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남양주_Local interview : 실학박물관

남양주 <실학박물관> 장덕호 관장 대표님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다산 정약용 선생’. 다산 선생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남양주에는 2018년을 다산 정약용의 해로 지정하였고, ‘실학박물관’에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업적과 생애와 그가 연구했던 실학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박물관으로 다가서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쏟고 계시는 실학박물관의 장덕호 관장님을 만나 뵈었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국사 교과서에서 열심히 암기했던 ‘실학’이지만, 실학박물관에서 만나는 ‘실학’은 색다르네요.


실학은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에 시작해서 200년 정도 활발하게 연구했던 학문이지만, 사실 주류는 아니었습니다. 조선 후기 사람들은 성리학을 주로 공부했죠. 그 이유는 전근대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관료가 되어야 하는데, 관료가 되기 위한 관문인 과거시험은 모두 성리학에서 출제되었거든요. 성리학을 비판하기 위해 나온 것이 ‘실학’입니다. 예법이나 법식, 형이상학적인 학문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잘살 수 있는 학문, 실생활에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백과사전이 실학 시대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다산 정약용선생은 유배 생활 중에 아들들에게 많은 양의 편지를 씁니다. 고구마를 심더라도 몇월에 심고 어떻게 해라. 담배 농사는 어떻게 짓고.. 등 모든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실생활에 필요한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남깁니다. 논농사도 처음에는 물에서 키우지 않았지만, 모내기를 해보니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생활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근데 박물관에서는 실학을 보여줄 게 많지 않아요. 텍스트 위주의 자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관장님께서 실학박물관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언제 쯤인가요?


실학박물관은 2009년에 개관했고 제가 실학박물관 관장으로 온 건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실학을 박물관에서 다룬다는 게 꽤 딱딱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바꾸고 전시를 통해 감동을 주고 볼거리를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박물관에 굉장한 유물이 있어야만 감동을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을 찾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우면 오래 있기 싫으니까요.



관장님께서는 원래부터 박물관 쪽 일을 하셨던 건가요?


제가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는데, 운이 좋게도 86년도에 졸업하자마자 박물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게 재밌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한 번도 그만둬야겠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첫 직장이 박물관이었는데, 아직도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네요.




관장님께서 박물관 일이 즐겁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매력으로 다가왔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공부하는데요, 이때 공부하는 건 큰 획을 그었던 정치 위주의 역사입니다. 근데 박물관에서는 꼭 그런 역사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까지도 관심을 갖게하거든요. 이 물건은 어떻게 사용이 되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처럼 소시민적인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박물관입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다 보니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을 만져볼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가슴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이 물건은 어느 방향을 보여줘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 전시 기획하는 일도 즐거웠고요.


요즘은 가족 단위로 박물관에 자주 가기 때문에 익숙하고 편한 공간이지만, 과거에는 박물관에 간다고 하면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학여행 때 빼놓지 않고 갔던 장소이기 때문이었죠. 저는 박물관을 놀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고,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한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편하고 자주 찾을 수 있는 장소, 앞으로 박물관은 가족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중심의 박물관이라고 하셨는데요, 관장님께서 꿈꾸는 이상적인 박물관의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박물관의 모습은 아침 일찍 한 가족이 박물관에 와서 전시를 보고 강당에서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공연이 있으면 다시 보는 등 주말을 오롯이 보낼 수 있는 장소를 꿈꿉니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종일 박물관에서 보내는 거죠. 그런 박물관을 만들고 싶고 근무해보고 싶네요.



박물관에 들어가면 빼곡하게 있는 유물이나 설명 때문에 어디부터 봐야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어요. 내가 여기서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나라도 얻어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도 들고요. 일반인들은 박물관을 어떻게 관람하는게 좋을까요?


공부하고 전시 관람을 한다면 좋지만, 공부하지 않고 방문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역사지식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 시대를 읽고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왜 탄생했는지 이게 왜 중요한지 등 큼직한 덩어리로 보면 박물관 관람을 재밌게 할 수 있습니다. 도슨트나 큐레이터를 통해 전시 해설을 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요즘은 2~3명의 관람객이라도 해설해주는 곳이 늘어났으니까요.



국내외에는 다양한 박물관이 있고, 관장님께서는 평상시 여행 가실 때도 박물관을 반드시 방문하실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박물관을 둘러보실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전시를 보는 관점이 조금 다릅니다. 내용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전시를 해도 효과적이구나.’ 기획이나 전시 위주로 관람합니다. 박물관에서는 조명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좋은 전시가 될 수 있어요. 해외 박물관에는 조명을 잘해 놓은 곳이 많아서 조명의 불빛이나 각도, 위치 등을 유심히 봅니다.




실학박물관에서 했던 전시 중에 괜찮았다거나 인상적이었던 기획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요?


최근 실학박물관에서 ‘하피첩’ 전시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산 선생이 결혼을 15살에 했는데, 40살 때 강진에서 18년간 귀향 생활을 했거든요. 그때 부인은 다산 선생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30여 년 전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다산선생에게 보냅니다. 색상이 바래서 누렇게 된 치마를요. 근데 다산선생이 그 치마를 받고 오려서 책을 만들어요. 아들들에게 ‘하피첩’이라고 해서 책을 만들어 보냅니다. 딸에게 주는 그림책을 만들어 보내고요.


하피첩은 가보로 전해지다가 6.25 때 수원역에서 분실합니다. 2006년에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을 통해 세상에 다시 나오고요. 몇 년 뒤 부도를 맞은 모 집안에서 경매로 다시 한 번 나옵니다. 지금은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 중에 있고요. 저희 박물관에서 하피첩 전시를 크게 했는데 유물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재밌어서 히트했습니다. 나중에 유물 한 점만 가지고 전시를 기획해보고 싶더라고요.


그 외에도 홍대용 선생의 전시가 있었는데요, 관련 유물 한 점 없이 예술가들이 VR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미디어 전시를 했습니다. 신선하고 기발하다고 당시 감명받으셨던 분들이 많으셨어요.



2018년은 다산이 유배지에서 풀려난 지 200년 되는 해이고, 목민심서가 완성된 지 200년 되는 해입니다.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고 계시는지요.


다산이 2,500수 정도의 시를 남겼는데, 그 시로 가곡을 만들어서 음악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초 다산 생가 앞에서 판소리 공연을 했을 때도 4,500분 정도 오셨고요. 박물관이라고 해서 꼭 전시만 하지는 않습니다. 재밌고 인상적인 공연을 많이 하고 있지요. 올가을 쯤에는 다산 생애와 관련된 뮤지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강진 유배 생활이나 학문적인 성과는 많이 알려졌지만, 유배 생활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온 후의 생활은 잘 모르실 거예요. 정약용 선생은 이곳으로 돌아온 후에 ‘열수’라는 호를 많이 사용하셨는데, ‘열수’는 고대 한강을 지칭하던 단어였습니다. ‘열수’라는 호를 사랑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하셨단 얘기죠. 자신의 묘도 이곳에 지정하셨고요. 정약용 선생은 결혼한 지 60년 되던 날, 회혼례를 치르려고 손님을 모두 모셨는데 그날 아침에 돌아가셨어요. 그분의 인생은 참으로 드라마틱하셨죠.


이런 공연들을 통해 정약용 선생과 실학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고, 박물관에서 감동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글과 사진_김선주



홈페이지 http://www.silhakmuseum.or.kr/

세부정보

  • 남양주 실학박물관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문화재관리용건축물

    문의/ 031-579-6000

    홈페이지/ http://www.silhakmuseum.or.kr/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