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보통의 권리 - 자연의 재생력을 배우는 학교

의왕 담쟁이자연학교 이연숙, 이경선

이 글은 《우리동네 펍》본문 글입니다. 

김진주 시각 작가


‘재생’은 ‘생명과 활기를 다시 얻음’을 뜻하는 생물적, 생태적 인식을 전제하는 단어다. 공동체의 변화를 모색하는 문화 활동에 ‘재생’이라는 단어를 덧붙인다면 어떻게 될까? 자연환경과 생명체로서의 공동체적 조건을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문화’라는 인간의 법칙을 경작하는 활동에 에너지원이자 물질적 재료가 되어 주었으나, 역설적으로 ‘문화’가 발전하는 동안 그와 다른 법칙으로 살아가는 ‘자연’은 소모되고 파괴되었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 공동체 가운데 재생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것이 되어 버렸다.


10여 년 전, 안양, 군포, 의왕, 세 도시의 사람들은 띠를 이뤄 ‘안양천 살리기’라는 단어가 적힌 천막을 들고속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오염 물질을 걷어 내며 자연을 해치는 행위를 감시했다. 자연을 재생하기 위한 그들의 행동은 예술가들과 문화 기획자들을 움직였다. 물길을 재생하려는 공동체적 움직임을 주제 삼아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특정 장소에 침투하는 야외 설치, 퍼포먼스 등의 작품이 모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이전보다 맑아진 안양천에 인간, 새들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들이 돌아왔다. 이로써 재생은 끝난 것일까?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녹조는 여러 강에 번져 나가고, 미세먼지의 환경적 영향력은 알 수가 없다. 인간, 문화에 의해 재생되어야 할 운명에 처한 자연을 위한 활동은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풀이 날까 싶은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담쟁이처럼, 의왕역 뒤편, 철도 차량기지와 공사 트럭이 먼지를 날리며 비보 신호 호등 아래로 지나가는 허허벌판을 지나면 보이는 왕송호수와 텃밭과 이웃해 살아가는 담쟁이자연학교의 이연숙, 이경선 두 생태환경 교육 활동가와의 대화에서 재생을 위한 공동체 문화 활동의 단서를 찾는다.


 이연숙, 이경선 생태환경 교육 활동가가 수업 자료로 활용할 다양한 새 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씨앗이었던 때,

새싹이 나던 때


Q : 담쟁이자연학교가 지금은 의왕에 있지만, 원래는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운동연합’)의 소모임이었던 걸로 아는데요.


(이경선, 이하 ‘경’) 2000년에 환경운동연합에 꽃마리라는 생태 모임이 시작됐어요. 저는 2001년부터 참여했는데, 우리끼리 좋아서 산에 다니고 꽃 보러 다녔죠. 환경운동연합 사무국하고도 뜻이 맞아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활동을 제안했고, 파트너 학교가 하나둘 생겼어요. 요즘은 생태 교육하면 다 개념화돼 있지만, 그때는 아이들하고 가벼우면서 진지하게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정도였어요. 차차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가 생기다 보니 저희들도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모일 공간도 필요했어요. 그러다가 2013년 무렵 꽃마리 모임이 해체됐어요. 쉬다 보니 ‘그때가 참 행복했는데.’ 싶어요. 한 6개월 쉬고, 다음 6개월 동안 환경운동연합의 모니터링을 도와주던 중에 의왕 왕송호수를 모니터링하다가 보니까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드는 거예요. 다시 의기투합해서 만난 선생님들끼리 ‘큰 욕심 내지 말고, 여기서 우리가 좀 더 맘껏 환경 교육하자!’고 2015년 1월에 담쟁이자연학교를 만들게 됐어요.


(이연숙, 이 하 ‘연’) 저는 꽃마리 모임엔 2005년부터 참여했고요. 담쟁이자연학교는 2014년에 준비해서 그 다음 해에 협동조합으로 등록했죠.



▲ 담쟁이자연학교로 찾아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과 인간의 환경들.

    테두리만 그려진 새 그림 속을 채우며 아이들은 하나하나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자연을 깨우친다.



Q : 두 분은 원래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나요?


전혀 없었어요. 숲에만 들어가면 너무 간지러웠어요!(웃음) 그런 제 마음이 ‘감동이야!’로 변해서 환경 교육을 하게 됐어요. 저는 그냥 애들 키우고 커피 마시던 아줌마였는데 TV뉴스에서 피켓 들고 서 있는 환경 단체 사람들을 보면서 ‘뭐가 그렇게 간절할까?’ 싶었어요. 마침 환경운동연합에서 수업이 있다기에 간 거예요. 농부 아저씨들은 싫어하는 한삼 덩굴이 네발나비 섭식식초거든요. ‘한삼덩굴이 없으면 세상에서 네발나비를 볼 수 없다!’ 약간 극단적으로 배우긴 했어요.(웃음) ‘이름이 있구나!’부터 시작해서, ‘스쳐 지나갔던 아무것도 아닌 풀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를 아는 순간 완전히 푹 빠지게 된 거예요. 그동안 가렵고 잘 모르고 벌레 있을 거 같아서 풀을 멀리하고 그랬는데,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순간 벽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 ‘이건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이걸 아는 아이들은 나중에 생명 존중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겠구나!’ 그때는 강의에서 듣는 대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애들한테 알려줬어요. 그런데 요즘은 오래되다 보니까 안일한 생각도 하고, 초심을 잃어버리는 거 같기도 해요.


감동이 없죠.


그래서 작년에 ‘우리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 개혁해야 해!’ 그랬어요.


저는 좀 달랐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연을 접하고 살았기 때문에 친숙했어요. 결혼하고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에 관해 알고 싶은 게 많았어요. 아이들은 익숙해야 멀리하지 않아요. 그래서 환경 교육이 필요해요. ‘내가 하는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의무감과 믿음 때문에 자신감 있게 한 거죠.


Q : 천직이란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진짜 그런가?(웃음) 의심하면서 하고 있죠.


▲ 꽃마리 소모임 이후 재결성된 담쟁이자연학교에서도 꽃을 살피는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4월 의왕, 수원, 용 인에 걸쳐 있는 백운산에서의 들꽃 모임 장면. 사진 하단 왼쪽에서 작게 보이는 하얀 꽃을 찾아보자. 이 꽃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 까? 사진 속 쪼그려 앉아 머리를 숙인 한 사람의 자세처럼, 자연 속에서 의미를 찾아 되새기는 일에는 작은 것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 가까운 곳에 논과 밭이 있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곤충과 많은 식물

그리고 새들이 날아오는 곳에

협동조합 담쟁이자연학교를

마련하였습니다.

덩굴손으로 타고 올라 삭막한 도시를

푸르게 만드는 담쟁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 담쟁이자연학교 협동조합 웹커뮤니티 소개글에서



도시들의 환경을 연결하고 지켜보기


Q : 의왕, 군포, 안양, 세 도시가 강과 산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이 세 도시에는 ‘안양천 살리기’ 같은 공통의 환경 문제도 있었고요. 지역 공동체와 환경 교육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여기는 정말 최적의 조건이에요. 산과 들과 하천이 훌륭해요. 환경 문제와 교육은 자연스럽게 접목돼요. 환경 운동을 하면서 교육을 배제할 수 없고, 또 환경 교육을 하면서 지킴이 활동이나 감시 활동을 배제할 수 없죠. 현장 활동 나가면 사진 찍는다고 자연을 막 대하는 분들도 걸리고, 고로쇠 나무에 수액 채취한다고 막대를 꽂아 놓은 것도 눈에 밟히고요.


Q : 세 도시를 걸쳐 활동하다가 의왕에 오신 이유는 의왕이 왕송 호수나 청계산 등 생태 교육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안양이나 군포보다 좋아서인가요? 한 동네에 자리 잡으면서 활동의 범위나 연대가 축소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협동조합을 지역에서 설립하다 보니 의왕으로 장소가 한정되는 거지, 활동은 세 도시에서 여전히 같이 하죠. 수원이나 강화도도 가고요. 꽃이 좋아서 찾아다녔던 활동이 아이들 환경 교육이 되고, 감시 활동도 되고, 그러다 보면 워크숍도 가고, 막 퍼지듯이 펼쳐져요. 자연을 관찰하는 방식도 같아요. 전체 생태로 번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처음에는 하나의 나무, 꽃에서 시작하지만 그것들의, 또 사람들과의 관계성에 관해 수업하게 되죠. 지금은 새를 중점적으로 수업해요. 군포 ‘숲새소리 학교’ 아이들하고 새 보러 수원 서호도 갔어요. 왕송호수도 철새 도래지였는데, 아시다시피 레일 바이크가 들어오면서 논이 없어졌어요. 그럼 철새들이 잠깐 쉬었다 갈 순 있어도 먹이 활동이 안 돼요.



▲ 2015년 10월 담쟁이자연학교 사람들이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레일바이크 공사 중인 왕송호수 모니터링을 나가서 찍은 사진이다. 공사용 돌무더기 뒤로 보이는 호수 한가운 데 모래톱에 큰기러기들이 모여 있다. 당시 모니터링 내용을 보고서로 남겼다.



자연 속에서 배우고 놀며 생각이 바뀌는 학교


Q : (사무실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사진 설명 부탁드릴게요.


경/연 환경 교육 활동 나갔던 사진이에요. 왕송 호수, 안양천, 강화도, 학교 옆 숲에 아이들하고 같이 나갔죠.


Q :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교구들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경/연저희가 다 만든 거예요. 직접 손으로 만들고,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매번 숲에 가서 땅 파고 곤충 잡는 것만 할 수 없으니까, 학교에서 수업할 때는 이런 교구들이 필요해요. 기후 변화가 어떻게 오는지 가면을 쓰고 역할극을 하기도 하고, 나무판에 곤충 그림을 그려서 퍼즐이나 게임판도 만들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놀다 보면 익숙해지는 거죠. 프로그램은 3년 주기로 겹치지 않게 만들어요. 한 아이가 3년을 계속 와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게요. 한 가지 내용인데 체험을 달리하는 거죠.


Q : 교육이 환경 운동에서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놀면서 하는 작은 제스처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아니에요. 의식화하는 중요한 경험이죠. 아이들이 그냥 숲을 찾는 게 아니라 도시 안에서 환경을 지키려면 무엇이 와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면서 은근슬쩍 의식화하는 거죠. 저희는 질문만 던지고 아이들이 ‘도시에 논이 있으면 좋겠다. 호수가 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요. 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사고 때문에 학교에서는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많아요. 교문 바로 밖에도 안 돼요. 나가서 해야 하는데 진짜 답답해요. 예전에는 현장에 나가는 환경 교육이 활발했어요. 그나마 학교 안이나 가까운 곳에 자연환경이 좋은 학교는 낫죠.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연을 깨우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 떠올려 보면 예전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연못도 있고 개구리 알도 볼 수 있었어요.


경/연 그 주변에 동산이라도 있었죠? 주변 환경이 다 연계가 된 거예요. 요즘은 그나마 있던 연못도 물을 다 말려 없애죠. 환경을 다 책으로, 글자로, 모니터로 배워요. 그나마 관심 있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있어야 생태 교육을 경험하는 거죠. 그렇지만 또 하나의 학교, 밖에서 하는 또 하나의 학원으로 애들한테 수첩, 필기도구를 들려 보내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턱 막히죠. 아이들이 수업 후에 식물 이름 하나라도 더 알아서 엄마한테 알려줘야 하는 강박증을 보여요. 부모들을 설득해 내야 하는 게 또 우리 몫이긴 해요.


       


▲ 사무실 한쪽 벽면에 담쟁이자연학교의 활동을 간추려 볼 수 있 는 사진들이 걸려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생태 환경 교육 도구들 중에는 곤충의 입 모양을 알기 쉽게 그린 퍼즐, 거미, 개미, 애벌레 등 다양한 땅속, 숲속 생물이 그려진 가면이 보인다.



공동체의 환경 교육 의지


Q :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로 구성된 공동체를 뜻하기도 하지요. 담쟁이자연학교는 어떤 교육 공동체인가요?


저희가 담쟁이자연학교를 만들고 활동한 지 3년 정도 됐으니까 학부모 사회나 교육 공동체는 아직 기반을 다지는 단계예요. 예전 활동 중에 학부모와 잘 연계했던 적이 있긴 해요. 2004년, 2005년쯤 의왕시 고촌초등학교였어요. 그 학교에서는 4학년만 되면 일 년 내내 생태 교육을 받는 거예요. 학기 시작 전에 학부모들에게 수업 내용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도우미 선생님 활동을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엄마들이 귀찮아 했어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3년쯤 됐을 때 환경 교육을 당연시하는 생각이 널리 퍼졌어요. 멀리 떨어진 산으로 아이들과 실습을 가는데 도우미 선생님 하는 엄마들이 서로 연락해서 자가용을 준비할 정도였죠. 엄마들이나 학교 선생님들과 답사도 같이 하고 프로그램에 관해 사전 회의도 하고, 교장 선생님도 적극적인 후원을 하시고요. 저희는 계속 할 의지가 있었는데 3, 4년 뒤 교장 선생님이 바뀌면서 수업을 못하게 됐죠. ‘우리 아이가 내년에 4학년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학부모들이 난리가 났었대요. 연 매주 토요일에 하는 ‘담쟁이자연학교’는 우리 의지대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변 지역 사람들하고 바쁘더라도 정해 놓은 날 모여서 주변 숲이나 하천을 다녀요. 그런데 학교는 쉽지 않아요. 환경 교육 나가던 몇 개 학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 순식간에 없어진 것도 있고. 그래서 불안하기도 해요.


▲ 2016년 8월 한여름 담쟁이자연학교 교실에서 주민 참여자들과 함께 새 달력 세밀화를 그렸다. 이 그림들로 2017년 달력을 만들어 나눴다.

▲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에서는 새 세밀화 카드 뒷면에 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하나하나 모두 아이들이 자연에게 보내는 ‘우리집’ 초대장이다.


Q : 활동하면서 불안하고 힘들 때 어떻게 하시나요?


초등학교에서 저희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이 중학교 가서 환경 동아리를 들기도 해요. 또 학교에서는 1등만 알아주잖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환경 교육 학교에서는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이 훨씬 더 영향력이 커요. 저희가 진행하던 환경 동아리에 전교 1등과 공부에 정말 관심이 없던 아이가 같이 있었어요. 물속에 사는 생물 조사를 하는데 1등하는 애는 두려워서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부에 관심 없던 애는 겁도 없고 정말 열심히 참여했어요.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한 학생이었는데 칭찬을 받더니 아이가 팔을 걷어붙이고 하는 거예요. 제가 그때 거기서 느꼈거든요. ‘환경 교육이 보편화되면 아이들이 맘속에 쌓인 것을 푸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자연으로 치유하는 걸 많이 봤어요. 저희도 아이들처럼 자연 속에서 힐링을 해요. 꽃마리 활동도 그렇고 지금 담쟁이자연학교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면 심리적으로 치유하고 감동도 많이 받아요.


Q : 회복하기 위한 다른 활동이 필요가 없겠어요.


정말 그래요. 이 활동 자체가 원동력이에요.



▲ 새 달력 세밀화 모임의 참가자들이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다.



제도와 네트워크와 운영에 관한 고민


Q : 활동을 다른 단체와 연계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안 느끼시나요?


환경운동연합이나 생협, 지역 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 활동 같은 건데, 아직은 그냥 만나서 생각을 공유하는 정도예요.


양면의 필요성이 있지만, 다른 단체들 보면서 ‘아, 우린 저렇게 하지 말자.’ 생각하기도 해요. 작년에 아이들과 계곡에 갔는데 온갖 단체 사람들이 와서 땅속 생물 본다고 삽 들고 물속을 다 뒤집어 놓는 거예요. 우리가 공동으로 좀 더 자제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분명히 있어요. 과천에 어른들 수업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얘기가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요. 오지를 찾아다니는 게 취미인 분이 ‘제가 오지를 안 다니게 됐어요.’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지나갔던 발길이 길이 돼서 그 길 따라서 사람들이 또 지나가고, 결국 길이 넓어진다는 거예요. 자신이 자연을 파괴하는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했대요.


Q : 협동조합이라는 제도가 생태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전혀 도움이 안 돼요. 제도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지 우리들, 소소한 단체들 지원한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Q : 수익 사업도 하시나요?


어느 단체나 협동조합이라도 재정적으로 열악할 거예요. 우리야 월급을 가져가지 않으니까 오늘처럼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 있는 거지, 상근직이 있는 곳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교육 활동이 없는 방학 때는 활동에서 파생되는 물건을 제작해서 판매하거나 수익 사업 같은 걸 생각하는데, 환경 쪽에서는 한정적이에요.


학교에서 하는 수업은 정해진 강사료가 있죠. 다른 수업에서 받는 비용은 회비 정도예요. 스터디는 거의 무료 활동이기도 하고. 협동조합 출자금도 처음에 공간 얻을 때 필요한 시설 비용 정도만 냈어요. 소박하게!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그런?(웃음)



숨은, 큰 꿈


Q : 꿈은 크게 갖는다?!


꿈은 커요.(웃음) 제 개인적인 꿈은 위험한 놀이터를 만드는 거예요. 일본에 위험한 놀이터가 있대요. 입장료도 받고 사고 시 본인이 책임진다는 서약을 하는데, 그래도 그 놀이터에서는 애들이 5미터에서도 줄을 들고 뛰어내려도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대요.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무식하지 않거든요. 다 자기 살 궁리를 해요. 그런데 너무 기성 세대들의 염려증 때문에 아이들 손발을 다 묶어 놓고 ‘안 돼! 안 돼!’ 이렇게 되는 거예요. 아이들 생각이 십몇 년 전에 했던 아이들과 지금 아이들이 천지차이예요. 조바심 내지 않았던 그런 부모들 밑에서 좀 더 자유로웠던 그때 아이들이 창의력이 컸어요. 지금 아이들은 그때보다 훨씬 똑똑하긴 해도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요. 부모님들은 그게 경쟁력이라 보는 거고. 10년 전에도 학원은 보냈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죠.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 보면서 불안해요. ‘생태 교육은 더 늘어났는데 왜 아이들이 저렇게 공격적이고 말도 험악할까? 애들이 마음을 풀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두려움도 훨씬 더 많이 느끼고요. 한 10년 전만 해도 수업할 때 아이들에게 자연은 두려운 게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면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정책은 어디서 사고가 나면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걸 없애 버려요. 미끄럼틀에서 사고가 나면 놀이터를 없애 버리죠. 아이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어요. 아이들 자연학교를 운영하면서 엄마들의 염려증과 불안감을 어떻게 하긴 어려워요. 저희도 무섭죠. 그렇지만, 숲에 가는데 그렇게 위험 요소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어요.


▲ 자연의 회복력, 그 수혜자이며 수호자로 활동하는 담쟁이자연학교 사람들



소통하고 회복하는 자연의 힘


Q : 담쟁이자연학교에 찾아오는 분들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나요? 도시에서 단절된 세대 간의 소통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스터디 그룹에 오는 젊은 엄마들이 다른 세대가 연결돼서 오히려 저희한테 위로를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같은 세대 사람들끼린 상대적 빈곤도 많이 느끼고, 비교하면서 괜히 자기 아이만 괴롭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애들 이렇게 키우면서 환경 교육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죠. 저희 작은 애가 일곱 살 때 환경 교육을 시작했는데 지금 스물네 살이에요. 저는 그 17년의 과정이 행복했기 때문에 지금도 좋아요. ‘우리 삶에 이런 조그만 것도 한다!’ 자부하죠.


Q : 회복할 수 있는 능력, 자존감은 자연에서 오는 힘인가요?


6개월 정도 잠깐 쉬었을 때 환경 교육 활동을 하면서 내가 너무 행복했다는 걸 알았어요. 새싹부터 시작해서 늙어 죽을 때까지 365일을 보지 않고서 감히 한 나무를 어떻게 설명을 하겠어요. 그렇지만 나무를 안아 보고 ‘아 이게 전부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마음도 많이 비워지고, 머리도 비우고.(웃음)


Q : 고민이 쌓일 이유가 없겠습니다.


털어 버리는 노하우를 세대별로 계속 이어가면 좋겠네요.


경/연 저희 희망이에요. 그런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저희를 찾아와요. 후배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힐링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서 물려주고 싶어요. 언제든 힘들 때 다시 오세요!


공동체에 개입하는 여러 문화ㆍ예술 프로젝트가 언제나 의도하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공공미술, 커뮤니티 아트로 불렸던 여러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공동체 문화를 재생하려는 그 어떤 새로운 시도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관료들이 흔히 하는 대민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공동체와 부대끼며 활동가 본인이 재생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 재생이 실패한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재생을 말하면서도 재생에 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담쟁이자연학교의 사람들은 자연을 무작정 보호하거나 재생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반대로 여기에서 재생은 사람에게 발생한다. 이들은 자연의 품 안에서 자신들이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힐링’의 태도는 너무 낭만적으로만 자연을 대하는 것이라 지적할 수도 있다. 자연 속에서는 분명 이 사회만큼이나 치열한 약육강식이 벌어지고,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개체 변이가 발생한다. 한편, P. A. 크로포트킨의 『만물은 서로 돕는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벌집 입구를 지키는 보초들은 벌통으로 침입하려는 도둑 꿀벌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린다. 하지만 실수로 벌집에 들어온 낯선 꿀벌들, 특히 꽃가루를 묻혀 왔다거나 곧잘 길을 잃는 어린 꿀벌들은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둔다. 극히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오만한 시선 바깥에서, 이렇게 자연은 재생의 동력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인간적 시선을 걷어낸 자연 속에서 만물이 서로 돕는 관계를 발견하고 배워 가는 생태 환경 교육을 문화 재생의 시각에서 조명하는 일은,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다.



세부정보

  • 담쟁이자연학교

    주소/ 경기도 의왕시 초평로 20, 1층

    홈페이지/ http://cafe.daum.net/damjang-e

  • 우리동네 펍/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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