,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안양은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안양사에서 지명이 생겨난 오랜 도시이다. 1941년 서이면이 안양면으로 변경되고, 1949년에 안양읍, 1973년에 안양시로 승격하였다. 이곳은 서울특별시 금천구와 관악구에 접하며, 과천시, 의왕시, 광명시, 시흥시, 군포시에 맞닿아 있다. 1994년에 안양 일부가 군포시와 의왕시로 편입되었다. 196~70년대까지 경수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과 포도 농사 등이 발달했으나, 공장을 옮기고 논밭은 개발하여 산업과 농업이 점차 줄었다. 이제는 산업도시의 명성이 무색하다.



<안양역 앞>


안양에서 구도심은 안양역 주변인 안양1번가 일대이다. 일제강점기 때도 번화하여 서이면사무소 근방에 경찰서, 소방서가 모여있는 중심지였다. 시간이 흐르며 술집, 옷집, 음식점, 숙박업소, 시장이 생겨나 번화가가 된다. 이후 평촌신도시에 평촌역, 범계역, 인덕원역으로 상권이 나뉘었으나, 찾는 연령대가 다르다는 보고서가 있다. 안양구도심은 안양시보다 성장률이 더디지만, 아직도 지역 주민이 꾸준하게 찾는 생활중심지이다.


수많은 구도심이 쇠락했지만, 안양은 다르다. 수도권의 구도심 중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다. 안양역과 버스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오가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몇십 년 전에는 군포, 안산, 시흥 등에서 찾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에 서울은 꽤 멀었으며, 안양이 손쉽게 다닐 거리였다. 조흥은행 앞과 본백화점 앞에서 친구를 만나 안양1번가에서 놀거나, 안양중앙시장에서 장을 본 기억이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안양 주민뿐 아니라, 인근 사람들에게도 집단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근대문화유산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터는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며, 화려하게 바뀐다. 모든 것은 기억 속에 있을 뿐이다. 조흥은행, 안양전진상복지관, 삼원극장, 안양백화점, 본백화점, 벽산쇼핑센타 등등이 없어지거나 크게 변했다. 그에 비해 안양일번가 지하쇼핑몰은 안양역과 안양 중심가를 지나는 길목으로 언제나 활기차다. 1978년에 개통한 안양지하상가는 중앙시장에서 삼원극장이 있던 중앙사거리까지 연결되었고, 안양역전 지하상가는 1982년에 뒤를 이었다. 지금은 구분 없이 안양일번가 지하쇼핑몰로 연결된다.



<서이면사무소>


안양1번가에서 남부시장으로 가는 길에 술집과 숙박업소 사이에 덩그러니 있는 구 서이면사무소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00호이다. 1914년에 과천군 상서면과 하서면을 통합하여 서이면사무소로 세웠다. 그때는 다른 곳에 있었으나, 1917년에 안양중심지가 된 안양리로 이전한 건물이다. 1941년에 시흥군 안양면사무소로 명칭을 변경했으나, 시흥군 안양읍으로 승격하면서 매각했던 건물을 2002년 7월 안양시에서 매입하여 복원공사를 하였다. 한때 의원, 주거로 사용되었으며, 갈빗집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서이면사무소는 ㄱ자형으로 지붕 끝 선을 살짝 들어 올린 팔작지붕과 홑처마로 된 큰 규모의 한옥이다. 일제강점기 친일과 수탈의 현장이라는 비난이 있지만, 안양1번가가 예부터 중심지였다는 흔적이기도 하다.


<안양남부시장>


<안양중앙시장>


안양로를 건너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걸어가면 안양중앙시장이 있다. 여기는 남부시장과 성격이 다르다. 안양중앙시장은 1961년 11월 19일에 개장한 전통시장으로 개장 때보다 훨씬 커진 면적으로 증가했다. 각종 채소부터 수산물, 공산품 등등이 있는 종합시장이며, 포목골목, 순대골목 등 골목 상권이 활발하다. 평일에 찾아간 중앙시장과 남부시장은 한가로웠다. 활기찬 구도심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주말은 달랐다. 생동감이 넘치고, 시장다웠다.


그 중심에 안양중앙성당이 있어서일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안양중앙성당은 건축가 김영섭의 작품이다. 성당설계를 많이 한 분이다. 경기도에 설계한 성당은 화성시 향남읍 발안천주교회와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심곡성당, 안양중앙성당 등 이다. 발안천주교회는 처마곡선을 패러디한 지붕 디자인이 멋지고, 심곡성당은 큰 알 형태가 인상적이다.


<안양중앙성당>  (출처 건축가 김영섭작품집, 편집부 지음, 나남출판, 1999년 09월 15일, p.200)


<안양중앙성당>


안양중앙성당은 근대문화유산은 아니다. 1991년에 건립한 현대건축물이지만, 26년 동안 전통시장과 어우러져 지냈다. 시장 거리에서 꺽어들어야 성당 본당이 보이므로, 처음 찾은 사람은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꺾임 배치는 시장에서 성당으로 들어가는 고요한 시간을 갖는 여유를 준다. 번잡한 점포 사이에서 조용하고 온화한 공간을 만들었다. 2,500석의 거대한 성당은 겹치고 나누는 디자인으로 거부감을 줄였다. 외부 공간도 넓어 지역사회에서 중심이 될 수 있고, 복잡한 구도심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될 수 있다.



- 기억 속의 안양... 눈에 띄지 않는 근대문화유산 (2)에 계속 -


세부정보

  • 경기천년 근대문화유산 답사

  • 글, 사진/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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