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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지장 전수조교 장성우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행한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종합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 66명의 삶을 조망하고 보유 종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단체에서 제공한 진귀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전문 보기


나무의 속살로 풀어낸 한지의 아름다움


종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글을 담는 것이다. 가볍고 질기고 얇은 종이짝 위에 우리는 글과 거기에 담긴 지혜를 심어내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 신문도 만화도 모니터로 본다지만 ‘종이에 깃든’ 풍모는 사라지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세계적으로 정보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종이의 품질이 워낙 우수하여 신라의 종이 백추지는 중국 사람들이 천하제일지라 부를 정도였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 있던 우리 상품 중에도 종이가 빠지지 않았다. 중국으로 가는 사신들은 인삼과 종이를 꼭 챙겨 팔기도 하고, 귀한 선물로 쓰기도 했다. 조선 종이의 첫째가는 특징은 질김이었다. 조선에서 종이는 종이의 일반적 용도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는데, 종이에 기름을 먹여 우산과 비옷을 만들기까지 했다.



현대에 다시 주목받는 한지의 장점은 세계 최고의 내구성이다. 산성지라고 하는 요즘 종이는 수십 년만 지나도 딱딱하게 마르고, 시간이 지나면 부스러진다. 그러나 한지로 만든 문서와 책은 수백년, 천년도 간다. 석가탑에 서 나온 무구정광다라니경은 1300여년이 지났는데도 변치를 않았다. 그래서 지천년(紙千年, 종이의 수명은 천년을 간다)라고 하여 종이의 내구성을 동양에서는 극찬했다. 여기에 착안해서 오래된 지적도에 한지를 덧대 수명이 다한 문서에 생명을 다시 부여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종이


이 놀라운 특성의 일차적인 비결은 원료이다. 한지의 원료는 닥나무 껍질이다. 전통 한지를 보면 실과 같은 것이 종이 속에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 다. 이것이 섬유질이다. 그러니 종이가 질기지 않을 수 없다. 종이를 발명한 중국은 대나무를 원료로 사용하는데, 대나무는 섬유질이 짧아 종이가 곱게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약해진다. 양지(洋紙)의 원료는 펄프인데, 펄프 는 나무 속이다. 그러나 한지는 나무의 부위 중에서도 섬유질이 제일 많은 껍질을 사용한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도 닥나무가 있지만 우리 닥나무에 비하면 섬유질이 적거나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중국산 한지도 많이 유통되는데, 우리의 것의 우월함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좋은 종이를 만들려면 좋은 닥을 구해야 한다. 물 좋기로 소문난, 가평· 양평 등지에서 산출되는 닥이 섬유질이 많아서 최고의 우량품이다. 닥나무를 채취한 후 한번 찐 뒤에 껍질을 벗긴다. 벗긴 껍질을 세척하고 이것을 다듬이돌에 놓고 방망이로 두드린다. 그렇게 하면 섬유소가 납작하게 퍼지고, 종이가 매끈하고 질겨진다. 그런데 이게 보통 수고가 들어가는 게 아니다. 6.25 후에는 디딜방아를 사용하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지금의 다듬이질 기계로 전기로 돌리는 도청기를 사용한다. 이제 닥을 잿물에 넣고 삶는다. 잿 물은 콩대, 메밀대 등을 태워서 얻는데, 메밀로 만든 잿물이 최고이다. 삶는 시간도 중요한데, 너무 오래 삶으면 닥이 다 풀려버리기 때문이다.


닥이 잿물 속에서 용해되면 발로 이 액을 뜬다. 종이뜨기라고 하는데, 해 된 닥이 발에 얇게 붙고, 이것을 말리면 종이가 되는 것이다. 곱고 밀도가 높은 종이를 만들수록 닥이 많이 사용된다. 대량생산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다 보니 여기에도 많은 편법이 생겼다. 매밀즙 대신 양잿물을 사용 하면 한 달은 걸리는 제조기간을 이틀로 줄일 수 있다. 대신 섬유질이 녹아 버려 천년의 수명을 상실하고 만다. 모양은 한지이지만 양지를 녹여 합성하는 방법도 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한지는 대부분이 합성지인데, 심한것은 성분의 85%정도가 양지라고 한다.




천하제일지를 만들기 위해…


2016년 작고한 국가무형문화재 제117호 한지장이였던 장용훈씨는 이런 유혹을 거절하고 전통적 생산방식을 올곧게 지켜왔다. 예로부터 한지 생산지로 유명한 전주 출신인 장용훈은 부친의 업을 이었다. 1997년, 전주를 떠나온 후 최고의 닥나무가 생산되는 청평·가평으로 이주하며 한지 제조에 종사하였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가평군 외서면 상천리는 물이 아주 좋아 더욱 맘에 든다 고 하였다. 이곳 물은 철분함량이 극히 적은 연수인데, 철분함량 이 많으면 산화작용을 일으켜 종이를 오래 두면 붉은 색이 낀다고 한다.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집과 사명감은 물론이고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 장용훈씨도 그런 장인의 한사람이었다 비경제적인 전통 제조법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지가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끌어 생산한 전량을 일본으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계속 있었는데도 이 땅에서 전통 한지의 명맥이 끊어질 것과 자식들이 대량생산의 유혹에 빠질 것을 우려해서 국내 주문량을 소화하고 남는 것만을 수출하다가 최근에는 그것도 끊었다고 한다. 가평과 양평산 원료만을 사용하다 보니 한달 생산량이 겨우 400장, 고급지면 한 300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2016년 작고한 국가무형문화재 제117호 한 지장이였던 장용훈 생전 모습



전통을 넘어선 재창조의 길…


장용훈씨의 전통고수가 무조건적인 과거의 답습만은 아니다. 투박하고, 번짐이 강한 전통 한지의 단점을 극복하여, 곱고 매끈거려 번지지 않는 최고의 종이를 생산할 수 있었다. 또한 전통을 넘어서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색과 문양을 넣은 인테리어용 한지를 개발, 특허를 받았다.





가업을 계승한 전수조교 지장 장성우


현재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장씨 집안의 한지제조의 맥을 잇고 있는 장인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 지장 전수조교 장성우이다. 1967년생인 고 장용훈 한지장의 아들로, 선대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장지방(張紙房)’의 대표이면서 한지의 세계적으로 알리고, 상품을 다양화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핀란도, 일본, 미국, 이탈리아 등지를 직접 찾아 전시회를 갖고 한지제작을 시연하고 지승공예를 강연해 오고 있다. 또 그는 옻과 같은 천연 염색체를 이용해 색을 내거나 대나무 발에 무늬를 만들어 문양을 넣은 종이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울러 한지를 이용한 지승공예에도 몰두하여 한지의 예술화에도 공력을 들이고 있다. 한편 그는 한지의 이론화를 위하여 서울산업대학교 전통공예최고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2017년 국민대학교 대학원 문화재보존과학과를 졸업하였다. 그의 법고창신의 정신과 노력이 한지의 발전과 선양을 이끌고 있다. 이렇듯 그는 지장(紙匠)의 정맥(正脈)을 계승하면서도, 한지의 새로운 세상을 펼치기 위해서 정진하고 있다.


천연염색지



전통 한지의 제작과정


한지의 재로는 닥나무 껍질이다. 닥나무는 추수가 끝나고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생을 거둬쓴다. 고목으로는 좋은 종이 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매년 나무를 잘라 관리를 해줘야 한다. 지금 장지방에는 닥나무 1천주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닥나무는 구덩이를 파고 돌을 달궈 수증기를 발생시켜 찌게 된다. 이렇게 6~7시 간 푹 쩌내면 닥나무 껍질을 벗길 수 있다. 껍질을 벗긴 후에는 다시 겉껍지를 칼로 일일이 벗겨낸다. 이렇게 제거하면 ‘백피’가 나오게 되는데 이 백피로 종이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후 백피는 콩대, 메밀대, 목화대, 고추대 등의 천연재료를 태운 재에 맑은 물을 부어 만들어 낸 잿물에 삼는다. 이는 섬유질인 닥나무 껍질을 종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삶아지면 또 다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잿물에 삼아 약알칼리성을 띠게 된 재료를 중화하기 위해 여러번 반복해 지하수로 우려낸다. 그리고 종이 제작에 방해되는 이물질을 고르는 과정을 거친다. 깨알보다 작은 이물질까지도 하 나씩 찾아내고 걸러내는 과정이다. 그렇게 걸러진 재료는 곱게 갈기 위해 두들겨서 풀어준다. 이처럼 섬유질을 솜처럼 풀어지게 만든 다음 발틀을 이용해 엉킨 섬유질 을 얇고 고르게 펴 만드는 것이 바로 한지다.


곱게 빻아진 백피 즉 닥 섬유는 물과 황촉규를 함께 섞어 발을 이용해 뜨게된 다. 발틀위에 대나무재를 얹어놓고 지통에서 앞물질과 옆물질을 해 얇은 한지를 떠 올린다.


‘출렁-’하고 앞 물질 한번, 또 ‘출렁-’ 옆물질 두세번…. 발틀 위에 대나무체를 얹어 놓고 물질을 통해 자연의 재료들이 종이로 그 모양새를 갖춘다.


앞물질은 종이의 뼈대가 되고 옆물질은 종이에 살을 올려준다. 이렇듯 두 손으 로 한지의 인물과 살을 붙인다. 만들어진 한지는 가는 실을 두고 한장 올려 적당히 물 뺀 후 한장씩 열판에 올려 건조시킨다. 건조 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침’이라는 방망이질을 통해 내구성이 강하고 질감이 부드러운 한지로 만들어 내게 된다.


(출처 : 경기신문, ‘장성우 4대 장지방 대표’(2015. 3. 17) 중에서)


* 영상자료 : 경기학연구센터(http://cfgs.ggcf.kr/)>센터자료>영상자료 '천년의 꿈 한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 지장


지정일1996.12.24
전수조교장성우
전수관장지방(서울 인계동)
특기사항

가평에서 4대째 전통방식 그대로 한지 제조

2015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2달간 열린 전통한지 전시회에서 직접 한지 제조과정 시연

2016년 3.1절 표창장에 장지방 한지 사용


information

  •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발행처/ 경기도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문의/ 031-231-8576(경기학연구센터 담당 김성태)

    발행일/ 2017.12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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