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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경기지역의 명문 기와 사례와 명문의 성격 ①
경기 천년 및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이 글은 ‘경기 천년 및 고려 건국 천백주년 기념 학술대회’ 자료집에 수록된 발표주제문입니다. |
고려시대 경기지역의 명문 기와 사례와 명문의 성격
홍영의 | 국민대학교
|목차|
Ⅰ. 머리말
Ⅱ. 경기지역 명문 기와의 출토 현황
Ⅲ. 경기지역 명문기와의 연호명 사례
Ⅳ. 명문기와의 해독과 활용과제
Ⅴ. 맺음말
Ⅰ. 머리말
기와는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건축 재료의 하나이다. 기와는 목재건물의 지붕을 덮는 건축부재로서 양질의 점토를 가지고 제작틀[模骨·瓦範·瓦范]을 사용하여 일정한 모양으로 만든 다음에 가마 속에서 높은 온도로 구워내어 만든다.1* 목조 건물의 지붕에 이어져 눈과 빗물이 새는 것을 막고 이를 흘러내리게 하여 지붕을 결구하고 있는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며, 동시에 건물의 경관과 치장을 위하여 사용된다.2*
따라서 오랫동안 궁궐과 관청, 사원을 비롯한 지배층의 개인주택에서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여러 유적에서는 많은 기와가 출토되고 있다. 이러한 기와들 가운데에는 여러 종류의 ‘銘文’이 새겨져 있다. ‘명문기와’란 문자가 기록된 기와를 말하며, 기와의 표면에 명문이 押印되거나 새겨진 것을 말한다. 기와에 명문을 기록하는 방법은 이미 명문을 새겨둔 압인 도구로 施文할 곳에 打捺할 때 기와의 背面에 양각으로 나타내는 경우와 직접 배면에 음각하는 경우가 있다.3* 명문의 내용은 주로 기와의 사용처인 사찰의 이름, 제작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연호나 간지, 제작자, 건축주체 등이 압인되거나 새겨진 형태로 나타난다.4*
이러한 명문의 내용으로 기와가 사용된 사찰의 이름이나 건립연대, 기와를 생산한 사람과 생산시기까지도 알 수 있다. 또한 문헌기록에는 그 존재가 기록되어있지만 현재 그 위치를 비정할 수 없거나, 그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던 유적의 실재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때문에 유적과 유물의 편년 설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자료의 가치와 함께 희소성을 가진 명문기와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 사용된 것으로 왕궁유적이나 성곽·사원·관청 등과 같은 국가시설물 유적에서 주로 출토되고 있어 한정된 공간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5*
이렇게 여러 유적에서 출토된 명문기와는 극히 제한된 수량으로 인해 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연호명과 기년명을 통해 특정 건물의 편년이나 해당 유적의 편년 설정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현장 조사자 대부분은 명문기와 출토 시 잔존상태와는 무관하게 최대한 수습하게끔 조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6*
명문기와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유행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제작되었다.7* 신라 이후의 것들에서는 지명, 사찰명, 제작연대와 관련된 연호와 간지가 있는 것, 제작한 장소를 표시한 것, 기와의 사용처 등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8*
고려시대의 기와는 도읍지인 개경을 비롯하여 서경(평양), 동경(경주) 등 3경과 12목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의 행정, 생활, 종교 유적과 같은 건물지 뿐만 아니라 가마터에서 많은 수량이 출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鬼目文, 魚骨文 기와와 함께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명문기와가 출토되고 있다. 내용면에서도 연호명, 간지명, 월일 등 제작연대와 생산처를 비롯한 사찰명, 지명, 인명 등의 표기방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온전한 형태의 명문기와는 내용 구성 역시 (연호)+간지+사명+(대장명)+시주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내용 말미에는 ‘瓦草’만을 덧붙여 마무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개성 궁성의 것처럼 생산지와 생산자만 명기된 것도 있다.9*
때문에 고려시대 기와 연구는 주로 고고학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기와의 제작도구와 제작방법,10* 가마나 기와의 유형(문양)과 특징, 이를 통한 시기편년,11* 출토된 명문기와의 유구와 지역적 특색12* 등이 중요 검토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명문기와 가운데, ‘官’과13* ‘年號’명 사례를14* 가지고 평기와의 변천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 성분분석인 현미경 관찰과 XRD분석을 통해 점재하강도 분석, 광물학적 특성을 분석하여 기와의 제작기법 및 소성 환경을 해석하는 방법도15*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梵字文에 대한 관심도 이루어지고 있다.16*
이를 토대로 문헌사 연구자들은 기와 제작 집단의 양상이나 유통 방법 등에 규명하기 위해 문헌자료와 접목함으로써 그 내용이 보다 풍부해지고 있다. 고려시대 기와생산 체제를 통하여 국가의 필요에 따라 기와를 정기적으로 생산하던 瓦所의 존재와 고려 후기 와소의 해체,17* 조선전기 瓦署와 別瓦窯 등에 대한 규명, 고려~조선 전기 기와의 조달 양상을 통해 자체생산, 구입 및 주문생산, 私家, 廢寺, 관청 등의 기와를 재활용한 사례와 瓦工과 助役人, 燔瓦木의 확보, 기와의 운송 등에 대한 연구는 그러한 것들이다.18*
이와 아울러 발굴과정에서 수습, 판독된 명문기와를 적극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어 왔다. 구산우는 동래·기장·마산·김해·춘천 등지의 성에서 발굴 수습된 ‘○面’명을 주목하여 고려시기에 面制가 실시되었을 가능성을 검토하였고,19* 마산 회원현성의 ‘一品’명과 부산 당감동 동평현성에서 출토된 ‘三品’명을 통해 지방 품군의 기능과 임무를 추적하기도 했다.20* 홍영의는 개성 고려궁성 발굴과정에서 수습된 ‘板積’·‘赤項’·‘德水’명 등의 명문기와를 통해 ‘六窯直’과 瓦窯場의 관계성을 제기하기도 했다.21*
또한 개별 유구에서 수습된 명문기와의 의미를 분석한 연산 개태사,22* 안성 망이산성,23* 영동 계산리,24* 장흥 상방동,25* 신안 무심사지,26* 대전 상대동,27* 경주 중산동,28* 보령 성주사지29* 등도 주목할 할만 것들이다. 이외에도 강원도나 용인 지역을 중심으로 정리된 것이 있다.30*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에서 출토(수습)된 명문기와에 대한 분석은 서로 보완되지 못한 채, 발굴유구의 성격을 이해하려는 1차 목적인 기와의 형태와 편년 작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 결과 발굴과정에서 수습된 명문기와의 판독과 내용분석, 그리고 이들 자료의 종합화를 통한 체계적인 연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접근 역시 보고서 이외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까지 전국적으로 진행된 고려시기 유적에서 출토된 기와 명문을 총괄하고, 기와 명문의 중요 내용을 조사하여 정리되어,31* 연구자들이 이 분야를 참조하고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고려시기 유적에서 출토된 기와 명문을 자료집으로 묶어서 펴낸 성과가 공간되었다.32* 그리고 고려시기 성곽 축조와 年號銘 기와의 관련성을 검토한 글이 발표되었다.33*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선 경기지역의 고려시대 유적에서 수습된 명문기와 관련 발굴 출토(수습) 유적 현황을 파악하고, 출토된 명문기와의 판독 내용을 정리하여 명문기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즉 사찰의 이름, 제작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연호나 간지, 제작자, 건축주체 등을 추적하여 명문기와의 활용과제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자료의 분석을 통해 유적간의 상관성 및 비교연구, 기와의 편년 연구, 생산지와 수요처간의 생산수급체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기와를 제작할 초기에는 성형 틀이 없이 손으로 빚어서 점토띠 떼쌓기를 하고 타날하여 제작했으나, 대부분의 수키와와 암키와는 원통형의 목
제 모골의 외측에 마포나 무명 등의 포목을 감고 양질의 진흙을 다진 粘土板을 씌워 叩板으로 두들겨 얼마 동안의 건조기간을 거친 다음에 瓦
刀로 2분하거나 3분 또는 4분하여 제작한다. 형태에 따라 기와의 끝에 언강이라고 부르는 낮은 段이 있어서 미구를 내밀고 있는 有段式과, 언강
과 미구가 없는 토시형의 無段式으로 구분되고 있는데, 대부분 그 표면에 線·繩蓆·格子·花葉 등의 고판무늬가 장식되고 있다(『고고학사
전』 2001, 국립문화재연구소)
2. 기와의 종류는 기본 기와로서 평기와(수·암키와)가 있다. 또한 기와의 한쪽 끝에 문양을 새긴 드림새를 덧붙여 제작하여 건물의 처마 끝에 사용
하는 막새기와(수·암막새), 서까래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서까래 기와(연목·부연·사래·토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김성구, 『옛 기와』,
대원사, 1997 : 김왕직, 『그림으로 보는 한국 건축용어』 발언, 2000).
3. 명문기와는 문양을 타날하는 도구에 함께 새겨 押印되는 것이 대부분이나, 간간히 기와 성형시 건조전에 가는 철사나 나뭇가지 등으로 새겨 쓴
것도 있다.
4. 장인이 모든 생산물인 器物에 자신의 이름이나 생산지를 표기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어 殷周대의 靑銅禮器에서처럼 기물 제작을 기념
하거나 제작 계기를 밝히고 후손을 감계하는 문구를 넣은 경우도 있으나, 춘추 전국시대에는 주로 기물의 제작자 혹은 소유자(주문자)의 이름 및
신분을 기입하는 추세로 이어진다. 이는 관영수공업의 발달과 이에 따른 효율적인 관리체계의 수립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예기』에 의하면, 기
물의 품질 관리 차원에서 공인의 성명을 기물에 새기게 하고, 기물의 품질을 평가하여 불량한 경우에는 기명된 공인을 처벌하도록 한 것을 ‘物勒
工名’이라 하였다. 기원전 4세기말에 이르러 기물에 제작 공장과 담당 관리의 이름을 새겨 넣어 기물의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唐書』와 법전인 『唐律疏議』에 있는 “物勒工名, 以考其誠, 功有不當, 必行其罪”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물건에 장인의 이름을 새겨 넣어
출처를 표시하는 것이 이미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전통에 따라 삼국시대부터 보편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며, 통일신
라 이후에는 그러한 사례가 유적의 발굴 수습과정에서 산견된다. 고려 역시 초기부터 이러한 전통을 이어 각종 기물에 장인의 이름을 표기했으
며, 조선 역시도 그대로 이어왔다(홍영의, 「고려시대 장인의 지위와 사기장 심룡(沈竜)」, 『조선백자 시조 양구 심룡은 누구인가?』 조선백자
시조 양구 심룡 선양 포럼 2016년 12월 2일 20~21쪽).
5. 대부분의 사찰지에서 출토되는 명문기와에는 寺名을 포함한 建物名, 절대연대를 나타내는 年號·紀年銘, 제작주체인 시주자나 특정인물을 기
록한 姓名, 쓰임새를 알 수 있는 용도 등이 기록되는 등 뜻하지 않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6. 임종태, 「保寧 聖住寺址 출토 명문와 속성과 특징」, 『지방사와 지방문화』 19, 2016
7. 명문기와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유행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제작되었다.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는 백제의 공주 대통사지와
부여 부소산성에서 출토된 ‘대통(大通)(527)’명 기와를 들 수 있다. 백제의 기와 명문은 간지를 비롯한 ‘毛’·‘首’·‘斯’·‘止’·‘木’·’刀‘·’下‘·‘中’
등의 글자가 시문되어 있다. 신라에서는 안압지에서 출토된 ‘儀鳳四年(679)’명 기와가 있다. 백제에서는 소수의 방형을 제외하면 주로 명문이
새겨진 원형의 인장을 타날하여 施文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통일신라 시기의 명문으로는 지명을 나타내는 ‘漢只’, ‘習部’명 기와가 있으며, 사
찰명을 나타낸 것으로는 ’大令妙寺’·‘靈廟之寺’·‘四天王寺’명 기와가 있다. 이러한 명문기와는 개체 수에서 적은 양을 보인다. 인각명문 가와
의 내용은 기와의 제작연대, 제작자, 수요처 등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8. 김성구·모리이쿠오, 『한일의 기와』 테즈카야마대학출판회, 2009
9. 홍영의, 「개성 고려궁성 출토 명문기와의 유형과 요장(窯場)」, 『개성 고려궁성 남북발굴조사보고서』 국립문화재연구소, 2012
10. 최태선, 「고려시대 기와연구의 성과와 과제-평기와 연구를 중심으로-」, 『제1회 한국기와학회 학술대회 발표자료집』 한국기와학회, 2004.
기와의 편년과 속성연구는 크게는 타날 방식과 문양의 종류부터 제작기법과 관련된 분할방식, 내·외면의 조정흔적 등 세부속성에 이르기는 다
양한 관찰법에 의해 체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11. 최태선, 앞 논문. 기와의 편년은 기와가 지닌 여러 속성 가운데 와틀[桶], 태토, 막새의 문양, 타날판[叩板]의 크기와 배면의 문양, 분할방법, 내
면의 흔적 변화, 二次整面의 端部 內面調整, 명문 자료 등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12. 淸水信行, 「開泰寺址 출토 銘文瓦에 대한 一考察」, 『百濟硏究』 28, 1998 : 김병희, 「안성 봉업사지 출토 고려전기 명문기와 연구」 단국
대 석사학위논문, 2001 : 고용규, 『장흥 대리 상방촌유적 출토 명문기와의 성격」, 『한국중세사연구』 23, 2007 : 김창호, 「남한산성 출토
후삼국-고려초 문자기와의 재검토」, 『한국고대사연구의 현단계 석문 이기동교수 정년기념논총』 주류성, 2009 : 최태선, 「고고자료로 본
부인사지의 현황과 변화」, 『한국중세사연구』 28, 2010 : 홍성익, 「羅末麗初 廢寺址 寺名 비정에 관한 연구-강원지역 출토 銘文瓦를 중심
으로-」, 『신라사학보』 19, 2010 : 정치영, 「銘文瓦를 통해 본 고려시대 龍駒縣의 景觀」, 『중부지역의 고고문화와 역사』 한신대 출판부,
2011 : 최연식, 「흑산도 무심사원원지 출토 명문기와의 내용 검토」, 『신안 무심사지』 목포대 박물관, 2011 : 홍영의, 「개성 고려궁성 출토
명문기와의 유형과 요장(窯場)」, 『개성 고려궁성 남북발굴조사보고서』 국립문화재연구소, 2012 : 이동주, 「경산 중산동 고려시대 건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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