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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계명주 보유자 최옥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행한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종합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 66명의 삶을 조망하고 보유 종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단체에서 제공한 진귀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전문 보기




"계명주는 달콤하고도 상큼한 향이 일품이며, 첫맛은 매실주와 같고 뒷맛은 식혜 같습니다."


최옥근 계명주 보유자는 1965년 시집 온 이듬해부터 시어머님께 고려인의 술, 계명주 담그는 법을 배웠다.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롭기에 웬만한 정성을 가울여서는 만들 수 없는 술이건만, 50년 넘게 아직도 경기도 남양주에서 그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고인이 된 남편이 계명주와 옛탁주가 고구려의 술과 같은 술이라는 것을 옛 문헌을 통해 고증해 냈다고 한다.


최씨는 "연한 담황색 빛깔에 솔잎 향이 나며 마신 후 혀 끝에 단맛이 감도는 것이 특색"이라고 설명한다. 계명주는 속성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 제조 기간은 8일이 걸린다. 재래식 방식으로 만드는 전통주는 알코올 함량을 고르게 하는 게  쉽지 않아 대량 납품 의뢰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최씨는 6.25때 평안남도에서 월남한 결성 장씨 집안의 11대 종부다. 23살 때 시집온 새색시가 처음 한 집안 일이 계명주를 빚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집안에서는 계명주가 중요한 유산이었다.


"시어머니는 계명주에 있어서만은 유독 엄격하게 저를 가르쳤어요. 옥수수와 수수를 맷돌로 갈고, 가마솥에 장식물을 지퍼 죽을 쑤고 술을 담그는 게 말이 쉽지, 처음에는 많이 망쳐 혼도 많이 났답니다. 하지만 '고구려 시대로부터 평안도 땅에 자리잡아 가양주로 1,500년을 살아남은 술인데  내가 이어가야지'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계명주의 전통을 잇고자 노력했습니다." 



보유자 최옥근(우)와 전수조교 이창수(좌)


계명주는 술을 담근 다음날 닭이 우는 새벽녘에 벌써 다 익어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급하게 술을 빚을 필요가 있을 때 만들었던 속성주로 1일주(一日酒), 삼일주(三日酒), 계명주 등이 이에 속한다. 일명 ‘엿탁주’라고도 한다.


엿탁주는 옥수수와 수수, 엿기름으로 죽을 쑤고 누룩과 솔잎을 넣어 만든 것이 특징이며, 알코올 농도는 11%이다. 여기에 여덟가지 약초를 넣어 알코올 농도를 16%로 만든 술이 약계명주로 농림수산부 지정 전통식품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전통주 가운데 하나인 계명주의 재료는 수수, 옥수수, 누룩, 엿질금, 조청(엿), 솔잎 그리고 물이며, 술을 빚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법제한 누룩가루를 조청에 담가 불린다.

2. 수수와 옥수수를 냉수에 침지하여 불린다.

3. 불린 수수와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넣고, 여기에 엿질금과 물을 부어 은근한 불에 죽을 써서 당화시킨다.

4. 식은 죽을 자루에 넣고 짜서 엿밥을 걸러낸다.

5. 차게 식힌 죽에 조청에 불리 누룩과 솔잎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잘 섞은 후 술 항아리에 넣고 봉하여 약 28도 정도     에서 발효시켜 거르면 약 11도 의 계명주가 완성된다.



개마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수수대는 붉은 울음을 토해낸다. 멀리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사냥을 떠났던 마을의 사내들이 수수밭 사이길로 말을 몰아 온다. 몇몇 사내의 안장에는 멧돼지들이 자랑인 듯 흔들리고 있다. 사냥에 지친 사내들은 마을로 들어서자 본능적으로 술이 익어가며 풍겨오는 단내를 맡는다. 허기가 동한다. 하지만 사내들은 우물로 가서 청량한 물로 허기를 달랠 뿐, 술을 찾지는 않는다. 내일 새벽이 바로 마을의 제사이기에 술독의 첫잔을 신에게 바쳐야 한다는 무언의 신앙이 그들을 일찍 숙소로 들게 한다.


새벽 어스름이 마을의 어둠을 서서히 밀어내면 어김없이 첫 닭이 운다. 마을의 신단수아래에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바로 어제 담궈 놓았던 술독이 제단 아래 놓이고 독의 뚜껑을 열자 거기엔 신에게 바치는 고구려인의 붉은 피가 고여 있었다. 수수로 빚고 엿기름을 섞어 일찍 숙성시킨 엿탁주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제사가 끝나면 밤 늦도록 이어질 동맹의 잔치에 흥취를 더해 줄 계명주는 그렇게 고구려인의 혼을 깨우는 새벽 닭 울음과 함께 향과 맛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예부터 ‘술’ 이란 천지귀신께 제례지낼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숭고한 음식이요, 노약한 이의 혈기를 돋우는 데에 빠뜨릴 수 없는 귀중한 약물로서 사람이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겼다. 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으며, 한편으로는 술을 인간이 예법에 어긋나도록 사용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광약일뿐 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제사나 각종 의례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술이었고, 먼 상고시대부터 민 간에서는 술을 빚어 향음하고 신에게 바쳤다. 그 가운데 고구려인의 기개가 담겨져 있는 전통주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계명주이다.


계명주는 원래 엿탁주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전통민속주의 하나로 고려시대 이전부터 서북지방, 즉 지금의 평안남도에서 빚어 온 토속주이다. 계명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인의 말발굽소리를 들을 수 있다. 1천 5백년 전 중국문헌인 ‘제민요술’에는 ‘하계명주는 여름철 황혼녘 에 술을 빚어 새벽 닭이 울면 먹는다.’고 적고 있어 계명주가 고구려인의 술임을 밝히고 있다. 또 1000년 전 중국인의 기행문인 고려도경 향음조에는 고려의 풍습은 단술을 중히 여기며 특히 잔치술은 맛이 달고 색깔이 짙으며 취하지 않아야 일품으로 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조선시대 허준 의 동의보감에도 계명주의 제조방법이 실려 있다. 소곡주가 백제의 술이고 경주 교동법주가 신라의 술이라면 계명주는 바로 고구려를 대표하던 술이라 할 수 있다. 분단 이전에는 평안도 지방을 중심으로 항간에 엿탁주라 불리던 계명주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계명주는 그 맛도 깊지만 몸에도 좋은 약주라 할 수 있다. 소화작용을 돕고 피로회복에 좋으며 페와 위를 보호하고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명약. 연 한 담황색 빛깔에 솔잎향이 나며 마신 후 혀 끝에 단맛이 감도는 것이 특색인 계명주는 고구려 전통 수렵주로 한번 마셔본 사람이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명주로 애주가들 사이에는 정평이 나있다. 주정이 약 5%~7%정도여서 은근히 취하면서도 부드럽게 깨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계명주는 문헌 기록과 사람들의 입에 화자되기에는 하루 전에 담가 새벽 닭이 울기 전에 먹는 속성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 제조 기간은 약8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선 누룩을 조청에 담가 골고루 스며 들도록 6~7 일 정도 묵혀둔 후 가마솥에서 은근히 끓여 걸러낸다. 그사이 옥수수와 수수를 8대 2비율로 섞어 10~12시간 정도 불린다. 맷돌이나 믹서기에 갈아 물을 3배 가량 붓고 은근히 끊인다. 다음은 삼베가루로 걸러낸 원료를 차게 식힌 뒤 조청에 누룩과 솔잎을 배합해 항아리에 넣는다. 섭씨 25~28도의 실내에서 8일 동안 발효시켜 걸러내면 노르스름하고 맑은 계명주가 된다.  


계명주의 제조비법은 평안남도 강안군에서 6.25때 월남한 장기항과 그의 부인 최옥근에 의해 이어져 왔다. 남한에서 계명주를 빚는 곳은 그가 살고 있는 남양주 수동 지둔리가 유일하다. 결성 장씨 11대 자부인 최씨는 계명주의 양조비법을 아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집안 술로만 담가오던 계명주가 세 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민속주 학자인 이성우 교수의 노력이 있었다. 소문을 듣고 장기항씨 댁을 찾은 이교수는 800년 전 중국의 음식서적인 「거가필용」과 조선시대 허준의 「동의보감」에 소개된 ‘계명주’와 제조방법이 동일하다는 것을 밝혀 냈고, 1987년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받게 되었다.




이북의 향토음식이나 토속주가 많이 사라져 가면서도 자료를 수집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에서 경기도 남양주의 장기항 씨와 그의 부인 최옥근씨를 통해서 계명주의 전통이 이어져옴으로써 술의 변천사와 발효문화를 알 수 있는 학술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호 계명주


지정일1987.2
보유자최옥근(1943년생)
전수조교이창수


information

  •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발행처/ 경기도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문의/ 031-231-8576(경기학연구센터 담당 김성태)

    발행일/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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