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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가 생각날 때

인문쟁이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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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가 생각날 때


버스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헌병은 신분증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여권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보며, 곁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참 늦게 온 것 같아. 그동안 우린, 여기 올 생각을 왜 못했던 걸까?"


제3땅굴을 딛고



▲ 사진 1 2. 제3땅굴은 셔틀레일 또는 도보로 견학 가능하다.ⓒ 김세희


파주 DMZ(비무장지대)의 제3땅굴에 들어섰다. 걸은 지 30여 분이 지났을까. 컴컴한 공기가 점차 실체를 가지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깊은 데(265m)다가 경사(11°)도 높아 노약자나 호흡 곤란자, 당뇨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이라면, 도보보다는 셔틀레일로 관람해야 할 험한 길이었다. 세 번째 땅굴이라는 이름처럼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경기 파주 외에도 경기 연천(제1), 강원 철원(제2), 강원 양구(제4)에도 있다. 어둡고 습기 가득한 통로를 걸으며 살갗이 곤두서고 긴장했던 기억. 이 날을 떠올려 보면, 지난 4월 27일의 순간은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두 정상은 대화를 나눴다. 그 속삭임을 들을 순 없었지만,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서 햇살은 역사를 비춰주고 있었다.


▲ 사진 3, 4. DMZ영상관 -> 제3땅굴 -> DMZ 관련 전시관 순으로 관람하게 된다.ⓒ 김세희



남측 최북단, 도라전망대


▲ 사진 5, 6. 도라전망대 유료망원경은 1회 5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 김세희


북한의 모습을 보다 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도라전망대에서는 날씨 좋은 날, 개성의 송학산, 김일성 동상, 기정동, 개성시 변두리, 금암골(협동농장)등이 보인다고 한다. 평소 망원경을 사용해본 적이 거의 없는 우린, 모든 장소를 제대로 발견하진 못했지만, 다가갈 수 없는 북녘 앞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가 남한에서 시작되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요즘. 어쩌면 유리창 너머로 서로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게 '평화'의 첫 단추였던 건 아닐까. 차마 닿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두 단어와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민간 출입통제선 안에서 하룻밤, 캠프그리브스(Camp Greaves)



▲ 사진 7, 8. 미군 철수 후 2013년 평화안보 체험 시설로 탄생된 캠프그리브스 ⓒ 김세희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진 캠프그리브스는 한국전쟁 후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유스호스텔과 더불어 이색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50년간 주둔해오던 미군이 1997년 철수하면서 2007년 8월 한국 정부에 반환되었다는데,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 사진 9, 10. 캠프그리브스 곳곳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콘텐츠 모습 ⓒ 김세희


기획 전시나 역사자료들이 즐비한 다양한 캠프들을 하나씩 옮겨 다니면서 낯설었던 공간들과 조금씩 친해지던 무렵, 과거 미군이 사용했을 것 같은 욕실을 만났다. 낡고 오래된 화장실을 아트적으로 재현한 모습이었지만, 막상 그들의 내밀했던 생활공간까지 마주하고 있자니, 이내 DMZ의 현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 사진 11, 12. 분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유물과 설치물들 ⓒ 김세희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올 여름.



▲ 사진 13. 잊을 수 없던 한 마디, "언제 도라 오서야?" ⓒ 김세희


2015년 이후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8월 20~26일 동안 금강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슬픔과 아픔을 이루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한 민족으로서 그 누구보다 애틋하고 절실하게 보듬어주는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인터넷으로 잠시 읽어본 몇 글자보다, 직접 그들 가까이 숨 쉬고 눈으로 담으며 걷는 일에서부터 그 '진심'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 파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paju.go.kr/user/tour/main/index.do



사진 = 김세희

2018.07.03




경기 김세희

인문쟁이 3,4기]


김세희는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 삶을 걷고 있다. 규칙이 없는 일상에 '인문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있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우리들 앞에서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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