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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상을 받은 예술,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에서 한 장의 그림이 디지털아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상자 제이슨 앨런은 AI 이미지 생성 도구 '미드저니'로 만든 작품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나는 미드저니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포토샵으로 후보정하고, 기가픽셀로 업스케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쟁이 터지며 온라인은 며칠 만에 들끓었다.

"예술의 죽음이다." "아니다, 이것도 창작이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위 수상작, 출처: Discord ​


우리는 지금 무엇을 심사하고 있었던 걸까?

이 글은 AI 예술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며, 다만 우리가 예술에 기대해온 것들을,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들여다보고 싶음을 밝힌다. ​


  • 첫 번째 질문, 창작에는 의도가 필요한가?

사진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소란이 있었다.

1839년,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는 루이 다게르가 발명한

다게레오타입 사진을 처음 본 뒤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오늘부로 회화는 죽었다(From today, painting is dead)" 실제로 그가 이 말을 했는지는 역사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문장이 전설처럼 살아남은 이유는, 당시 화가들이 품었던 불안을 정확히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건, 들라로슈 본인은 사실 사진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또 다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게르 씨의 놀라운 발견은 예술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셔터만 누르는 게 무슨 예술이냐는 말은, 당시 사진작가들이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지금 우리는 사진을 예술로 의심하지 않는다. AI는 스스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서'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제이슨 앨런은 수백 번의 프롬프트를 다듬고,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를 골랐다.

그 행위는 창작인가, 아니면 정교한 검색인가?



Louis-Jacques-Mande Daguerre The Artist’s Studis


  • 두 번째 질문, 심사는 결과를 보는가 과정을 보는가?

콜로라도 박람회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칼 두란(Cal Duran)은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에는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AI로 만든지 몰랐지만, 알았더라도 여전히 앨런에게 수상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와 불러일으키는 감정 자체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판단이 옳은 걸까? 우리는 예술을 볼 때 작품 그 자체만 보는 게 아니다.

'누가, 어떤 경험으로, 어떤 시간을 들여 만들었는가'가 감상의 맥락이 된다.

반 고흐의 그림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지를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 심사도 그 맥락을 포함해야 하는 걸까? 혹은, 맥락 없이 눈앞의 결과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까?



Vincent Willem van Gogh                                                                                                                 Sunflowers


  • 세 번째 질문,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가?

10년간 붓을 잡아온 화가와, 프롬프트 몇 줄로 수백 장을 생성한 뒤

가장 그럴듯한 한 장을 고른 참가자가 같은 무대에서 경쟁한다. 이 구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누군가는 "도구의 차이일 뿐"이라 하고, 누군가는 "노력의 무게가 다르다"고 한다.

같은 대회에서 3위를 한 제시카 헤어(Jessica Hair)는 이렇게 물었다.

"AI가 작품을 만든 것이라면, 그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크레딧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이 물음은 단순한 억울함이 아니다. '창작의 공로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아직 아무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 질문을 건드린다.

허용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흥미로운 건, 세상이 단순히 'AI 예술을 금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부는 더 적극적으로 AI를 끌어안고 있다.

글로벌 AI 아트 공모전 'AI-ARTS Competition'은 매년 AI 생성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는 아예 'AI 도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AI Art & Design Competition 공모전을 열었고

국내에서도 생성형 AI 작품을 접수하는 공모전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AI 작품을 금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놓고 AI를 써달라고 한다. 어쩌면 기준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각 공동체가 예술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그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그날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AI가 만든 작품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같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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